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이명구기자] 한류전문가로 불리는 코다마 아이코가 정사장면을 중심으로 본 영화 '뽕'은 어땠을까. 사실 이미숙, 이대근 주연의 1985년작 '뽕'은 한국에서 조차도 에로영화의 경계선에 걸쳐있다. '뽕' 시리즈에 출연했던 조형기 역시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작품을 들먹이며 희화화시키기도 했다.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인 나도향의 소설이 원작인 '뽕'이 에로영화의 상징처럼 전락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물며 일본에 영화가 소개되면서도 정사장면 때문에 거론된다는 것은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코는 일본에 '관능영화'라는 장르가 있다면서 한국에서 높이 평가되는 작품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글을 시작한다. 하기야 대종상 영화제 특별상,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음악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이 있으니 평범한 영화는 아닌 셈이다.
'한국영화 정사장면 100선'에서 다뤄진 '뽕'의 제목은 '아름다운 유부녀의 슬픈 성'이다.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유부녀가 벌이가 없는 남편 때문에 생존을 위해 몸을 판다는 스토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아이코는 주연배우 이미숙이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어머니 역을 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정사장면에 이미숙이 도전했다면서 묘사한 대목을 보자. '가끔 돌아온 남편은 아내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하고 억지로 얼굴을 성기로 끌어당긴다...외간 남자와 잠자리를 하면서 '아, 크다'라고 헐떡이며 신음소리도 낸다. 가슴을 완전히 노출한 것은 불과 한번이지만...'
아이코는 '뽕'에 대해 유머가 가득 그려져 있어 대단하다면서 감독의 연출이 빛나는 작품이라는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린다. 그럼에도 아이코가 매긴 '에로별점'은 별 다섯개 중 2개에 불과했다. 이것은 에로영화처럼 비친 '뽕'이 일본의 관능영화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심각한 문제는 한국영화에 대한 아이템 접근법 자체가 의도적으로 선정적인데다 영화에 대한 해석 역시 완전 엉터리라는데 있다. 만약, 일본인들이 아이코의 칼럼을 토대로 한국영화를 인식한다면 '역사왜곡' 못지 않은 '문화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영화 전체를 에로영화로 전락시킨 아이코의 불순한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영화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아이코의 엉터리 혐한류 영화론에 대해 실체를 알리고 작은 태클이라도 걸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