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조선이 이 모양이라 내가 덕을 봅니다만?” (쿠도 히나)

“조선은 다들 나라 못 팔아 안달이라던데?” (희성의 일본 애인)

“내 가배(커피) 맛은 몰라도, 친일하고자 하는 마음은 둘째가라면 서럽네” (호텔 여급 성희롱하는 친일파)

지금까지의 서사는, 이게 다 조선때문이다. 

먼저, 유진 초이(이병헌 분)는 노비의 아들이다. 김희성(변요한 분)의 조부가 유진의 어머니를 성노리개로 넘기려 했다. 부모는 반항하다 죽고 유진만 간신히 탈출했다.

구동매(유연석 분)도 비슷한 경우. 백정의 아들로 온갖 수모를 겪는다. 심지어 어머니는 평민에게 강간을 당한다. 구동매는 일본으로 건너갔고, 낭인이 됐다.

이완익(김의성 분)은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지주의 눈 밖에 났고, 땅을 빼앗겼다. 그의 형제 자매들은 굶어 죽었고, 그 역시 조선을 떠난다.

김은숙 작가는 유진과 구동매, 이완익의 사연을 (악랄한) 조선에서 찾았다.

물론, 통속극 혹은 복수극이라면 이런 상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의병(義兵)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여기서 잠깐. ‘미스터션샤인'(이하 ‘미션’) 작품 소개다.

“노비로, 백정으로, 아녀자로, 유생으로, 천민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원한 단 하나. 돈도 이름도 명예도 아닌, 제 나라 조선의 ‘주권’ 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름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항일투쟁사다.”

김은숙의 결말은 성대하다. 하지만 항일투쟁사로 가는 과정은, 어딘가 불편하다. 조선인을 괴롭히는 조선인. 조선인에 당하는 조선인. 조선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조선이다.

그래서 이들의 첫 복수 대상도, 조선인이다. 반면 일본과 서구 열강은, 침략자인 동시에 근대화의 상징이다. 점등식, 호텔, 기차, 학당…. 제국주의가 주입한 근대문물에 환상을 불어 넣는다. 식민사관이다.

단언컨대, 드라마는 허구다. 그러나 역사를 다룰 땐, 신중해야 한다. 감정이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은숙 작가의 상상은 위험하다.

‘디스패치’가 드라마 속의 조선과 실제 역사의 조선을 비교했다. 적어도, 친일파에 설레일 순 없.으.니.까.

① 운요호 사건을 제안한 건 조선인이다? 

☞ 미스터 션샤인 : 이완익은 친일파다. 신미양요 이후 물러나는 미국을 보고 혀를 끌끌 찬다. “미국은 틀렸어”라며 다른 거래 대상을 찾는다. 바로, 이토 히로부미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5만 원만 주면 조선을 주겠다. 조선은 더 크게 팔 물건은 못 된다. 운요호 1대면 잠긴 조선을 때려부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 Fact : 이완용은 1882년(당시 25세)에 문과에 급제했다. 본격적인 친일의 길을 걸은 건, 1905년 즈음으로 알려진다. 즉, 당시에는 그런 권한이 전혀 없었다.

다음은 조일수호조규를 체결하는 과정이다. 1873년 대원군 실각 후 고종은 일본과 조약 체결을 고려 중이었다. 1874년 9월부터 양 나라가 교섭 및 회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조선의 결단을 앞당기려 운요 호 사건을 일으킨다. 미국이 일본에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학습한 것. 무력 시위를 통해 불평등 조약을 체결했다.

☞ Dispatch :  김은숙의 상상대로라면, 조선인이 직접 운요호 사건을 제안했다는 얘기다. 조선이 자청해서 나라를 팔았다? 위험한 상상이다.

② 조선인들이 변절한 이유는, 조선인 때문이다? 

☞ 미션 : 유진 초이는 노비의 아들이다. 김희성의 조부가 유진의 어머니를 성노리개로 넘기려 했다. 부모는 반항하다 죽었다. 유진만 간신히 탈출해 미국으로 갔다.

구동매도 비슷한 케이스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수모를 다 겪었다. 심지어 어머니가 평민에게 강간당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낭인이 됐다.

이완익은 가난한 소작농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지주의 눈 밖에 나 땅을 빼앗겼다. 형제 자매들은 굶어 죽었고, 이완익은 조선을 떠났다.

쿠도 히나(김민정 분)도 그렇다. 부친 이완익이 일본인과 강제로 결혼시켰다. 남편이 죽고 호텔을 물려받았다. “조선이 이 모양이라 내가 덕을 본다”고 냉소한다.

☞ 디패 : ‘미션’은 변절의 원인을 조선에서 찾는다. 유진, 동매, 쿠도히나 등 3명의 주요 캐릭터가 변절자다. 조선 때문에 친미했고, 친일했고, 친일中이다. 

그 계기 또한 올드하기 그지없다. 강간 혹은 강간 위협 상황에 놓인다. “그래,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네”라는 동정을 일으킨다.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는걸까. 

③ 동매는 친일파 ‘오야붕’이다? 

☞ 미션 : 동매는 ‘흑룡회’의 한성 지부장이 되어 돌아왔다. 참고로, 제작진은 동매가 ‘겐요샤'(현양사) 간부의 눈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현양사’는 명성황후 시해 주도 단체 겸 흑룡회의 상부 조직이라는 설명. 친일파 미화 논란이 일자 단체명을 가상의 친일단체 ‘무신회’로 바꿨다.

☞ Fact : 미우라 고로 공사가 겐요샤(현양사), 천우협 등 우익 낭인들과 을미사변을 주도했다. 당시 고종은 왕권을 강화했고, 이들은 “국면타개 방책은 민비 제거 뿐”이라며 명성황후를 시해했다.

을미사변의 주범들은 일본에서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개선장군 대접을 받았다. 일본은 줄곧 “대원군이 주모했다”, “낭인들이 우연히 살인한 것”이라며 사실을 은폐·왜곡해왔다.

즉 겐요샤(현양사)와 흑룡회 모두 일본의 극우단체다. 일본이 조선·만주를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특히 흑룡회는 친일단체 ‘일진회’와 함께 한일합방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참고문헌 : 근대 일본의 조선침략과 대아시아주의>

☞ 디패 : 동매는 매력있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짝사랑하는 애신을 아픈 눈빛으로 바라본다. 애신을 위한 키다리 아저씨 설정은 덤. 칼을 휘두를 땐 야성미를 발산한다. 

김은숙 작가는, (뒤늦게) 가상의 친일단체로 이름을 변경했다. 그래봤자, 늦었다. 유연석은 ‘멋짐’을 연기할 것이고, 시청자는 최악의 친일파(동매)를 보며 설레야 한다.

④ 조선인의 복수는, 먼저 조선인에게?

☞ 미션 : 동매가 조선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복수다. 어머니를 모욕한 평민 아낙네들을 살해했다. 한 평민 아주머니의 발목을 칼로 절단했다. “그렇게 평생 개처럼 살라”고 일갈했다.

유진도 다르지 않다. 4회에서 부모의 원수를 찾아갔다. 바로, 희성의 부모다. 유진은 곧바로 총구를 겨누며 물었다. “시신을 수습했느냐”.

☞ 디패 : 조선을 떠난 이유를 조선으로 설정했다. 그 복수의 대상도, (아직까진) 조선인이다. 물론 그들은, 어떤 계기로 항일투쟁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쁜 조선인을 처단하는 한 많은 친일·친미파? 딱, 그 정도다. 

⑤ 미국은 민주적이고, 조선은 차별적이다? 

☞ 미션 : 유진은 동양계 최초의 美 해병대 장교다. 영사 대리로 조선에 파견됐다. 자신이 조선인이 아닌, 미국인이라 자부한다.

그가 로건 테일러를 암살 시도한 이유는 조선을 위해서가 아니다. 미군의 품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조선의 품위도 떨어뜨렸다”고 반박하는 애신에겐, 한 마디 일침.

“애초에 조선이 떨어질 품위가 있었던가?” (유진)

애신에게 “주목받지 말라”고 경고할 때도, 미국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미군의 총은 양반 상놈 안 가리니까. 민주적이다”고 전한다.

☞ Fact : 남북전쟁 이후 헌법이 수정돼 노예제가 폐지됐다. 흑인은 (문서상으로) 평등한 시민이 됐지만, 차별은 여전했다. 흑인에 대한 린치도 계속됐다.

그 결과, 1880~1890년대 흑인 농민 봉기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미국은 (유진의 말대로) 양반과 상놈을 안가렸을지 모른다. 단, 피부 색은 아주 확실히 가렸다.

☞ 디패 : ‘미션’에서 미국이 조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미개’다. 고종 황제의 공첩에 절하는 역관을 보며 “미개하다”고 손가락질한다. 유진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조선은 품위없고, 차별이 심하며,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입장.

⑥ 구한말은 낭만의 시대였다?

‘미션’ : 수많은 조선 사람들이 진고개 점등식을 즐겁게 구경한다. ‘불란서 제빵소’의 눈깔사탕은 애신조차 먹어보고 싶어하는 최고 인기 아이템.

글로리 호텔은 사교의 장이다. 부녀자들은 호텔에 모여 노름을 즐기고, 연초를 피우고, 연애를 한다. 양장을 입은 남자들은 가배(커피)를 즐긴다.

평민 소녀들은 줄지어 신식 학당에 다닌다. 알파벳으로 노래를 부르고, ‘러브’를 하고 싶다며 얼굴에 홍조를 띈다.

전차(쇠당나귀)와 기차도 나온다. 특히 기차는 동경의 대상. 함안댁은 “만들긴 왜놈들이 만들었어도, 운전은 조선사람이 하지 않냐”며 기차 탑승을 기대한다.

☞ Fact : 일본 극우주의자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다. 일제가 사회 간접 시설을 확충, 조선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특히 일제는 철도를 독점 건설하며 조선에서 각종 이득을 챙겨갔다. 철도는 식량 수송, 군 병력 이송, 의병 탄압 등에 유용하게 쓰였다.

일제는 철도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조선의 농토를 2,000만 평 이상 거저 빼앗았다. 연 인원 1억 명이 넘는 조선인을 동원, 하루 12시간 이상 부렸다.

☞ 디패 : 이응복 감독이 영상미를 과시할 수록, ‘미션’은 아슬해진다. 조선인들이 서양 문물을 (신기하게) 즐기는 모습만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조선 사람들의 고통과 열강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⑦ 일본의 이권 침탈 과정은 대사로 처리한다? 

☞ 미션 : 일본의 실제 만행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운요호 사건, 강화도 조약, 을미사변, 갑오개혁, 아관파천, 이권 침탈 과정 등이 모두 대사로만 나왔다.

“한 나라의 황후가 시해당했습니다. 나랏님은 이 나라 저 나라 황제에게 글로 손을 벌립니다. 그 덕에 서양 대국들이 줄지어 조선에 간섭합니다.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 (애신)

“조선 황제에게 민비의 죽음을 일깨워라. 그날의 비명을 잊지 말라 해라. 모든 밤 잠 못들게 하고 매순간 불안하게 만들어라. 여우사냥을 계속할 거라 해라.” (이토 히로부미)

☞ 디패 : 김은숙의 풍부했던 상상력은, 일본 만행 부분에서 급격히 빈약해진다. 대신, 흔한 클리셰만 가득하다. 일본군이 여인을 희롱하거나, 평민 소녀와 부딪치고 행패를 부리는 식. 유진과 동매에게 악행을 가했던 조선인들과 대비될 수밖에 없다.

⑧ 조선의 노력은 ‘총’ 뿐이다?  

☞ 미션 : 애신은 의병이다. 친일 성향을 보인 미국 공사를 암살했다. 그 외에는…, 신식 학당에 등록하고, 눈깔사탕을 사먹고, 양혜(서양 신발)를 맞추고, 기차를 탔다. 

스승 장포수는 미군의 총을 한 자루 훔치고, 애신을 가르쳤다. 활빈당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대사로만 언급된다. 여기까지, ‘미션’의 1902년 전후 사정이다.

☞ Fact :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 직후인 1896년 전국 각지에서 의병투쟁이 불붙었다. 의병장은 대부분 유생이었고, 농민들이 의병을 담당했다. 이들은 일본군, 거류민, 단발 강행 관리들을 처단했다.

“국모의 원수를 갚아야한다”는 상소와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방들을 붙였다. 예를 들어, 문석봉이 충청도 보은에서 거의(擧義)했으며, 김창수(백범 김구)의 의병 투쟁이 이어졌다.

고종의 아관파천 이후 친일 내각이 무너졌다. 고종은 “단발령을 중지하고 의병을 해산하라”고 칙유를 내릴 정도. 일부 의병은 그럼에도 “왜놈과 개화 역당들 때문에 해산할 수 없다”며 맞섰다. <참고문헌 : 한국근대사와 의병투쟁>

구한말 나라가 넘어가는 것을 보며, 상인들은 상권수호 운동을 펼쳤다. 관리들은 방곡령으로 일본의 미곡 유출에 맞섰다. 독립협회도 언론집회운동과 자주국권 수호운동을 진행했다.

☞ 디패 : 김은숙이 그린 약 30년(1871년~1902년). 조선 사람들의 노력은 총 한 자루로 대변된다. 물론, 김은숙은 그 ‘총’마저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친일파 미국 공사 1명 암살이 끝. 그 외 사회 각지의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 D-eye : “유럽에는 사연있는 나치가 있나요?”

한 네티즌이 물었다. 유럽에서 나치를 그릴 때, 그들의 학살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다루는지…. 극단적인 비교지만, 다른 이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다시 말해, 기록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있을 법한 상상을 해야한다. 식민지 근대화는 결코 낭만적일 수 없으며, 친일파의 사연은 절대 동정받을 수 없다.

아직 일본은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지금 미션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된다. ‘그럴 수도 있겠네’, 혹은 ‘그럴 수 밖에 없었네’의 감정은,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