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7.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첫 방송 시청률이다. 동시간대 꼴찌였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마지막회 시청률 23.1%. 독보적인 1위로 종영했다. 1회와 18회 시청률 차이는 무려 15.4%. 약 3배 정도 점프한 셈이다.
SBS-TV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한 마디로,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절대, 기현상은 아니다. 대본의 힘이 컸다. 촘촘한 구성으로 뚝심있게 메세지를 전달했다. 작가의 색다른 시선도 돋보였다. 일례로 닳고 닳은 설정도 '너목들' 손을 거치면 신선해졌다.
여기에 버릴 것 없는 연기도 힘을 보탰다. 작가의 의도를 110% 이해, 스토리를 맛깔스럽게 살렸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도 상당했다. 대다수의 출연진이 대체불가의 매력을 뽐냈다. 결국 '너목들'은 세상 없던 판타지 법정 드라마로 남게 됐다.
지난 3개월, '너목들'이 시청자에게 들려 준 진짜 목소리 3가지를 정리했다. 촘촘한 각본, 신선한 구조, 깔끔한 연기를 바탕으로 '복수'와 '용서', '구원'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 "너의 구성이 치밀해"
한드와 미드의 장점을 합쳤다. 에피소드 구성(미드)이지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최대 4회 분량으로 구성, 연속성(한드)을 갖게 했다. 1석 2조의 효과가 있었다. 짧은 호흡으로 집중도를 높이는 동시에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드라마는 장혜성·박수하·민준국의 악연(1~2회)→어춘심 살해(8~9회)→박수하 기억상실(10~12회)→장혜성 납치(17회)→민준국 심판(18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민준국의 복수를 시작으로 장혜성과 박수하의 용서와 구원으로 끝난다.
'너목들'은 이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개별 에피소드를 내세웠다. 쌍둥이 살인사건, 왼손 살인사건 등 각각의 미스테리 사건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개연성을 갖고 있었다. 민준국의 복수와 장혜성의 용서, 박수하의 구원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밑밥'이었다.
에피소드를 겹겹이 쌓아 완성한 메세지의 효과는 컸다. '복수'와 '용서', '구원'이라는 어두운 메세지를 쉽고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회에 얼렁뚱땅 끼워맞추는 여타 드라마와 달랐다. 이는 작품의 완성도와 직결됐고, '너목들'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코멘트 : 사실 복수와 용서는 아주 무거운 주제입니다. '너목들'은 이를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를 따라가다보니 그 사연이 이해됐고, 그래도 해서는 안될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님이 전달하려는 목소리가 명쾌하게 들렸습니다. (박성현 씨, 일산)

◆ "너의 설정이 신선해"
뻔한 소재도 펀(Fun)하게 풀었다. 박혜련 작가의 필력이 드러난 대목이다. 통속극의 단골소재인 기억상실증과 출생의 비밀을 이색적으로 활용했다. 갈등 요소가 아닌 스토리를 확장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당연히 신파극도 되지 않았다.
기억상실증은 미스터리 성격을 강화하는 도구였다. 수하가 기억을 읽은 것 외에는 아무 정보도 내놓지 않았다. 그 다음 스토리를 전환, 기억의 퍼즐을 맞춰갔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몰입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었다. 덕분에 2막도 성공적으로 열 수 있었다.
출생의 비밀은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에서 '하얀 거짓말이 최선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후에는 서도연을 통해 반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때마다 법정 드라마 장르를 적극 반영했다. 흥미로운 사건사고를 결합시킨 것. 기억상실은 토막난 민준국의 왼손 사건, 출생의 비밀은 귀신 살인 사건 속에서 진행했다. 덕분에 진부한 스토리 전개를 피하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코멘트 : 출생의 비밀과 기억 상실을 이렇게 신선하게 풀어낼 수 있나요. 게다가 그것들이 화두까지 제시하더군요. 시청률 높이기 위한 막장 코드가 아니라 진실의 의미를 다루기 위한 소재로 사용했으니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ID alic****)

◆ "너의 연기가 미쳐"
최적의 캐스팅이 만든 앙상블이었다. 어느 한 사람의 원맨쇼도, 발연기의 구멍도 생기지 않았다. 출연진들은 각자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단순히 본인 몫만 해낸 것도 아니었다. 서로를 밀고 당기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마지막까지 에너지가 식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 결과,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출연배우 개개인이 주목받게 됐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주연 배우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 이는 곧 배우는 연기로 승부해야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보영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장혜성에 온전히 흡수, 캐릭터가 살아 숨쉬게 했다. 특히 능청 연기로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이종석은 심리 묘사에 능했다. 설렘, 분노, 슬픔, 불안, 연민 등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주연배우로 손색없었다.
정웅인의 재발견도 인상적이다. 실감나는 악역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눈빛만으로도 긴장감을 줬을 정도.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 할 만 했다. 그외 윤상현과 이다희는 차분한 연기로 안정감을 줬고, 김해숙, 김광규, 윤주상, 김병옥 등은 내공있는 연기로 든든하게 뒤를 받쳐줬다.
☞ 코멘트 : 완벽한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모두 자신이 맡은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했어요. 덕분에 감정을 이입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구멍배우가 없더라고요. 드라마의 기본은 역시 배우입니다. (박성영 씨, 상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