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원로배우 김인문이 향년 7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원인은 방광암. 고된 투병 생활이었다. 하지만 고인은 끝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몸을 추스르는 와중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연기혼을 불태웠다.
고인에겐 연기가 전부였다. 지난 2005년 8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힘든 상태였지만 영화 '독 짓는 늙은이' 주인공 송노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 해 3월엔 방광암까지 발병했지만 연기에 대한 고집을 꺾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까지 촬영을 마쳤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장애인방송인협회'를 설립, 회장을 역임하며 제자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장애인 배우인 강민휘와 길별은에게 오는 5월 방영될 SBS-TV 드라마 '유쾌한 삼총사(가제)' 출연 기회를 주는 등 삶의 마지막까지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다.
고인이 된 여운계 역시 마지막 가는 길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배우다. 고인은 지난 2007년 신장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제주도에 요양을 가서도 만류하는 가족들을 뿌리치고, 끝내 서울로 올라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2009년, 폐암 투병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인은 입원 직전까지 KBS-2TV 드라마 '장화, 홍련'을 촬영했다. 병세가 악화 돼 3일만에 하차를 결정했지만, 당시 절친한 동료 연기자였던 전양자에게 자신의 배역을 넘기면서 연기에 대한 본분을 다해 귀감을 샀다.
3년 전 타계한 탤런트 박광정도 그랬다. 박광정은 향년 46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연기 혼을 불태웠다. 고인은 2008년 초,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MBC-TV 드라마 '누구세요'에 출연하면서 끝까지 연기 생활을 이어나갔다.
연극 무대에도 애정을 쏟았다. 고인은 폐암 투병 생활 중 자신의 연기 고향과도 같은 연극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연극 '서울노트'의 연출을 맡아 후배 연기자 및 제작자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됐다. 이 외에도 많은 연극 작품 활동을 하며 본보기가 됐다.
2007년 작고한 중견배우 홍성민도 남다른 연기혼을 펼쳤다. 고인은 2004년 당뇨합병증인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은 후 연기생활을 중단 했었다. 하지만 꾸준한 재활 끝에 KBS-2TV 드라마 '사랑과 전쟁', 영화 '펀치 레이디' 등을 통해 마지막까지 활동할 수 있었다.
영화배우 겸 연극배우 김일우 역시 2004년 위암으로 별세하기 전까지 연기혼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영화 '목포는 항구다' 촬영 중 위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으나 연기를 끝까지 했다. 사망 직전 까지도 영화 '신부수업'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투혼을 보였다.
이들에겐 연기는 곧 삶이고, 삶은 곧 연기였다. 연기가 있었기에 행복했고, 연기가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병마와 싸울 때도 연기만이 휴식처였고, 위안이 됐다. 식지 않은 연기 열정이 있었기에 고인들의 삶은 죽음, 그 후까지도 팬들 곁에 오래 남아있다.

<글=나지연기자, 사진=이호준기자, 제공=KBS, 영화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