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서현영 통신원(마드리드)] "언플일까, 팩트일까?"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그룹 'JYJ'의 유럽투어 첫 콘서트. 같은 공연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최고의 공연'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고, 다른 한 쪽에서는 '지나친 언플'이라며 깍아 내리고 있다.
호들갑과 비아냥,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이루는 까닭은 무엇일까. '언론보도'와 '공연직찍'의 차이 만큼 칭찬과 비난의 간격도 크다. 일례로 관객수만 해도 그렇다. 현지 동행한 언론이 일제히 '관객 3,000명', '매진사례'로 입을 모았다. 반면 현장 사진을 본 팬들은 "저게 3,000명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디스패치'가 갑론을박 중인 논란 검증에 나섰다. 우선 마드리드 현지 통신원을 통해 공연을 본 3명의 팬을 만났다. 콘서트 스폰서인 '문화원'과 '한식당' 관계자와도 통화했다. 유럽투어를 주최한 현지 프로모터에게 질문을 던졌고, 바로셀로나 현지 진행을 도운 스태프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대립쟁점은 총 6가지다. '과연 3,000명이 왔을까', '공짜티켓을 뿌린건가', '외신의 반응은 어땠는가' 등에 대한 것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언론이 지나치게 과장한 내용도 있었다. 이른바 '언플'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이 지나치게 깍아 내린 장면도 있었다.
쟁점 1. JYJ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연. 지난 달 10일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보도자료에서 80%의 티켓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공연장이 5,000석 규모임을 고려할 때, 씨제스에 따르면 이미 4,000석이 팔린 셈이다.
공연 당일, 한국 매체 보도의 관객인원은 3,000명.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뒷자리가 텅 빈 공연장 내부를 근거로 3,000명은 턱도 없다고 추측하고 있다. 언론의 호들갑이라는 것. 그렇다면 실제로 콘서트를 관람한 인원은 몇 명인걸까. 한국 문화원 관계자와 현지 프로모터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으로부터 사진도 제공 받았다.
A. 결론부터 말하면 4,000명도 3,000명도 아니다. 현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1,000명~2,000명 내외의 사람들만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콘서트가 열린 바르셀로나 '포블레 에스파뇰' 공연장 수용 가능 인원은 총 5,000명. '디스패치'가 현지교민 탁빛나(20)에게 제공받은 사진을 보면 스탠딩 석 중 절반 이상은 비어 있다.
당일 공연장을 찾은 탁빛나 씨는 "절대 2,000명이 넘진 않았다. 내가 찍은 사진만 봐도 뒤가 훤히 비어 보였다"면서 "관계자 및 스태프 등도 꽤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야광봉 불빛이 보이는 그 지역이 팬들의 전부인 셈이다"고 말했다.
스페인 한국 문화원 한 관계자는 '디스패치'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래 공연장 규모가 5,000석이다. 절반이 좀 안되는 걸로 봐서 2,000명 정도 온 것 같다"면서 "뒤가 텅 비어 보이는 것은 뒤에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몰려와서 그렇다"고 증언했다.
티켓을 판매한 프로모터의 입장은 어떨까? 유럽투어를 진행하는 현지 프로모터 '오픈뮤직' 관계자는 2일 본지와의 통화해서 3,000장을 팔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솔드아웃이 아니다. 다 팔지 못했다"면서 "베를린도 아직 매진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르셀로나보다 호조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RPDP'(Radio Programas del Peru)는 유일하게 스페인어로 공연 리뷰를 쓴 매체다. 단 이 매체는 스페인이 아닌 페루 언론이다. 이 매체 공연 후기에 따르면 관객은 1,000여명. "바로셀로나 콘서트에 1,000명의 팬들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쟁점 2. 현지에서 JYJ 인지도는 어느 정도일까. 공연을 본 한 관람객은 '씨제스'가 제공한 사진에만 백인이 보일 뿐, 실제로는 아시아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내 언론은 스페인 뿐 아니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각국과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심지어 남미에서 원정 온 팬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팬들의 비율은 어떨까.
A. '팬덤' 비율에 대해서는 그 의견이 각각 갈렸다. 우선 교민인 탁빛나 씨는 아시아 팬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계가 절반을 차지했다"면서 "공연장 분위기는 좋았다. 끝날 때 까지 자리를 이탈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각국에서 다양한 팬들이 운집했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JYJ에서 현지 스태프로 일한 한 관계자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팬들이 모여 들었다. 유럽 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에서 건너 온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물론 아시아계가 다수였지만, 세계 각국에 다양한 팬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라우라(20)는 일부 백인 팬들에 대해 '오타쿠'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 현지에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오타쿠'들이 많다. 그들이 일본문화에 빠졌고, 그러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K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다"면서 "이번 콘서트가 '망가페스티벌'과 함께 열렸기 때문에 오타쿠 경향의 팬들이 마드리드에서 꽤 넘어왔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공연장 내부의 반응. 적어도 콘서트를 찾은 사람은 열광적으로 JYJ의 공연을 즐겼다는 것. 내부 응원 열기가 뜨거웠던 건 사실이다. 탁빛나(20) 양은 "분위기는 열광적이었다. 모인 팬들은 제각각 이었지만 JYJ를 응원하는 마음 만큼은 똑같았다"라며 "끝날 때까지 야광봉을 흔드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쟁점 3. JYJ는 바르셀로나에서 단독 콘서트 당일 오전 망가 페스티벌 공연에 참석했다. 총 2곡의 노래를 부르며 현지 800여명의 팬들을 만났다. JYJ가 참석했던 망가 페스티벌은 무엇일까. JYJ 콘서트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A. JYJ는 10월 29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오스피탈렛 지구에서 열린 '제17회 망가 페스티벌(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일본 출신이 아닌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다. '망가 페스티벌'은 매년 6만명 이상이 몰리는 축제. 대부분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석한다. JYJ는 초청받아 무대에 올랐다.
스페인 언론의 망가 페스티벌 보도에 따르면 JYJ는 망가 페스티벌에서 선정한 몇 개의 캐릭터 중 하나로 뽑혔다. 그래서 초청을 받았고, '겟 아웃'과 '인 헤븐' 두 곡의 무대를 꾸몄다. 당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바르셀로나 공연을 기획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망가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고, 날짜를 맞춰 공연을 치뤘다.
현지 문화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망가 페스티벌은 스페인 한류 열풍에 크게 기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망가(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본 문화에 빠진 '오타쿠'. 그들이 가진 일본에 대한 관심이 고스란히 K팝으로 전이된 것이다. JYJ의 스페인 공연은 망가 페스티벌과 시기를 같이 한 것도 이런 상승효과를 노린 것이다.
쟁점 4.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콘서트 티켓이 지나치게 남발(?)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VIP 초대권을 남발했다는 것. 공연 스폰서를 맡은 스페인 문화원과 한식당(서울정) 등에서 초대권을 나눠줬고, 덕분에 공짜 관람이 많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A. 정답은 '아니다'. 공짜로 표를 받았다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이 있지만, 이 부분은 확인이 불가능했다. 주최측인 프로모터와 기획사인 씨제스가 얼마나 배포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현지 문화원이 기획사로부터 받은 VIP 티켓은 확인됐다.
스페인 문화원 관계자에 따르면 공짜로 받은 VIP 초대권은 총 50장. 하지만 한국 문화원이 마드리드 한 곳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초대권을 뿌릴 수 없었다. 관계자는 "공연 바로 전날 문화원으로 50장의 VIP 티켓이 왔다. 마드리드와 바로셀로나까지의 거리가 있어서 초대권을 배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수들의 해외 콘서트는 대부분 문화원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문화원에게 VIP 초대권을 보내는 건 관례다. 해외 공연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보답차원이다. 올해 비스트가 마드리드에서 공연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 당시 문화원에서는 공연 초대권을 받아 배부한 바 있다.
단, 또 다른 메인 스폰서인 한식당 '서울정'은 식사 제공 등 현물지원 역할을 했다. 티켓 배포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서울정'은 '디스패치' 통신원과의 통화에서 "JYJ 프로모터가 1년 전부터 도움을 요청해 수락했다"면서 "현금을 지원하진 않았다. 그냥 음식을 제공하는 정도였다"고 답했다. 식당에서 공짜 티켓을 나눠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처리했다.
쟁점 5. 씨제스 측은 JYJ 스페인 기자회견 당시 50여개의 주요 TV와 신문 등 현지 매체가 취재 경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일부 국내 매체는 현지 매체 '엘문도'가 "JYJ는 3명의 섹시한 저스틴 비버다라고 극찬했다"며 인용보도했다. 실제 JYJ에 대한 해외 언론 보도는 얼마나 됐을까. 정말로 언론 1면을 장식할 정도로 극찬을 받았을까.
A.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니다. JYJ의 스페인 공연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에 등자하는 저명 매체에 소개가 거의되지 않았다. 해외 언론 매체 50여군데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JYJ를 취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직후에 열릴 '망가 페스티벌' 공연 취재차 왔다가 들른 매체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JYJ와 관련된 언론 보도는 거의 없었다. 문화원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JYJ 기사를 다룬 스페인 언론은 딱 2군데 뿐. '엘문도'와 '라반구아르디아'에서 다뤘다. 하지만 이 역시 JYJ의 공연 후기가 아니다. 망가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기사에 한국 가수 JYJ가 참석했다는 내용을 덧붙인 것이다.
스페인 유력지 '엘문도'의 JYJ 언급을 예로 보자. 기사 전문에서 JYJ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단락이다. "JYJ는 섹시한 스타일의 저스틴 비버다. 그들은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Ayyy GIRL'로 미국 시장을 열었다"는 게 전부. 나머지 망가 페스티벌에 관한 내용이 90%를 차지한다. 또한 '엘문도'나 '라반구아르디아' 어디에서도 JYJ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다.
페루 언론 'Radio Programas del Peru'(이하 RPP)에서는 JYJ의 스페인 공연을 메인 소식으로 다루긴 했다. 남미에서 불고 있는 K팝의 뜨거운 인기를 반영한 것. 'RPP'에는 K팝 섹션까지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JYJ 스페인 공연 역시 이 K팝 섹션에서 다루어졌다.
공연에 참석한 교민, 문화원 및 프로모터 관계자 등의 증언을 종합할 때, JYJ의 스페인 공연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실제 관객은 2,000명 내외에 불과했고, 빈자리는 눈에 띄었다. 해외의 관심도 아직까지 크게 없는 정도. 해외 언론 2군데가 보도한 것에 불과했다. 이 역시 망가 페스티벌 보도에 JYJ를 살짝 언급한 수준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잡음 속에서도 JYJ의 꾸준한 도전은 평가 받을만하다. 스페인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건 한국 가수 중 JYJ가 처음이다. 첫 시도, 첫 발걸음이라는 자체에 의의가 있다. 미약하나마 K팝의 첫 발을 내딛고, 스페인에 존재를 알렸다는 건 뜻깊다.
<사진제공=서현영 통신원,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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