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김수지기자] "'뮤뱅' '방점'때문에 고생했는데…."
한 가수 매니저의 하소연이다. 풀어쓰면, KBS '뮤직뱅크'에서 '방송점수'를 따기 위해 애썼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직뱅크'의 경우 음반판매 점수보다 방송출연 점수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상위에 랭크되려면 '죽자고' 방송에 출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뮤뱅은 방점때문에 힘들었는데, 인가(인기가요)는 SNS 점수라고요?"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이 다시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SBS-TV '인기가요'를 시작으로 오는 4월 6일에는 MBC-TV '음악중심'도 순위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미 시행중인 KBS-TV '뮤직뱅크'까지 합하면 3사 모두 주간별 차트를 공개한다.
문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사실. 순위를 빌미(?)로 자사 프로그램 출연을 조장한다. 음원·음반 등의 집계 방식이 명확치 않아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방송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컴백과 동시에 KBS 예능을 순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시 부활한 순위제.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우선 '뮤직뱅크'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짚었다. 향후 음악 프로그램의 과제도 살폈다.

◆ K차트의 주객전도…"음원·음반 < 방점"
'뮤직뱅크'는 매주 1~100위까지
문제는 방송점수다. 방송점수(20%)의 경우 음반점수(5%)보다 반영 비율이 높다. 음악적 성과보다 방송 충성도를 더 높이 산 것. 실제로 음반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 예능에 한 번 더 나오는 게 점수를 높이는데 용이하다.
음원점수가 65%의 비중을 차지한다지만, 음원 비중이 방송 비중보다 높다고 할 수 없다. '뮤뱅'이 만든 '점유율' 산출법 때문이다. 1위~100위까지 음원 총 판매량을 집계해 이를 곡당 판매량으로 나눠 점유율을 뽑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65%라는 비중의 점수를 1위부터 100위까지 나눠먹는 구조다.
단, '방송점수'는 다르다. 점유율을 따지지 않는다. 일정 횟수 이상 방송에 출연하면 20%를 따먹을 수 있다. 실제 지난 11일 방송, 틴탑의 '긴생머리 그녀'는 음원 '2172'점, 음반 '1656'점을 얻었다. 음원 점수는 컴백 5주차인 '씨스타'보다 낮았다. 하지만 방송점수로 '7143'점을 얻어 '씨스타'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 방송점수 기준? 모호한 집계방식
그렇다면 방송점수는 공정하게 집계될까? 집계 방식은 모호하다. '뮤직뱅크' 이경윤 PD는 "방송점수는 KBS에서 음원이 송출된 횟수로 집계된다"며 "20초 이상 해당 음원이 나오면 점수에 반영한다. 단, 라디오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KBS 방송점수 집계 기관인 '차트 코리아' 측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관계자는 "뮤직뱅크가 매주 120개의 곡 리스트를 보내준다"며 "KBS TV와 라디오를 모두 녹화해 포함된 곡이 있는지 체크하고 자료를 전달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방송점수에 대한 기준은 KBS 내에서도 엇갈린다. 담당 PD는 '라디오'는 제외라고 하고, 집계 대행사는 '라디오'를 포함시킨다고 말한다. 게다가 방송점수는 KBS 전체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한다. 음악프로에 한정된 게 아니라 예능프로, 교양프로 등 음악과 상관없는 방송 출연 점수까지도 반영한다.
이는 방송사의 '꼼수'로 이어진다. 마음만 먹으면 특정 가수의 순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자사 프로에 반복 출연시키고, 뮤직 비디오를 틀고, 배경음악(BGM)으로 깔면 방송점수는 올라간다. 미국 '빌보드'의 경우 음원과 음반 판매, 라디오 점수로만 순위를 집계한다. 일본 오리콘은 순수 음반 판매량으로만 차트 순위를 매긴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방송점수 비중이 크다보니 순수한 음악 활동만 해서는 밀릴 수 밖에 없다"면서 "음반 판매보다 방송을 잡는 것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PD의 눈도장을 찍기위해 KBS에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토로했다.

◆ 다시 부활하는 순위제, 괜찮을까?
비단 '뮤직뱅크'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인기가요'와 '음악중심'의 순위제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방송점수도 문제지만 특정 기획사나 팬덤에 유리한 방식이 적용돼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기가요'는 음원 다운로드(50%)+SNS(30%)+선호도(20%)를 합산해 순위를 선정한다. '음악중심'은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영상 조회수+음원·음반 판매+방송출연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단 1위는 시청자 문자 투표를 더해 발표한다.
가요 전문가들은 '뮤직뱅크'의 폐해가 고스란히 재연될 것이라 예상했다. 결국 자사 방송에 유리한 것들이 첨가되지 않겠냐는 우려다. 일례로 뮤직뱅크의 경우, 2008년 1월 11일 방송점수의 비중이 0%였다. 그러나 불과 1달 10일 뒤인 2008년 2월 23일, 방송비중을 20%로 올렸다.
SNS 점수나 문자투표 등 집계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대형 기획사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가요 관계자들은 "거대 팬덤을 가진 아이돌에게 점수가 몰릴 수 밖에 없다"면서 "양극화는 심각해질 것이며, SBS는 대형 기획사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은 곤란하다는 이야기.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직뱅크는 가수들의 방송 기여도로 차트를 만들고 있다"면서 "순위제를 시행하려면 공신력이 담보돼야 한다. 방송사의 기획사 조련 수단으로 악용되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