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미겸기자] "둘도 없는 보이스를 가져다 놓고…."
지난 14일, 김예림의 첫 솔로 앨범 티저가 공개됐다. 시선은 끌었지만 뒷맛은 불편했다. 우선 싸늘한 반응이 압도했다. 민소매 티에 비치는 속옷, '인어 목소리' 김예림의 노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평론가들 조차 제작자 윤종신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김예림마저 벗기는 거냐는 불편한 반응이었다. 가요계 섹시의 시대, 결국 대안은 노출밖에 없냐는 자조섞인 비난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게 '올라잇'(All light)이었다. 정확히 3일만에 반응이 180도 바뀌었다. 그동안 불었던 논란은 김예림의 세상 없는 보이스에 묻혀버렸다. 신곡 '올라잇'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오해'는 '이해'가 됐다. 심지어 티저 영상의 의도 마저 공감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무의미한 노출이 아닌, 유의미한 복선이었다는 것. 무엇보다 제작자 윤종신의 선구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대두됐다. 윤종신의 기막힌 김예림 활용법이라는 의견이었다.
◆ "올라잇, 김예림 위한 맞춤옷"
데뷔곡 '올라잇'은 어땠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완벽한 김예림 '맞춤옷' 이었다. 독특하고 신선한 음악 장르, 몽환적인 멜로디, 김예림의 보이스를 돋보이게하는 개성 있는 창법, 세련된 발음 등 모든 면이 맞아 떨어졌다. 김예림을 위한 한 편의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장르는 신선했다. '올라잇'은 지금까지 없던 정체불명(?) 댄스곡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독특한 전자음이 기본 베이스다. 그런데 드럼 비트는 모던 록 분위기다. 여기에 중간 중간 삽입된 남성의 랩이 묘하다. 색다른 보이스를 가진 김예림의 개성을 폭발하게 했다.
멜로디도 김예림에게 딱 맞았다. 폭발적인 고음이나 드라마틱한 전개 대신, 단조롭고 나직한 음으로 곡 전체를 채웠다. 중저음에 강한 김예림의 보이스 톤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 김예림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었다. 독특한 음색도 한층 부각됐다.
◆ "윤종신, 뼛속까지 캐치했다"
사실 김예림은 '슈퍼스타K3' 당시 실패한 경험이 있다. 럼블피쉬의 '예감 좋은 날'을 선곡해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것. 이유는 하나다. 목소리와 어울리지는 않는 파워풀한 노래가 독이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윤종신은 김예림의 그런 단점까지 캐치한 셈이다.
창법도 김예림의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가성과 진성을 절묘하게 오가는 구성이었다. 신비롭게 느껴졌다. 특히 '굿바이' 부분을 부를 땐 끝음을 떨리게 처리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슈스케' 출연 당시 얻은 '인어'라는 별명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가사 배열도 김예림에 안성맞춤. '요즘 난 All right / 너 가도 All right / 이별 따위 All right', '니 생각 All night / 넌 내게 Delight / 안갯속의 Some light' 등 후렴구 끝 부분을 둥글리는 듯한 발음을 택했다. 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김예림은 세련되게 후렴구를 소화했다. 또한 끝 부분에 랩을 하듯 라임을 맞춰 중독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얻었다.
◆ "실력은, 논란 마저 잠재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신곡은 공개되자마자 주요 음원 사이트를 올킬했다. 17일 정오, 벅스, 엠넷뮤직, 네이버 뮤직, 올레 뮤직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실시간 1위에 올랐다. 공개 2일째인 18일에도 1위 자리를 두고 씨스타, 비스트, 애프터 스쿨 등과 당당히 경쟁했다.
완벽한 시나리오. 결국 노출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김예림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 속옷만 입고 아무렇게나 누워, 잠에서 깨 물 한 잔을 마시는 설정. 가사 속 이별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크한 여자를 잘 표현한 방법이었다. 20살이지만 성숙한 이미지의 김예림과도 잘 어울렸다.
그래서였을까. 김예림도 신보에 만족감을 표했다. 18일 쇼케이스에 나온 김예림은 "다른 곡들도 좋지만 '올 라이트'의 경우, 처음 불렀을 때부터 내 노래다 싶었다"면서 "윤종신이 내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됐다"고 그 활용법을 직접 전했다.
결국 정답은 음악이었다. 오랜 기간 프로듀서로 활약한 윤종신의 김예림 활용법은 완벽했다. 가수 맞춤형 프로듀싱 전략이 통했다. 자신의 기존 곡 스타일을 모두 버렸다. 대신 김예림 그 자체를 110% 구현해냈다. 그 결과 김예림의 개성을 고스란히 대중에 전달할 수 있었다.
<사진=송효진기자, 김예림 티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