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aptch=서보현기자] "김하늘도, 로코는 어렵죠."
드라마 '로망스'와 '온에어',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7급 공무원', '너는 펫'까지…,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를 섭렵(?)했다. 본인과 딱 맞는 장르여서일까. 어떤 로코도 기본 이상이었다. 흥행까지 받쳐주니 믿고 보는 배우라는 평가도 달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신사의 품격'(이하 '신사')에서 장동건과 꽃다운 로맨스를 펼쳤다. '신사' 신드롬의 한 축을 110% 소화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시작하며 김하늘에게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의외다.
"저 사실은요.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정말 힘들어요."
김하늘을 만났다. 인터뷰 주제는 '로코'였다. 솔직하게, 화통하게, 때로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앗다.

◆ "신사의 부담?…장동건이잖아요"
사실, 김하늘에게 '신사'는 시작부터 부담이었다. '로코퀸의 귀환'이라는 세간의 기대도 어깨를 눌렀다. 게다가 파트너는 장.동.건. 1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대한민국 대표배우와 로맨스를 펼쳐야 했다. 주위의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신사'는 초반 저조한 시청률에 머물렀다. 시청자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설상가상 김하늘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지금까지 그렇다 할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당황스러울 법도 했다.
"스스로는 제 연기톤이 맞다고 여겼죠. 한데 오버라는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욕심이 너무 많았구나, 싶었어요. 강약조절이 안된거죠. 게다가 서이수라는 캐릭터가 너무 힘들었어요. 한 장면에서 웃었다 울었다 화냈다 하는 등 감정변화가 심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여지없이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일단 연기에 힘을 뺐다. 그는 "캐릭터를 눌러가면서 연기를 했다. 그랬더니 이수와 점점 더 가까워졌다"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감정 연기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 "로코의 정답?…정답이 없지요"
'신사'가 유별났던 건 아니었다. 로코 연기를 할 때면 늘 겪는 일이라 했다. 그래도 명색이 로코퀸인데, 의아했다. 고개를 가우뚱거리자 김하늘은 말을 이어갔다. 시청자에게 로코는 가볍고 쉬운 장르지만, 배우에게는 그 반대라고.
"전 로코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멜로와 스릴러는 감정폭이 좁아요. 대신 깊죠. 하지만 로코는 연기폭이 정해져있지 않아요. 그저 넓은 편이죠. 어느 정도가 정답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던져놓고 연기하고 내가 맞았는지 생각해 볼 수 밖에요."
게다가 리얼해야 한다. 믿기(?) 어렵지만, 더 현실적이어야 한단다. 실제 모습처럼 보여야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김하늘은 "로코에서는 나라면 어떡할 것인지 늘 염두하면서 연기한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야만 로코와 그 캐릭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김하늘은 로코에서도 한껏 긴장한다. 풀어져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지만 연기에 힘은 빼도 마음가짐은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게 배우의 기본 자세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김하늘이 14년 동안 꾸준히 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였다.

◆ "로코의 여왕?…오늘보단 내일이"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건, 매번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테다. 한 작품 한 작품을 더하고 어려움에 부딪힐 수록 배우 김하늘은 발전했다. 그저께보다 어제가, '어제보단 오늘이 성숙하다'는 김도진의 말처럼.
"배우라면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성숙해질 수 밖에 없어요.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살다 나오기 때문이죠. 물론 그 정도나 수치는 알 수 없지만요. 저는 '신사'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고 또 한 번 성장했어요."
힘들어하면서도 늘 로코를 즐기는 것도 이 때문일까. 그에게 로코는 (영화와 드라마 구분없이) 늘 하고 싶은 1순위 장르 중 하나다. 실제로 '블라인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직후 '너는 펫'을 하기도 했다. 매번 더 나아지는 로코퀸을 기대해봐도 좋을 일이다.
"제가 연기 욕심이 많거든요. 멜로와 스릴러, 또 로코는 늘 하고 싶어요. 매번 그래왔죠. 지금까지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여러 장르를 할 수 있었는데요. 미래에도 그런 길이 펼쳐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도 제가 더 많이 노력할게요."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