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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패GO] "사는 자 vs 막는 자"…음원 사재기, 쩐의 전쟁 (풀이)

 

[Dispatch=나지연기자·김효은 인턴기자] "사재기를 하지 않으면 순위를 올릴 수 없어요. 정말 맥 빠지는 일이죠. 그런데 답이 없네요. 결국 아무리 좋은 음악을 들고 나온다고 해도 안되는 거잖아요. "

 

얼마 전 만난 모 가수의 하소연이다. 사재기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불법에 편승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막막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사재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란다. 그 비용이 한 두푼이 아니란 것. 그러니 의욕이 꺾일 수 밖에 없다.


사실 음원 사재기는 가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브로커의 은밀한 제안을 받은 기획사도 많다. 물론 제안한다고, 모두 조작에 동참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수의 기획사는 사재기 실태를 인지하고 있었다. '3~5억원(현금·상품권)이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음원을 사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논리를 살폈다. 그리고 근절 대책은 없는 지 짚어봤다. 

 

 

 

◆ 사는 자의 속내?…"부익부, 부가 부를 부른다"


사는 자의 논리는 간단하다. 기대 수익이다. 대부분의 유저는 차트 상위권(1~10위) 음악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을 한다. 사재기를 통해 일단 10위권에 진입하면, 나머지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따라 구매하고 듣는다는 것.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음원 구매자는 단순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차트 순위를 확인하고 음악을 구매하는 식이다"며 "일단 톱10 안에 들어야 한다. 순위권에 있으면 또 다른 조회수가 유도될거라 예상하고 사재기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방송 출연이다. 최근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은 순위제를 부활시켰다. 차트를 근거로 출연자를 선정하겠다는 의도. 한 마디로 차트 상위권 진입이 방송 출연과 직결된다. 방송 출연은 곧 홍보다. 신인, 인지도 낮은 가수에게 사재기는 달콤한 유혹일 수 밖에 없다.


마지막은 행사 수익. 음원 차트 상위권 안착은 곧 인지도 상승으로 연결된다. 가수들의 수익은 공연 혹은 행사로 발생한다. 사실 공연은 팬덤이 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행사는 다르다. 인지도가 높으면 섭외가 들어온다. 사재기를 통해 행사를 뛰고, 이를 통해 돈을 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사실 기획사나 가수가 음원이나 음반 판매로 얻는 수익은 한계가 있다"며 "결국 돈을 벌 수 있는 건 행사다. 하지만 행사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일단 노래가 떠야지 불러주는 사람도 있다. 음원 사재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행사에 있다"고 말했다.

 

 

 


◆ 막는 자의 사명…"공정한 콘텐츠 경쟁 유도"


반대로 막는 자의 논리는 무엇일까. 장기적으로 K팝 발전을 위협한다는 것. 사재기에 드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순위에 따라 적게는 3억, 많게는 5억원이 소요된다. 그 돈은 어디서 충당될까. 결국 음반 제작비 등 투자금에서 빼와야 한다. 음악의 질이 떨어질 건 불보 듯 뻔하다.


정직하게 음악하는 사람들이 입는 피해도 크다. 사실 국내에 좋은 뮤지션이 많다. 하지만 일부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사재기를 하지 않으면 순위권에 집입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이런 좌절감은 음악 창작 의지를 꺾는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좋은 음악을 만든 뮤지션이 있다. 그런데 그 가수의 노래가 음원 사재기를 한 팀에 밀렸다. 그렇다면 '더 좋은 노래를 만들어 이겨야지'라고 생각할까? 아니다. 반대로 상실감을 느낀다. 결국 사재기는 좋은 음악 탄생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영세한 기획사가 입는 선의의 피해도 또 다른 이유다. 음원 사재기로 돈을 버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기형적인 수익 배분 구조상 기대 수익은 크지 않다. 잘못된 정보에 속아 사재기에 참여해 피해를 입은 기획사가 많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재기 근절이 필요하다.


한 가요 기획사 고위 간부는 "브로커들은 'SM', 'YG'도 사재기를 한다고 영세업자를 속인다"며 "사실 수익 분배상 사재기 한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그런데 잘못된 소문에 넘어가 피해를 보는 관계자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K팝도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재기 대안은?…"문체부, 유통사의 대책 必"


음원 사재기 대안은 없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사재기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물거나, 사재기로 인해 발생한 저작권료를 부당 이익으로 간주해 관련 저작권자가 이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 시급한 건 정부의 음원가격정책 개선이다. 


가요 관계자들은 "정액제는 국내만 있다. 음원이 싸니 사재기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정부는 음원이 비싸서 불법이 성행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아이튠즈는 곡당 99센트(약 1,000원)라도 노래를 정당하게 산다. 기형적 수익분배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음원 사이트 운영자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해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경우 재생 분포가 그래프로 대중에 공개된다. 하지만 국내는 비공개다. 새벽 시간대 비정상정 음원 다량 구매나 차트 기현상은 운영자가 직접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하고, 차단할 수 밖에 없다.


음원 사이트 '멜론'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를 막기 위해 외국 접속 차단, 외국인 가입 불가, 인증 시스템 강화 등 여러 방법을 사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디스패치' 확인 결과 설명과 달리 외국에서 차트 접속이 가능했다. 좀 더 확실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가요계 스스로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좋은 음악과 컨텐츠로 정당하게 경쟁하는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K팝이 발전하기 위해서 퀄리티 높은 음악은 필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음악계의 공정한 질서를 잡아 음악인 모두 '윈윈'하려는 동업자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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