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제가 어려서부터 엑스트라나 단역 생활을 전전하다가…" (남궁민)

'2020 SBS 연기대상'. 남궁민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고백했다. 자신에게도 긴 무명 시절이 있었다는 것. 그가 말했듯, 하루아침에 완성된 배우는 아니었다.

1999년부터 단역으로 얼굴을 비췄다. 고정 배역은 2002년 SBS-TV '대박가족'. 차근차근, 또 묵묵히 연기 내공을 쌓았다. 그리고 지금은? 대체불가 배우다.

'리멤버'의 분노조절장애 사이코패스, '김과장'의 유쾌한 오피스 히어로, '스토브리그'의 위대한 리더… 모두 남궁민만 가능했던 캐릭터였다는 평가다. 

그 비결은, 피나는 노력이었다. 실제로, 그는 연습벌레로 통한다. 연기 베테랑임에도 불구, 여전히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아무리 해도 절대 완벽할 수 없는 게 연기입니다." (남궁민)

그래서 그의 대본에는 밑줄이 빼곡하다. 캐릭터 분석, 궁금한 점, 강조해야 할 부분 등을 적었다. 휴대폰에는 폴더별로 연기에 관한 메모들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김과장' 대본 분석(2017년)

'닥터 프리즈너' 당시

휴대폰 메모장(2019).

tvN '낮과 밤'에서도, 그의 열정이 빛을 발했다. 남궁민은 도정우 캐릭터를 위해 스타일부터 바꿨다. 도정우는 허술해 보이는 경찰청 특수팀 팀장. 

피부과에도 가지 않았고, 촬영 내내 수염을 길렀다. 직접 의상도 골랐다. 10년 전 입었던 티셔츠를 꺼냈다. 껄렁하게 툭 던지는 말투와 멍한 표정도 장착했다.

극이 전개되며, 남궁민의 진가도 빛났다. 백야재단을 치열하게 추적하며 과감한 액션 연기를 펼쳤다. 카리스마와 광기, 분노를 넘나들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공혜원(김설현 분)과의 관계도 애틋하게 표현했다. 시크하게 혜원을 챙겼다. 위험에서 빠져나와 혜원을 바라볼 땐 애절하기 그지 없었다.

제이미(이청아 분)와의 남매 케미도 리드했다. 특히 <15회> 제이미와의 갈대밭 신. 무심한 얼굴로 동생을 밀어냈다. 그러면서도 아련함을 잊지 않았다.

불법인체실험 피해로 인한 고통을 표현할 때도 압권이었다. 눈의 실핏줄이 터지도록 괴로워했다. 이마의 핏줄까지 꿈틀대는 열연을 선보였다. 

그의 연기력이 절정에 달한 순간, 바로 최종회(지난 19일)였다. 엄마 조현희(안시하 분)의 "(불법실험)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에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해리성 인격장애로 인해 울부짖을 땐, 남궁민의 원맨쇼였다. 괴물로 변해 킬킬대며 광소했다. 원래 인격으로 돌아오려 안간힘을 쓰자, 시시각각 얼굴이 변하기도 했다.

그렇게 남궁민은 믿고 보는 (대상) 배우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낮과 밤'의 도정우 역시 남궁민만 할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낮과 밤'의 김정현PD는 "대본은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남궁민은 대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라 극찬했다.

남궁민의 다음 스텝은 MBC-TV '검은 태양'이다. 150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국정원 해외정보국 최고의 현장요원이 된다. 이번에도 '믿보배'를 입증할 계획이다.

<사진출처=디스패치DB, tvN, M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