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칸(프랑스)=특별취재팀] "칸에서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 기쁩니다."
한국의 홍상수 감독과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만났다. 이들은 2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팔레 드 페스티벌 내 컨퍼런스 룸에서 열린 '다른 나라에서'(이하 다른 나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전세계 언론 앞에 영화를 소개했다.
'다른 나라'는 위페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진 영화다. 모든 이야기가 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위페르가 전부는 아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만남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소통을 담아내려 했다.
홍상수 감독에게 '다른 나라'에 관한 몇가지 키워드를 질문했다. 홍 감독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 묻고, 그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한 방법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위페르 | 존경하는 여배우와의 만남
홍상수 감독과 이자벨 위페르. '다른 나라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 화제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20일 열린 '다른 나라에서'의 기자 시사회와 21일 시작된 포토콜 및 컨퍼런스에는 수많은 외신이 참석,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가장 궁금해 한 건 홍 감독과 위페르의 만남. 홍 감독은 "지난 해 5월 위페르가 사진전 때문에 한국에 왔다. 그때 만나 영화에 출연하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승낙했다"며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여배우였던 만큼 나 역시도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과 위페르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 하다.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프랑스 영화 색채에 가깝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위페르가 전혀 무리없이 영화 속에 녹아들었다는 반증이다. 둘의 호흡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 해석할 수 있다.
◆ 메시지 | 개개인이 결국 다른 나라
'다른 나라'는 프랑스 영화가 한국의 작은 해변마을에 여행와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홍 감독에 따르면 이 제목에는 2개의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문자 그대로, '다른 나라에서'다.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겪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제목 안에 담긴 '행간'을 강조했다. 한 외국인이 낯선 나라에서 겪는 에피소드가 협의의 제목이라면, 한국인과 외국인의 소통,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소통은 광의의 의미라는 것. 눈에 보이는 제목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가길 주문했다.
홍상수 감독은 "관객에 영화에 몰입해서 본다면 단지 낯선 나라에서 겪는 재밌는 경험만 보이진 않을 것이다"면서 "결국, 각자가 마치 섬에 사는 것처럼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이구나, 라고 느꼈으면 했다"고 숨은 뜻을 설명했다.
◆ 표현방법 | 유머와 클로즈업
이번 영화에서 홍상수 감독이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식은 유머다. 칸에서는 영어와 불어로 자막 처리돼 공개됐다. 그럼에도 불구 유머를 읽어내는 공감대는 통했다. 실제로 기자 시사회 당시 대부분의 외신 기자들은 홍상수식 유머에 배꼽을 잡았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다 만들고 그에 대한 반응을 계속 흡수하고 살피는 편이다"면서 "외국 사람들도 이번 영화를 보고 즐거워했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영화 속 유머가 어떻게 외국인의 정서를 관통했는지는 잘모르겠다"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카메라 워킹에 대한 궁금증도 쏟아졌다. 이번 영화에서는 극단적인 줌인과 줌아웃이 사용된다. 홍 감독은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촌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여주고 싶을 때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극 중 리듬을 깨지 않는다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즐겨 사용한 이유를 풀이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포토콜과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칸에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에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레드카펫과 공식 상영을 진행, 전세계 언론 앞에서 영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칸영화제 특별취재팀>
글=임근호·나지연·서보현·김수지기자
사진=김용덕·이호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