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수지기자] 아이돌 나라에 '올드보이'가 살았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올드보이가 아닙니다. 생각이 많아서 올드보이도 아닙니다. 그저 단 하나의 이유. 몇 년 째 김치 볶음밥만 먹다보니…, '올드보이'가 됐습니다.
하지만 혀는 점점 굳어 갔습니다. '랩' 담당이 아니길 천만다행입니다. 혀를 빠르게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몇 년 더 '김볶'만 먹다가는 목젖까지 굳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올드보이'는 투쟁을 선언합니다.
철저히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디서 폭탄선언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안녕하세요'에 나가볼까,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할까? 고개를 흔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속사에 독설을 날릴 사람은 김구라 밖에 없습니다. '라디오스타' 뿐입니다.
"나는 김치 볶음밥이 싫어요. 미각을 잃었거든요."
지난 3일, 토요일 밤입니다. 압구정 거리를 방황(?)하던 기자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실망반, 기대반의 표정을 짓는 그는 다름아닌 '올드보이'.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그의 핫플레이스인 '김밥천국'입니다.
둘의 대화는 '안봐도 비디오'였습니다. 이러지 않았을까?
가상으로 꾸며봤습니다.
"AC, 또 김천이야?" (이준)
"이모, 김볶에 계란 둘요." (매니저)
"또, 또, 또?" (이준)
그 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아래 표정을 보시죠.
"진짜? 진짜지? 진짜다?"
분명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니, 상상도 못할 일이 생긴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올드보이'가 저리 신나게 웃을 수 없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김밥천국에서 저리 해맑을 수 있단 말인죠?
이준이 달라졌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환경이 변한거죠. 드디어 메뉴 선택권이 생긴 것입니다. 마치 아주 많이 주문을 해 본 사람처럼, 이준은 다리를 꼬는 여유도 부렸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메뉴판을 응시했습니다.
천진난만 이준이라면 이런 뜬금없는 퀴즈를 내지않았을까요?
"김천의 3대 세습?" (이준)
"??" (매니저)
"요즘 스케줄이 힘드냐?" (매니저)
"김볶-참볶(참치 볶음밥)-소볶(소고기 볶음밥)이잖아." (이준)
히딩크 말 틀린 것 하나 없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먹어도 먹어도 스틸 헝그리라고 했던가요? 마침내 '김볶' 탈출의 꿈은 이루어졌고, '소볶'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습니다. 게다가 계란 프라이까지 떡 하니 올려져 있으니 천군만마가 따로 없었을겁니다.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카메라를 당겼습니다. 소고기와 함께 볶아진 하얀 쌀밥이 입에 들어가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쌀 한 톨 한 톨의 질감과 색감을 표현하고 싶어 무리하게 당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봐! 여기 메뉴가 얼~마나 많은데, 50개도 넘는데…"
"또 다시 김볶 시켜주면, 국물도 없어!"
한데 너무 많이 먹었나요? 밥을 다 먹은 이준, 입에 휴지를 갖다 대더군요.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위에 들어간 음식을 다시 입 밖으로 끌어 올리는 '더러운' 상상을 하신 건 아니죠? 그것은 일종의 감촉 테스트였습니다. 혀를 좌우로 굴려 끝 촉감을 체크하는거죠. 결과는요? 스크롤 내리면 공개하겠습니다.
"형형형! 나, 미각이 돌아왔어!"
"비타민에서 C맛이 나. 이거 비타민C 맞지?"
저 거만한 눈빛이 보이시나요? 진정 '미각돌'의 위엄이 느껴집니다. 더이상 못 느낄 맛이 없다는 패기도 드러납니다. '올드보이'가 아닌 '맛집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도 보입니다. 그렇게 이준은, 소고기 볶음밥 하나로 의기양양, 사기충천해졌습니다.
"나, 미각돌 엠블랙 이준이야!"
그리고 그물처럼 촘촘한 지갑을 열었습니다. '미각수복' 기념, 한 턱 쏠 모양입니다. '이온음료' 이상의 지출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겠습니까? 지금 '미각돌' 이준은 맛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을겁니다.
"형, 내가 쐈다!
"나는 딸기맛"
"바나나맛은 어때?"
이런 소탈한 아이돌이 또 있을까요? 흔히 말하는 스타의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를 알아보는 시선에도 여유롭더군요. 하긴, '소볶' 품었고, '딸우'에 마시니, 세상 무엇이 부럽겠습니까. 매니저와 함께 압구정 한복판을 유유히 걸어 갔습니다.
이준은 현재 가수와 예능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예능에서는 순수청년. 이준이 보여주는 두 가지 반전 매력에 수많은 여성 팬들이 푹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사진=이승훈·민경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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