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불과 1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지난해 3월 22일 영화 '건축학개론'이 개봉된 이후다. 이날부터 수지(배수지)의 이름 앞에는 아이돌 대신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했다.
상상, 그 이상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 '미쓰에이'로 받은 사랑을 능가했다. 흔한 말로 차원이 달랐다. 남녀노소 가릴 것도 없이 수지에게 열광했다.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 광고계의 섭외 0순위였다.
하지만 수지의 현실은 첫사랑의 설렘만 있는 건 아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하는 것처럼, 수지는 국민 첫사랑의 타이틀을 얻은 대신 사람들의 기대치를 채워야 했다. 국민 첫사랑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일종의 압박감도 생겼다.
"지금 전 아주 행복해요. 제게 이런 사랑을 보내주신다는게….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그만큼 두렵기도 해요."
지금도, 여전히, 수지는, 국민 첫사랑이다.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주저 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스스로 더 채찍질해야만 했다. 국민 첫사랑으로 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첫사랑으로 산다는 것?
국민 첫사랑으로 산 1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간을 보냈다. 드라마 '빅', '구가의 서'에 출연했고, '미쓰에이'로 돌아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간간히 예능에도 얼굴을 내비쳤고, 틈이 생기면 광고와 화보를 촬영했다. 살인적인 스케쥴이었지만 불평 한 적은 없었다.
수지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신드롬도 언젠가 시들해진다는 것, 그래서 지금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을. "이 관심이 영원할까.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을까. 투정 부릴 때가 아니지 않냐"는 게 수지의 말이다.
수지가 잘하면 잘할 수록 사람들의 기대는 더 높아갔다. 역대 없던 국민 첫사랑으로 남길 원했다. 그게 너무 고맙지만, 그래서 가끔 버겁기도 한 건 어쩔 수 없다. 수지는 이제 겨우 만 19세, 마인드 콘트롤로 안되는 게 너무 많은 나이다.
"국민 첫사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 만큼 부담감도 커졌죠. 더 잘해야한다는 그런 것. 제가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것 같아 무섭기도 하고요. 물론 이런 부담을 당연히 극복해야겠지만, 때로는 힘드네요."
◆ 그래도 수지는 웃는다
그 때 마다 수지를 일으키는 건 과거의 회상이다. 쉽게 말해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을 반복한다. 이 일을 얼마나 원했는지 떠올리며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그 자극제 중 하나가 연습생 때 썼던 일기장이다.
"지칠 때마다 예전 일기를 다시 꺼내봐요. 이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어떤 마음, 각오, 다짐으로 도전했는지 다시 보죠. 막연하게 일을 쫓다보면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달려가는지 잊어버리잖아요. 그걸 다시 일깨워주는거죠."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찾고 있다. 사실 수지는 혼자서 끙끙 앓는 성격이었다. 속마음을 보여주는 건 나약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르다.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감정을 덜어내고 있다. 쌓이기 전에 털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예상 외의 소득도 얻게 됐다. 수지는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냈던 친구에게 속마음을 말하고 있다"면서 "워낙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조금씩 표현을 하다 보니 고민이 해소되더라. 신기한 건, 그게 또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 수지가 꿈꾸는 미래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수지는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누가 등떠밀어서가 아니다. 스스로 택한 일이다. 여유있는 삶이 부럽기도 하지만, "지금은 정신줄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해야 할 때"라며 마음을 다 잡는다.
다행히도 수지 머리 속에는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빼곡하게 차있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위시 리스트도 있다. "계속 국민 첫사랑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면서 "보여줄 것도 많고 변신도 해보고 싶다. 차근차근 진행해볼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가수의 삶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우선 '미쓰에이'의 색깔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했다면, 이젠 확실한 포지셔닝을 갖는 게 목표란다. 미래를 꿈꾸는 그에게서 절로 에너지가 느껴졌다. 수지는 생각보다 더 프로였고, 천생 연예인이었다.
"무대에선 섹시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대의상은 무대의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섹시한 음악이라면 파격적인 의상과 안무가 필요하죠.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수지는 좀 더 폭넓어지지 않을까요. 첫사랑에 머물지 않고…."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