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미겸기자] "○○이 성진그룹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드라마의 구조는 선악대결이다. 시청자는 악의 몰락을 기다린다. 이른바 권선징악이다. 하지만, 이 문제적 드라마는 다르다. 적과 아군의 구분이 쉽지 않다. 한마디로, 절대악도 없고 절대선도 없다. SBS-TV '황금의 제국' 이야기다.
SBS 시청자 게시판, 응원전이 한창이다. 눈길을 끄는 건, 저마다 지지하는 인물이 다르다는 것. 장태주(고수 분)를 응원하는 사람부터 최민재(손현주 분), 최서윤(이요원 분), 한정희(김미숙 분)의 편까지…, 지지자는 엇갈렸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현재 제국의 주인은 최동성(박근형 분) 회장과 딸 최서윤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인물이 장태주와 최민재다. 그리고 27년간 숨을 죽인 한정희가 있다. 최동성 회장의 2번째 부인으로 성진그룹을 가로챌 준비를 끝냈다.
누구를 응원해야할까. 장태주, 최민재, 최서윤, 한정희 등 왕좌를 노리는 4인방을 분석했다. 결과는 혼전이다. 저마다 회장 자리를 지키려는, 또 노리려는 사연이 당위성을 갖고 있었다.
인물의 캐릭터부터 관전 포인트, 지지 받는 이유 등을 살펴봤다.

◆ 장태주 : 돈을 벌고 싶으면, 땀을 훔쳐야죠.
▶ 누구? : 성진그룹을 위협하는 인물이다. 과거 용역깡패의 강제 진압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당시 목표는 가진 자들에 대한 복수. 지금은 히틀러(?)가 됐다. 성진의 계열사 10개를 노리고 있다. 싸인 하나로 수조 원의 투자를 결정하고, 말 한 마디로 수천 억의 현금을 움직이는 인물이 되려고 싸운다.
▶ 명언? : 아버지가 버스 기사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버진 항상 자랑했죠. 한번도 삥땅(버스 요금을 몰래 빼돌리는 일) 하신 적 없다고요. 근데, 석달 만에 해고 당했습니다. 삥땅 쳐서 술 사준 놈은 건드리기 곤란하고, 아버지는 만만했던 거죠. 그때 배웠습니다. 돈 벌고 싶으면, 땀을 흘리면 안된다는 것. 남이 흘리는 땀을 훔쳐야 한다는 것. (8회)
▶ 전략? :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언제나 풀 베팅의 전략을 사용한다. 3년 동안 비밀리에 모은 2,000억원 비자금을 한성제철 인수에 투자하는 패기도 있다. 필요하다면 어느 누구와 손을 잡기도 한다. 심지어 아버지의 사망에 간접 책임이 있는 최민재와도 일한다.
▶ 무기? :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다. 가난한 일용직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사법고시를 단 한 번에 패스했다. 여기에 금융 감각까지 탁월하다. 평당 1,000만원 짜리 대지 2평으로 10억 원을 만들어냈다. 배짱도 두둑하다. 검찰 소환, 부도 따위는 두려워 하지 않는다.
▶ 약점? : 맨 손의 비애라고 할까. 쉬운 길이 없다. 어떤 권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항상 싸우고 피를 흘려야 한다. 에덴을 창립하기 전, 죽을 뻔한 고비를 2번 넘겻다. 자본이 뒷받침되는 최서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 신세다.
☞ 지지의 변 = 장태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문제가 아니다. 당해도 참을 수 밖에 없는 세상, 기득권에 대항한 그의 모습은 대리만족을 일으킨다. 가끔 무모한 도전이 비공감이지만, 그래서 더 아슬하고 매력있다.

◆ 최서윤 : 아버지가 만든 제국, 내가 지켜야한다
▶ 누구? : 성진그룹 최 회장의 막내딸이다. 언니 오빠들보다 단연 뛰어난 능력의 보유자다. 형제의 난에서 승리, 회사를 맡았다. 기한은 큰 오빠 최원재(엄효섭 분)의 아들이 30세가 될 때까지. 그러기 위해 좋은 사람이 아닌, 누구나 두려워 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 명언? : 포메라니안이었나. 혈통 좋은 작은 강아지. 나 초등학교 때 아빠가 중동 왕실에서 선물받았다. 아빠가 나한테 키우랬지? 언니도 오빠도 되게 샘냈어. 2년 지나서 새끼 4마리 낳더라. 나, 오빠랑 언니, 민재 오빠한테 다 나눠줬어. 이번 일도 그런 거라 생각해. (7회)
▶ 전략? : 무조건 최 회장의 말을 따른다. 그룹과 함께 가족도 지키겠다는 의지의 그녀다. 1994년 상속싸움에서 최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언니, 오빠들 모두 용서했다. 우선 자금줄을 모두 뺏고, 차차 돌려주는 것으로 불만 상쇄.
▶ 무기? :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 1990년 최민재의 쇼핑몰 건설사업을 막은 사람도, 1994년 상속 싸움에서 이긴 사람도, 결국 최서윤이었다. 최 회장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이 큰 힘이다. 1997년 현재, 최민재와의 2차 대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 약점? : 새 엄마 한정희 및 막내 동생 성재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 두 사람이 자신의 가장 큰 위협이 될지 모른다. 29살이라는 다소 어린 나이도 약점이다. 실무 경험이 적어 최민재의 노련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장태주에게 마음을 뺏긴다면?
☞ 지지의 변 = 성진그룹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면, 최서윤은 최상의 인물이다. 무엇보다 악덕한 재벌 2세가 아니다. 이기적이고 무능한 형제, 자매, 친척들과도 비교된다. 아버지의 것, 그리고 가족 전체를 지키려는 의지가 지지를 받고 있다.

◆ 최민재 : 아버지를 좋아하지만, 아버지 처럼은~
▶ 누구? : 만년 2인자 최동진(정한용 분) 부회장의 아들이다. 경영, 실무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재대. 성진그룹을 집어 삼키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최 회장의 직계가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도 분명하다. 경영권에서 배척받았고, 이 과정에서 아내도, 동생도 잃어 버렸다.
▶ 명언? : 대리부터 시작했다. 사우디 현장에서 2년, 내전 벌어지는 이라크 사막에서 송전탑 공사 3년, 그리고 과장 달았어. 5공 청문회 불려가고, 노조 간부 매수로 조사까지 받았어. 내가 키웠어! 공무원들 비위 맞춰 땅 사고, 살아보겠다는 놈들 짓밟고 용역까지 썼어. 사람이 다치고, 사람이 죽어도. 성진그룹을 위해서! 내가 이긴다.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3회)
▶ 전략? : 누군가를 이용하는 것. 처음에는 장남 최원재를 이용했고, 이제는 장태주로 갈아탔다 . 자신이 성진그룹의 주인이 될 때 장태주를 적토마처럼 타고 다닐 생각이다. 새로 맞은 아내 유진(고은미 분)을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 무기? : 침착과 끈기의 조화. 금방 흥분해 가진 패를 내 보이는 아버지 최동진 부회장과는 다르다. 최 회장, 최서윤 등과 대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안다. 기회가 올 때까지 참고 또 참는다. 절대 야심을 버리지 않는다.
▶ 약점? : 진정한 자기 세력이 없다. 성진건설을 차지하려 날개를 폈지만, 최 회장의 등장에 KO. 자신을 사랑한다던 아내 유진도 진정한 도움은 주지 않는다. 현재 최민재의 가장 큰 힘은 장태주지만, 이 역시 양날의 칼이다.
☞ 지지의 변 = 아버지를 좋아하지만, 아버지처럼 살 수 없다. 성진그룹이 왜 최동성의 것이냐고 의문을 품는다면, 이미 최윤재에게 동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성진의 성공에는 아버지 최동진의 역할이 컸기에, 그가 욕심을 내는 게 무리수는 아니다.

◆ 한정희 : 그 인간 비명 소리 한 번 듣고 싶어서
▶ 누구? : 27년간 한을 쌓아왔다. 과거 최 회장은 청마 아파트 부실공사의 책임을 한정희의 남편에게 뒤집어 씌웠다. 결국 한정희 남편은 고문 끝에 사망. 이후 한정희는 최 회장과 재혼, 자상한 아내이자 어머니로 변신했다. 목표는 하나. 최 회장에게 복수하고, 그룹을 빼앗는 것.
▶ 명언? : 네 아버지가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란 시를 좋아하셨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성재야, 이 에미, 지난 20년간 그렇게 살아왔어. 소리 없는 아우성. 품에 안길 때도, 약을 달일 때도, 이마에 땀을 닦아 줄때도. 지난 20년간 최동성 그 인간 비명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그렇게 살았어. 이젠 소리를 내야지, 우리도. (7회)
▶ 전략? : 적당한 기회를 노려 서윤을 제거하고, 아들 최성재를 회장으로 만들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서윤에게 무한 신뢰를 쌓았다. 가족 그 누구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다. 게다가 최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작전을 구상중이다.
▶ 무기? : 인내심. 속내를 철저히 숨긴 채 27년 이상을 버텼다. 그 결과 최 회장으로부터 성진 장학재단의 주식을 받아 냈다. 성진 시멘트의 차명 계좌의 소유주도 안다. 꾸준히 쌓아 온 8,000억원 이상의 자본금도 든든하다.
▶ 약점? : 친아들이 가장 큰 약점이다. 최성재가 자신의 뜻을 따를 거라는 착각.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다. 사실 최성재는 최서윤 및 최 회장에 대한 정이 깊은 인물. 게다가 회장 자리에 대한 욕심도 없다. 언제든 한정희의 야심을 꺾을 수 있다.
☞ 지지의 변 = 복수는 너의 것이다. 한정희의 가면이 소름끼치지만, 그가 당한 과거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간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잘못이 최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정희의 남편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이런 일은 없었을테니.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