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구·임근호기자]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다.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필리핀 현지에서 환전업을 하는 A씨는 신정환과의 만남에 대해 '도깨비에게 홀렸다'는 표현을 썼다. 이틀, 단 이틀 사이에 2억 원이라는 큰 돈을 빌려준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며 허탈한듯 말했다.
"귀신에 홀리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어요. 다 제 잘못이죠. 정말 미쳤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큰 돈을 빌려줬는지…. 감언이설에 속았어요. 연예인이라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설마 설마 한거죠."
국제전화로 들려오는 A씨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신정환에게 빌려준 돈보다 그에게 속은 자신이 부끄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돈을 빌려줬을거라며 이내 스스로를 위안했다.
'디스패치'는 1일 국제전화로 A씨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과 관련,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A씨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A씨는 신정환에게 돈을 빌려줬고, 그가 바카라를 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 "5,000만원 채우시죠. 제가 공인인데…."
신정환이 필리핀 세부를 찾은 건 8월 말. 선배라 부르는 지인 2명과 함께 세부시티에 있는 워터프론트호텔 카지노를 찾았다. 필리핀 현지에 거주하는 A씨가 신정환을 만난 것도 이 때. A씨는 "한국에 있는 지인이 (신정환에게) 밥이라도 사주라는 부탁을 받고 호텔에서 만난 게 처음이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밥 한 끼도 같이 못먹었어요. 만나자 마자 카지노로 올라가 게임을 하더군요. 한국 돈으로 700만 원 정도 들고 온 것 같았어요. 선배 2명이 게임을 했고, 그 옆에서 100만원 씩 쪼개서 하더군요. 금새 돈을 잃었고 제게 다시 찾아 왔습니다."
A씨와 신정환의 악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신정환은 A씨에게 2,000만 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A씨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원래 환전업을 하는 그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2,000만 원은 곧 5,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한국에서 당장 송금받아 갚겠다며 3,000만 원을 더 빌려달라고 한 것. A씨는 "2,000을 날리자 5,000을 채우자고 했다"면서 "'내가 공인인데 그 돈 하나 못 갚겠냐'며 되레 큰 소리도 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1억 송금받기로 했어요. 3,000 더"
순식간에 5,000만 원을 날린 신정환. 열이 오를 때로 오른 그는 A씨에게 '10만원', '10만원'하며 일명 '뽀찌'를 받아가기 시작했다. A씨는 신정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신정환에게 돈을 빌려준 댓가로 카지노로부터 에이전트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제가 빌려준 돈으로 바카라를 하게 되면 저(에이전트)는 잃은 돈의 3%을 카지노 측에서 받습니다. 그게 바로 에이전트 커미션이죠. 신정환도 그 사실을 알고는 제 몫으로 떨어지는 수수료를 받아 텍사스 홀덤, 마바리 게임 등을 했습니다"
도박은 멈추지 않았다. 10만 원 짜리 판을 전전하던 신정환은 급기야 A씨에게 다시 3,000만 원을 더 빌려 달라고 했다. A씨가 난색을 표하자 신정환은 일본에 있는 지인이 1억 원을 금방 송금하기로 했다며 걱정말라고 안심, 또 안심시켰다고 한다.
"제 바로 옆에서 전화를 거는 겁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언제 1억을 보낼거냐고 연기를 하더군요. 설마 돈 잘버는 연예인이 1억을 못빌려서 거짓말을 할까 생각했던거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3,000만 원을 더 빌려줬습니다."
◆ "내 몸값이 얼만데, 2억 원 쯤이야!"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신정환이 8,000만 원을 잃는 동안 함께 온 선배는 4,000만 원을 땄다. A씨는 선배에게 신정환의 돈을 대신 갚아줄 것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돌려막기였다.하지만 선배는 A씨의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신정환은 혼자 남게 됐다. 아니 혼자 남아 빚을 갚겠다며 A씨에게 다시 돈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더이상 돈이 없다고 하자 신정환은 '내 스폰서인 모 회장님이 5억을 들고 오기로 했다', '내 몸값이 얼마인지 아냐', '우리 회사에서 내게 투자한 돈이 얼만데', '이깟 돈 하나 못 갚아서 날 여기에 놔두겠냐', 그 정도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환전업을 하냐' 등등의 말로 얼루고 달래더라고요."
A씨는 세부 현지에서 십년 이상 환전업을 했다. 온갖 노름쟁이를 겪었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교훈도 얻었다. 그러나 신정환 앞에서는 자신의 원칙도 무용지물이었다. 그의 말재주 앞에 자신도 모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결국 A씨는 필리핀 현지인으로 부터 돈을 빌렸고, 신정환에게 다시 빌려줬다. 그 돈이 자그마치 1억 2,000만 원. A씨는 불과 이틀 사이 신정환에게 총 2억 원의 돈을 갖다 받치게 됐다. 그의 표현을 빌려 '어디에 홀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 셈이다.
◆ "뎅기열 자작극, 그리고 잠수, 도주"
돈을 빌려준 A씨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돈이 쓰이는 목적이 카지노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이 역시 도박 방조죄에 해당한다. 게다가 A씨는 뎅기열 자작극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세부닥터병원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연락해 가짜 진단서를 부탁한 것이다.
"방송이 펑크가 난 이후 매스컴에서 신정환 세부 목격담이 나돌았습니다. 다급해진 신정환이 병원을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죠. 응급실에 입원해 가짜 진단서를 꾸미면 해결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알아봤습니다. 어쨌든 아무 탈 없이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한거죠. 그래야 제가 빌려준 돈도 받을 수 있을거라 얄팍한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었다. 신정환 뎅기열은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신정환은 마카오에서 넘어온 지인 B씨를 만나 이른바 '잠수'를 탔고, A씨는 병원 입원실을 끝으로 더이상 신정환을 볼 수 없었다.
"세부를 빠져나간 뒤에 네팔에서 연락이 왔더군요.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경비 1,000만 원만 빌려 달라고요. 한국으로 가야 빌린 돈도 빨리 갚지 않겠냐 하더군요. 그리고 일본에 있을 때 다시 연락이 왔어요.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빌려준 돈의 액수를 줄여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 "드러난 축소진술, 밝혀야할 의혹"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 과정을 떠나 자신의 목적 또한 순수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다. 어떤 변명에도 불구 그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돈을 움직였다. 그런 그가 지금에 와서 모든 것을 털어놓은 이유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2억 원을 어떻게 받아 내냐고요? 이젠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신정환은 끝까지 저를 악용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저지른 죄는 처벌받겠습니다. 별도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의 부도덕성은 정확히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A씨의 말은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지난달 31일 검찰이 도주의 우려가 없는 연예인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신정환이 조사를 받는 동안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구속수사가 이루어진다면 경찰이 밝혀야 할 의혹은 또 있다. 막탄 호텔에서의 도박 여부다. 현지 교민 및 관계자에 따르면 신정환은 뎅기열 사건이 터진 이후 또 다시 막탄 카지노에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정환의 일관된 부인으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다 정확한 수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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