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최인경기자] 김조광수 감독이 자신의 결혼을 발표하고 동성 파트너를 공개했다. 이어 동성 결혼에 대한 견해를 솔직하게 밝히며 앞으로의 다짐을 전했다.
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그의 동성 파트너 김승환(30)이 함께 자리했다. 이와 같은 동성 커플의 공개적인 결혼은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김 감독이 공개적인 행보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김 감독은 "성소수자에게도 이성애자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결혼이다. 이 메시지를 아름답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공개 결혼은 지난 2005년부터 계획했다. 김 감독은 "결혼이 혼자만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마침 2005년부터 나와 함께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해 그 꿈이 드디어 실현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혼식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물꼬를 트겠다는 각오다. "나이 성별 국적 인종 모든걸 떠나서 한 개인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번 결혼을 시작으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결혼식은 성대하게 진행된다. 축의금은 성소수자 인권운동 센터를 마련하는 기금으로 쓰인다. 그는 "오는 9월 7일 공개적인 장소에서 결혼식을 한다"면서 "축의금이 많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큰 장소를 물색 중이다"라고 전했다.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인 부부가 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현재로서는 반려될 가능성이 높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면서 "해외 선진국들의 이슈는 이미 동성애자들의 육아와 노후의 삶까지 발전했다. 그런 이슈에 대해서도 앞으로 계속해서 신경 쓸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종교적인 견해 차이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감독은 현재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다. 그는 "천주교도 빨리 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하나님이 이야기한 건 사랑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멈추고 사랑을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해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또한 영화제작사 '청년필름'의 대표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해피 엔드', '와니와 준하', 등 10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다음은 김조광수, 김승환과의 일문일답>
▶ 왜 공개적인 결혼을 택했나? 동성애 결혼은 대한민국 최초다
"이 사회에서 이성애자들만 결혼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동성애자들도 이성애들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내 결혼식이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으면 했고, 이 메시지를 아름답게 전달하고 싶었다"
▶ 결혼 보도 후, 네티즌들의 찬반 양론이 일기도 했다
"해당 보도를 접하고 우습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네티즌은 '이 결혼은 불법이니 국가에서 고발할 수 있냐'는 쪽지를 보냈더라. 이 결혼은 불법이 아니다. 단지 합법이 아닐 뿐이다"
▶ 결혼을 준비하기까지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사람은 동성애자 구분 없이 똑같다. 우리도 마냥 좋기만 하지 않았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화해하고 때로는 너무 사랑해서 깨물어주고 싶기도 하다. 제일 힘든건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 양가 부모님 모두 결혼을 허락해 주셨고 축복해 주셨다"
▶ 결혼은 언제, 어디서 진행되나
"오는 9월 7일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에게 축의금을 모아 동성애 인권 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관의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센터이지만, 우리나라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축의금이 많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큰 장소를 물색 중이다"
▶ 결혼식에는 누구를 초대할 예정인가
"반기문 UN 사무총장, 문재인 의원, 박근혜 대통령 등을 초대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와 정치적으로 다른길에 서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기에 당연히 초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 한국 사회를 이끄는 많은 분들을 초대하겠다. 성소수자 인권을 앞당기는 일을 도와준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겠다"
▶ 향후 혼인신고도 할 예정인가
"결혼식 후에 당연히 혼인신고를 할 것이다. 하지만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반려된다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다. 국회의원을 설득해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동료들에게 의견을 묻는 다양한 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 자녀를 입양할 생각도 있나
"요즘 세계적인 추세가 동성결혼 합법화와 동성커플의 자녀 입양이다. 관련 법안도 속속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자녀양육에 대해서는 큰 생각이 없다" (김조광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욕구는 있다. 하지만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떠나서, 부모로서 준비가 된 사람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만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된다면 당연히 아이를 입양해서 잘 키워보고 싶다" (김승환)
▶ 9년 간 연인 사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귀면 사귈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프러포즈도 내가 했다. 지난 2010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수상 기념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공개적인 자리였지만 프러포즈를 했고, 그 자리에서 'OK'를 받아냈다" (김조광수)
"스스로가 행복하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서로가 만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많이 했다. 김조광수 감독을 만남으로써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됐다. 그 전까진 주변이 원하는 사람에 머물러 있었다" (김승환)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