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칸(프랑스)=특별취재팀]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축제는 시작됐다.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Cote d'Azur) 해변에 몰려든 먹구름도 영화에 대한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그렇게 제66회 칸국제영화제는 다시 11일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개막 2일째, 칸은 여전히 뜨겁다. 그 중심에는 3가지 단어가 자리잡고 있다. 볼리우드, 스필버그, 비…. 사실 이 3가지는 그동안 칸이 보여준 것들과 반대의 이미지다. 그래서 더욱 새롭고, 더욱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칸 현지를 달군 화제의 키워드를 풀었다. 칸을 공습한 3가지다.
① 볼리우드 : 인도 영화산업 100주년을 기념하다.
15일(현지시간) 열린 개막작 '위대한 개츠비' 레드카펫.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옆에는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이 함께 했다. 이날 디카프리오는 가장 많은 플레쉬 세례를 받았지만, 밧찬 역시 그에 뒤지진 않았다.
물론 밧찬은 인도영화를 상징하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는 아니다. 개막작을 만든 바즈 루어만이나 공동 주연인 토비 맥과이어, 캐리 멀리건을 뛰어넘는 스포트라이트는 언뜻 이해하긴 힘들다.
정답은 이번 칸영화제의 의미와 관련이 있다. 인도의 영화산업, 즉 볼리우드 100주년을 기념하는 칸의 인사라는 것. 개막작으로 인도배우가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를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칸영화제 집행위는 볼리우드에 대한 배려에 집중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인도배우' 비드야 발란을 초대했다. 멕시코의 유나 예차 기자는 "제 3국에 대한 관심이 칸을 최고 영화제로 만든 힘"이라며 "볼리우드 100년을 기념하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② 스필버그 : 블록버스터 감독이 예술영화를 만났다.
개막식 레드카펫이 끝나면, 개막작 스크리닝이 펼쳐진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영화의 감독과 주연이다. 뤼미에르 대극장에 자리잡은 관객들은 작품을 만든 감독과 열연한 배우가 입장하면 예의상 기립으로 맞는다.
하지만 이날 뤼미에르의 최고 스타는 심사위원단을 이끄는 수장,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스필버그는 심사위원으로는 이례적으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최고의 블록버스터 감독이 최고의 예술영화제에 온 것에 대한 환영이었다.
다음날인 16일까지, 스필버그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황금종려상에 대한 스필버그의 선택을 궁금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랑프리격인 황금종려상은 심사위원장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기자의 예측은 2갈래로 나뉘고 있다. 우선 그의 영화적 성향을 참고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선호하지 않겠냐는 것. 프랑스에서 온 안나 대니 기자는 "황금종려는 심사위원의 취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가 상을 받을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전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편견을 뒤집을거라는 주장.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발레이오 기자는 "스필버그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뚜렷이 구분하는 감독"이라면서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파격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자신과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에 상을 안기지 않겠냐"고 추측했다.
③ 비(rain) : 프랑스 최대 휴양지는, 지금 비, 비, 비.
"It was a starry, storming night."
별이 반짝이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영국 매체 '스탠다드 이브닝'에서 뽑은 칸영화제 개막식 기사 제목이다. 그들은 개막식 레드카펫에 떨어진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니콜 키드먼, 스티븐 스필버그 등을 'starry'(반짝이는 별)로 표현했다.
그리고 또 하나, 개막식 레드카펫을 흠뻑 적신 비에 주목했다. 연중 맑은 칸에 몰아친 비와 바람, 이례적으로 굵었던 빗줄기를 '폭우'에 비유했다. 다른 해외 매체 역시 "폭풍우를 뚫고 할리우드 별들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주요 내용으로 다루었다.
현지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까지 비는 계속 내릴 예정이다. 강수 확률 90%이상. 신기한 건, 공식일정이 시작되면 거짓말처럼 비가 멈춘다는 사실. 16일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헬리' 포토콜과 레드카펫 모두 우산없이 진행됐다.
니스에 사는 레슬리 마틴 씨는 "10년째 칸영화제를 찾았지만, 올해처럼 짖궂은 날씨는 처음"이라면서 "비오는 개막식은 처음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칸을 찾는 영화팬은 올해도 만원이다. 우산이 불편할 뿐, 축제는 축제다.
<칸영화제 특별취재팀>
취재=서보현·나지연·김수지기자
사진= 이승훈·김주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