[Dispatch=이명주기자] 2022년 6월. 

'범죄도시2'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그 때. 배우 안세호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오디션에 도전했다.

해당 시리즈는 흥행이 보장된 텐트폴 무비. 앞선 '범죄도시'와 '범죄도시2'로 윤계상(장첸 역), 손석구(강해상 역)의 재발견을 이끌었다.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도 빛났다. 박지환(장이수 역)과 진선규(위성락 역), 조재윤(황사장 역), 허동원(오동균 역) 등이 신 스틸러로 활약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주목 받은 작품. 오디션 현장은 말 그대로 치열했다. 1,000여명이 일부 배역을 놓고 경쟁했다. 1차와 2차, 3차 테스트를 거쳐 소수 인원만 남았다. 

그리고 남은 건 이상용 감독과의 최종 미팅. 

"토모 역과 또 다른 역할로 최종 미팅을 했어요. 감독님과 이렇게 가까이 앉았죠. (미팅이 끝나고) 나갈 때 감독님이 '어떤 역할 대사가 입에 잘 붙어요?' 물어보셨는데 '다 좋습니다. 일만 시켜주세요' 했어요."  

미팅 일주일 뒤, 안세호는 캐스팅 확정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토모 역할이었다. 그는 "너무 좋아서 울었다"고 회상했다. 

#"이치조가 한국으로 칼잡이를 보냈어."

안세호가 연기한 토모카와 료, 일명 토모는 야쿠자 조직인 이치조구미의 일원이다. 주성철(이준혁 분)과 짜고 한국에서 신종 마약 하이퍼를 거래하다 위험에 빠지게 된다.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정갈하게 빗어넘긴 올백 헤어스타일에 요란한 무늬의 셔츠, 고급 수트 차림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솔직히 토모 역할이라고 하셨을 때 전혀 감이 안 왔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이후 사전 피팅을 했는데 의상팀, 분장팀에서 이것 저것 해주시더라고요. 막 눈썹에 마스카라도 칠하고. (웃음) 거울 앞에 섰는데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어요."

영락 없는 야쿠자 비주얼. 스태프들의 손길로 캐릭터 외양이 완성되고 나니, 연기에 더 자신감이 붙었다. 

안세호는 "'의상 선생님, 분장 선생님이 연기해주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석호(김양호 역)와 만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요. (분장한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비로소 완벽한 토모가 됐다고 생각했죠."  

#"이제 시작이야."

오디션 합격 후 촬영까지 남은 기간은 2~3개월 남짓. 안세호는 단기간에 일본어와 한본어(한국어와 일본어를 합친 신조어) 대사를 마스터해야 했다. 토모가 재일교포 설정이었던 것.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게, 한본어는 여러 매체에서 개그 소재로 쓰였다. 자칫 토모라는 인물을, 나아가 재일동포를 희화화하게 되는 것 아닐까 우려했다. 

"추성훈 선수를 토모의 롤모델로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워낙 많이 봐서인지 (한본어가) 입에 배여 있었죠. 최대한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야쿠자 조직원들과 대화하는 신은 대부분 일본어를 구사해야 했다. 현지인으로 오해할 만큼 자연스러웠지만, 사실 그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완벽한 대사 숙지를 위해 외우고 또 외웠다. 일상에서 대본과 늘 함께 지냈다. 집 정수기, 세탁기 옆에 일본어 대사를 붙여두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범죄도시3'에 출연한 배우 중에 재일교포가 있어요. 그분한테 일본어 수업을 따로 받았습니다. 일본 관객들도 보실 텐데 이상하게 들리지 않도록 엄청 노력했어요."

#"너 나랑 거래할래?"

'범죄도시3' 토모 역을 만나기까지, 만 18년이 걸렸다. 안세호는 지난 2005년 영화 '외출'(감독 허진호)로 데뷔했다. 분량이 거의 없다시피한 약사 역할이었다. 

단역이었지만 꼭 출연하고 싶었다. 오디션을 앞두고 무작정 약국으로 향했다. 처음 본 약사에게 "수면유도제는 어떻게 파는 거냐"고 질문했다가 쫓겨났다. 

"그때 강남역 밀리오레에서 허진호 감독님을 만났어요. 수면유도제 팔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미리 준비해보겠다고) 몇 번 약국을 갔었죠. 이상한 사람인 줄 아시더라고요. 다들 나가시라고. (웃음)" 

작은 역할도 최선을 다했다. 자동응답기 목소리('수')를 비롯해 브로커남('오직 그대만'), 오락실 종업원('좋은 친구들'), 조연출('대배우'), 서기관('모가디슈') 등 각기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KBS-2TV '동백꽃 필 무렵'에선 '다스패치' 기자로 분했다. 강종렬(김지석 분) 스캔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숱한 위기를 만들어내는 캐릭터. 시청자들 분노와 함께 인지도가 동반 상승했다. 

"늘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캐릭터마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게 목표라고 해야 할까요. '동백꽃 기자가 토모였어?' 깜짝 놀랄 분이 계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차기작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다. 2년 전 크랭크업했지만 팬더믹 등 여파로 개봉이 밀렸다. 다음 달 26일 전국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요?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배우. 인지도가 아니라 '저 영화에서 이렇게 나왔지' 하고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이승훈기자(Dispatch),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