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강내리기자] 정성껏 요리한 음식이 있다. 신선한 재료를 썼지만, 2% 심심한 맛이다. 이때 적정량의 천연 조미료를 뿌리면? 맛이 한결 풍성해지고 감칠맛이 나게 된다.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는 숨은 비법이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있는 캐릭터를 돋보이게 양념을 쓰고 있다. 소품과 대사 등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거나, 드라마 속 설정을 강조하는 식이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재미까지 더해져 호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 속 깨알같은 디테일을 살펴봤다. 극 중 소품과 설정 등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었다.
◆ 깨알같은 소품 효과
소품 하나도 남달랐다. 드라마 속 시대 배경을 반영했고, 캐릭터의 성향을 담았다. 비록 카메라에 잡힌 시간은 짧았지만, 디테일한 소품들은 당시 상황을 한마디로 압축해 보여줬다. 드라마 전개에, 혹은 드라마 배경에 상당히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KBS-2TV '적도의 남자'에서는 이장일(이준혁 분) 캐릭터를 책 하나로 표현했다. 이장일의 책장에는 낡은 표지의 '범죄심리학'이 꽂혀져 있었다. 평소 그가 이 책을 많이 봤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한지원(이보영 분)과 함께 본 영화 '태양은 가득히'도 남달랐다. 고등학교 동창을 찔러 죽인 뒤 바다에 유기한다는 내용은 극중 이장일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KBS-2TV '사랑비'는 1970년대 시대배경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윤희(윤아 분)이 인하(장근석 분)에게 건넨 편지 속에는 "고맙읍니다", "미국으로 떠나게 됐음니다" 등의 표현이 적혀있었다. 극중 배경은 1970년대. '-습니다' 표기법이 표준어로 정해지기 전이었던 시대 상황을 고려한 설정이었다.
SBS-TV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캐릭터의 취향을 깨알같이 반영했다. 극 중 이각(박유천 분)과 여회장(반효정 분)일가의 만남 중 식탁 위에 놓인 음료가 그 것. 다른 사람 앞에는 모두 커피잔이 놓였지만, 이각의 앞에는 요구르트가 놓여있었다. 현대로 넘어온 뒤 달달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설정에 맞는 장면이었다.
◆ 리얼리티 살린 디테일
리얼리티를 살린 장면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살린 경우도 있었다. 드라마에서 실존 인물을 언급하거나 화면에 등장시키는 식이었다. 드라마에 현실감을 주면서 의외의 재미를 주는데 효과적이었다.
'옥탑방 왕세자'는 출연 배우를 다방면으로 출연(?)시켰다. 휴대폰 전화번호 명단에 출연진의 이름을 채워 넣은 것. 이각의 휴대폰에 등록돼 있는 이태성, 정유미 등의 이름이 비춰지면서 깨알같은 재미를 더했다.
MBC-TV '더 킹 투하츠'는 하지원의 인맥을 적극 활용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남자 스타를 거론한 것. 강동원, 조인성, 현빈, 비 등을 보면서 열광하는 하지원과 그들을 평가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SBS-TV '부탁해요 캡틴'은 실존 인물로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김윤성(지진희 분)이 올해의 기장에 선정되면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것. 또 이 모습이 미국 유력매체 '뉴욕타임즈' 1면에 실렸다. 합성작업으로 리얼리티를 추가한 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