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ㅣ칸(프랑스)=특별취재팀] "칸리우드?"
프랑스에서 온 안나 대니 기자는 살짝 자존심이 상한 모습이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죠. 그런 칸이 할리우드에 기댄 모습은 씁쓸합니다. 유럽에 불어닥친 경제위기가 예술·문화 전반으로 이어진 탓이죠."
그의 말처럼, 제66회 칸국제영화제는 '할생할사'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끄는 심사위원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빛낸 개막식,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기록한 최고 평점까지. 이쯤되면, 할리우드의 역습이 아닌 점령이다.
물론 칸과 할리우드는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다. 1994년,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기면서 예술과 흥행의 줄다리기를 시작한 것. 세계 최고 역사의 베니스영화제를 추월한 시점도 할리우드와 손을 잡은 시기와 맞물린다.
하지만 올해처럼 할리우드 의존적인 적은 역대 없없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유럽영화가 올해처럼 약세인 적도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아시아 영화가 주말 레드카펫을 독차지하면서 흥행에 실패한 탓도 있다.
칸리포트, 2번째 이야기는 작품과 흥행에 관한 4가지다.
◆ "코엔형제, 화려한 재입성"
코엔형제가 칸에 돌아왔다. 신작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Inside llewyn davis)로 또 다시 칸을 찾았다. 둘은 지난 1991년 '바톤핑크'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996년과 2001년엔 '파고'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로 감독상을 받았다.
재입성 역시 화려했다. 영국의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20일(현지시간) 경쟁 진출작 20편 중 프리미어를 가진 8개 작품 평점을 공개했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는 4점 만점에 평균 3.3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작품 중 최고 성적이다. 명성을 결과로 증명한 셈이다.
칸 현지 흥행 체감 온도도 최고다. 19일 열린 레드카펫 행사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캐리 멀리건 등 주연 배우와 코엔형제를 보기 위한 인파다. 성공적 시작을 알린 만큼 스티븐 소더버그, 로만 폴란스키 등 거장 감독과의 치열한 경쟁이 기대된다.
◆ "아시아 영화, 칸의 두 얼굴"
올해 4편의 아시아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올랐다. 현지 평가도 긍정적이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터치 오브 신'(중국·지아장커 감독)에 3점, '더 패스트'(이란·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에 2.8점, '라이크 파더, 라이크 선'(일본·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2.7점을 부여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8편의 경쟁작 중 2, 3, 4위다.
현지 평가와 달리 흥행에는 치명타였다. '터치 오브 신'과 '더 패스트'는 금요일(17일), '라이크 파더, 라이크 선'은 토요일(18일) 레드카펫에 올랐다. 아시아 영화를 칸영화제 첫 번째 주말 황금 시간에 배치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관중몰이를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유럽에서 아시아 배우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설상가상,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폭우까지 쏟아졌다. 레드카펫이 시작되도 주말 크로와제 거리는 휑했다. 칸이 주말 흥행을 노렸다면, 이번 일정은 패착이었다.
◆ "유럽 경제 위기, 여파는?"
올해 경쟁 부문 진출작 20편 중 유럽 영화는 11편. 프랑스 영화가 9편으로 가장 많고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 각각 1편씩 내놓았다. 이에 반해 올해 출품한 할리우드 영화는 5편. 단순히 작품 수만 따진다면 단연 유럽 영화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리 높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지미 피(Jimmy P). 영국 영화 전문지 '씨네뷰'는 영화제 다크호스로 선정했지만, 뚜껑을 여니 기대이하다. '스크린 인터네셔널' 별점은 2점으로, 8편 영화 중 7위다.
이는 유럽 전역의 금융 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불황이 영화 산업 전반으로 이어졌다는 것. 'BBC'의 케빈 거히간 기자는 "유럽 경제 위기가 제작사와 배급사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실제로 올해 칸, 유럽영화 수준은 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 "칸, 믿을 곳은 결국 할리우드"
유럽 영화의 약세는 할리우드 강세로 옮겨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가 화제성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에는 프랑스 영화 '준 앤 졸리(Jeune & Jolie)' 레드카펫이 진행됐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더 블링 링' 엠마 왓슨이 받았다.
전문가들도 할리우드에 주목하고 있다. 코엔 형제에 이어 스티븐 소더버그가 칸을 흔들거라는 전망이다. '비하인드 더 캔들라브라(Behind The Candelabra)'가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올라와 있는 상태. 일찌감치 칸의 흥행을 이어갈 영화로 점쳐지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일거수 일투족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캐나다 피터 호웰 기자는 "스필버그로 인해 할리우드 영화가 더욱 주목받는 게 사실이다"면서 "심사위원장인 만큼 그의 성향이 많이 반영될 것 같다. 어떤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길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특별취재팀>
취재=서보현·나지연·김수지기자
사진= 이승훈·김주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