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서보현기자] "손 앤드류최입니다."
24일 새벽 4시 30분, 손호영(33)이 자살을 기도했다. 동일한 차량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죽음을 시도했다. 다행히 시도는, 미수로 끝났다. 차량으로 불이 번지자 외부로 몸을 피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름이 뭡니까?"
여자친구를 하늘로 보낸 날, 자살 기도로 정신 마저 혼미했다. 하지만 끝까지 의식을 놓지 않았다.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 자신을 걱정할 이들을 먼저 떠올렸다. 그래서 자신을 감췄다.
"손…, 앤드류최입니다"
손호영은 신분을 확인하는 구급대원에게 미국식 이름을 밝혔다. 그러나 생년월일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본명인 손호영이 드러났다. 손호영은 구급대원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됐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Y씨의 발인 날, 그를 따라가려 자살을 기도하고, 실패하고, 후송되고. 손호영의 긴박했던 6시간을 정리했다.
◆ "손호영 자살시도…Y씨와 동일방법"
지난 23일, Y씨 사건이 종결됐다. 강남서에 따르면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시신에 타살점이 없는 명백한 자살로 결론났다. Y씨의 발인식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손호영은 끝까지 고인 곁을 지켰다.
그리고 이날 저녁, 손호영 측은 Y씨가 마지막으로 탔던 그랜드 카니발을 인계받았다. 고인이 탔던 이 차량의 주인은 손호영. 경찰은 "감식 및 부검 결과가 나왔다. 더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면서 차주인 손호영에게 넘겼다.
24일 새벽, 손호영은 여친이 죽은 그랜드 카니발에 다시 올라탔다. 그가 향한 곳은 서빙고동에 위치한 온누리 교회 부근. 평소 Y씨와 자주 데이트를 하던 공용 주차장 교량 밑에 차를 세웠다.
새벽 4시 30분, 미리 준비한 삼발이를 조수석에 세우고 번개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글을 남기고 번개탄에 불을 지폈다. 순간 불이 차량 시트로 옮겨 붙었고, 전체로 번지자 밖으로 피신했다.
◆ "이름이 뭐에요?…손 앤드류최입니다"
새벽 4시 40분경, 화재 신고를 받고 서빙고 안전센터, 용산소방서 등에서 출동했다. 도착 당시 차량은 이미 거센 불길로 뒤덮인 상태. 소방 대원들은 곧바로 진화 작업에 나섰고, 도착 5분만에 차에 붙은 불을 모두 껐다.
현장을 목격한 서빙고 안전센터 관계자는 "불길이 생각보다 거셌다. 차량 내부는 전소된 상태였다"면서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었다. 그 사이로 불길이 나와 외부로 번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손호영은 차량 외부로 피신해 있었다. 화재 진압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소방대원에게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식은 있었다. 이름을 묻는 질문에 "손앤드류"라고 대답한 것. 자신의 신원을 숨기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출동한 소방대원은 "화재 진화 후 상태를 물으니 '어지럽다'고 하더라. 정신이 혼미했지만, 의식이 없진 않았다"면서 "이름을 물었더니 '손앤드류최'라고 답했다.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생년월일을 확인하니 손호영이었다"고 밝혔다.
◆ "차량 내부 전소…유서내용 확인 불가"
그 사이 차량은 용산경찰서 주차장으로 옮겨졌다. 확인 결과 차량 내부는 전소됐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유리창은 모두 깨졌다. 차량 외부 곳곳에는 그을림 등 화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현재 불을 피운 도구를 확인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조수석에서 삼발이가 발견됐다"면서 "삼발이 위에 번개탄을 올려놓고 불을 피우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재는 손호영의 실수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한 감식반 대원은 "번개탄을 피울 경우 차량 내부는 비교적 깨끗하다. 연기에 질식하는 것이지 화재로 연결되진 않는다"면서 "손호영이 삼발이를 세웠다면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서의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차량 주위에 타다 만 종이 조각이 발견됐다는 것을 미루어 무언가 글을 남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용산서 측은 "차가 전소돼 유서가 남아있지 않다. 자살시도 이유는 지금은 확인불가"라고 전했다.
◆ "현재 위험 고비 넘겨…절대 안정 필요"
현재 손호영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발견 당시 간단하게 상태를 점검 받은 뒤, 한남동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소방서 관계자가 응급실까지 동행했고, 정밀 검사가 시작되자 병원에서 철수했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향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오전 11시 공식 브리핑에서 "그래도 위급한 상황은 넘겼다"면서 "현재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당분간 입원 치료가 요구된다. 병원 관계자는 "손호영의 심신이 불안정하다.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약 2~3일 이상 입원해야 한다. 일단 치료를 하면서 향후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손호영은 중환자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외부와의 접촉은 차단됐다. 특정시간 외에 면회도 금지된 상태다. 손호영 측 소속사 관계자들이 입원실 앞을 지키고 있으며, 당분간 치료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사진=이호준·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