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수지기자] "내 이름은 대체불가 여배우입니다."
이 여자, 얼굴은 천상 여자다. 한데, 고난위도 액션을 한다. 게다가 거침없는 말투까지. 망가지는 것 또한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 터프한 면이 있는 반면, 한없이 여릴 때도 있다. 한 번 사랑하면 그 누구보다 헌신적이다.
누구에게 이런 역할을 맡길까? 하지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대체불가 여배우가 있다. '안방극장'에는 하지원과 정려원, 충무로에는 김민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누구도 쉽게 소화하지 못할 역할을 누구보다 쉽게 소화하고 있다. 마치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자연스럽다.
대체불가 여배우의 독보적인 매력을 살펴봤다.
◆ "이 배우, 이 역할에 딱!"
대체불가 여배우의 공통점은 확고한 캐릭터다. 자신의 스타일을 정확히 파악, 제 몸에 맞는 역할을 입은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와 스토리를 선택하고,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 말투와 행동으로 싱크로율 100%를 완성했다.
하지원은 액션과 로코가 결합된 장르에서 독보적이다. 우선 멜로 연기가 탁월하다. 사랑할 때 느끼는 희노애락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여기에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액션까지 가능하다. 드라마 '다모', '시크릿가든', '더 킹' 등에서 유일무이한 액션신을 소화했다.
김민희는 몽환 연기의 달인이다. 모델 시절 갈고 닦았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기에 녹아 들었다. 특히 표정 연기는 압도적. 김민희는 얼굴 움직임으로 소녀와 여인, 순수와 광끼 등을 넘나 들고 있다. 영화 '화차'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100% 드러냈다.
천방지축 연기는 정려원을 따라갈 배우가 없다. 오만해도, 거만해도, 얄밉지 않다. 화려하고 트렌디한 이미지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이후 유아독존 캐릭터는 더욱 공고해졌다. 여배우 중에서는 흔치않은 포지셔닝을 차지하게 된 것.
◆ "포지셔닝, 어떻게 만들었나?"
독보적인 포지셔닝, 노력의 결과였다. 캐릭터를 자신에 맞춘 게 아닌, 자신을 캐릭터에 빙의시켰다. 외적인 변화는 물론 내적인 변신도 꾀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캐릭터처럼 꾸몄다. 심지어 밥 먹고 잠 자는 습관까지 바꾸었다.
하지원의 경우 캐릭터의 생활화를 실천한다. '더킹' 속 북한 여군을 연기하기 위해 24시간을 사투리와 액션에 힘썼다. 소속사 관계자는 "촬영에 들어간 후 서울말을 쓴 적이 없다. 늘 사투리 강사와 붙어 다니며 사투리로 대화한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북한말을 쓴다"고 말했다.
정려원의 캐릭터 빙의도 놀랍다. '초한지'에 등장한 여치 스타일 모두 정려원의 아이디어. 빨간 머리와 비비드 컬러 의상 모두 그가 생각해낸 것들이다. 이처럼 외적인 면부터 내적인 부분까지 변화시켰다. 욕처럼 들리는 단어를 찾기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다니기도 했다.
김민희는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화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극중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그대로 받아 들여 몰입도를 높였다. 또 상황에 맞는 표정 연기를 보이기 위해 변영주 감독과도 끊임없이 소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캐스팅 1순위, 살아있는 경쟁력"
덕분에 캐스팅 1순위 배우가 됐다. 탁월한 선구안과 연기력도 인정받은 상태다. 실제로 하지원의 경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인식이 통용되고 있는 중이다. 전담 연기가 배우의 신뢰도까지 상승시킨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충무로와 브라운관 모두 여배우의 스펙트럼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개성과 입지를 세우고 있어 더 눈에 띈다"며 "연기력은 물론 호감도까지 상승해 경쟁력면에서 압도적이다"라고 말했다.
독보적인 포지셔닝은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원은 '더 킹' 압도적인 연기를 보이며 1위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김민희의 경우 '러브픽션', '건축학개론' 등 경쟁작 속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캐릭터에 잘 맞는 배우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청자와 관객 역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배우를 선택하기 마련"이라며 "그런 면에서 이들의 행보에 주목할 만 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