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까지 200보↓

무대까지, 150보

무대까지,70보

무대까지, 30보

무대까지, 1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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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결국 쓰러졌습니다.

[Dispatch | 오사카(일본)=김수지기자] 사실 3시간 전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저 팬들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에….

배우 김남길이 약 2년 만에 일본 팬들과 만났습니다. 지난 27일 오사카에서 팬미팅 '로드쇼'(Road Show)를 개최했는데요.

그야말로, '길사마' 였습니다. 그의 일본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10대 소녀부터 70대 할머니까지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손에 손을 잡고요. 

김남길의 인기 요인요? 공연을 봐야 알수 있습니다. 무대를 직접 볼 수 없다면? 지금부터 '디패Go'에 집중해주세요.

먼저 리허설 현장입니다. 

배우, 아니 가수 수준이었습니다. 올 라이브 밴드가 악기를 점검하는 동안 김남길은 노래에 집중했습니다. 무려 8곡을 준비했는데요. 그 실력이 수준급이었습니다.

"혹시 큐시트 보셨나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모두 김남길 아이디어입니다. 팬들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너들을 만들었어요." (관계자)

먼저, 감정 잡고

"앗, 잠시만요"

단 1곡도 쉽게 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김남길은 직접 보컬 트레이너까지 섭외했는데요. 노래 중간 중간 수시로 음정과 박자를 체크했습니다.

"여길 올려요?"

김남길은 성대를 적시고

다시 감정을 끌어올렸습니다.

필살기는 또 있었습니다. 바로 피아노입니다. 김남길이 영화 스케줄을 쪼개 연습을 했습니다. 피아노치는 김남길이라니, 셔터를 누를 수 밖에요.

"영화가"

"아닙니다"

"팬미팅입니다"

리허설은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문제(?)의, 그 앵콜무대 연습이 이어졌습니다. 정말 이 때만 해도 엄청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김남길은 오히려 계속해서 현장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팬들과) 즐길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구석 구석 객석을 누볐습니다.

"객석에서"

"깜짝앵콜"

"딱, 기다려"

리허설이 끝났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꽃.단.장.

자, 이제 김남길의 얼굴을 감상할 시간입니다. 한데 저 멍(?)한 눈빛, 도대체 무엇을 '때리고' 있는 건가요.

눈을 감아도 

눈을 떠서도

연주는 계속된다.

김남길은 메이크업을 하면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화장대를 건반 삼아 피아노 삼매경.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오랜만에 일본 팬들을 만나요. 굉장히 떨립니다. 초조하네요. 물론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남길)

 "24시간 연습中"

"긴장X초조"

"이제 만나러 갑니다"

사실 팬들의 마음은 더욱 애가 탔습니다. 김남길을 보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몰려 들었습니다. 각자 만든 플래카드를 들고 추억을 남기리….

"남길 오빠"

"우리 아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김남길은 인사 대신 피아노곡 '어느 봄날'을 연주했습니다. 팬들은 시작부터 숨죽여 감상했습니다.

"어느 봄날"

"오프닝으로 짧지만 강렬한 피아노곡을 준비했습니다. 이 봄날을 기억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팬들이 웃더라고요. 지적인 남자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팬들이 웃는 이유는요? 바로 김남길의 '입담' 때문입니다. 실제 그는 사석에서 가장 웃긴 배우 중 1명으로 손꼽힙니다.

역시나, 첫 인사부터 남다릅니다. 

"여러분 '로드'가 길이라는 뜻이죠. 제 이름에도 '길'이 들어가 있고요. 제가 걸어온 길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로드쇼'라고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연 1부가 시작됐습니다. 근황 토크로 문을 열었는데요. 일상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즉석에서 취미인 기타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해요. 애완동물과 함께 놀다보면 힐링이 되더라고요. 또 최근에는 기타를 배워어요. 실력 한 번 보여드려요?"

"쑥스럽지만…."

갑자기 팬들의 눈빛이 초롱해졌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컴백 이야기가 나온건데요. 김남길이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과 '판도라' 촬영을 끝냈고요. 또 영화 '마이엔젤'을 준비 중입니다. 멜로, 스릴러, 블록버스터 등 다양해요."

다음은 힐링 토크입니다. 김남길은 팬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해결 방법을 찾아줬는데요. 주부팬 이이다 요코의 사연부터 들어보시죠.

"제겐 21살 된 연극배우 딸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굴도, 몸매도 좋지 않아요. 개성파 배우로 살아 남아야 하는데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요코)

"배우는 외모로 평가받는 직업이 아니에요. 얼굴, 몸매보단 개성이 중요하죠. 지금 따님이 굉장히 힘들게 꿈을 펼쳐가고 있을 겁니다. 옆에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세요. 큰 도움이 될거에요" (김남길)

팬미팅은 쉴 틈 없이 진행됐습니다. 토크 시간을 마치고, 2부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김남길은 시크한 수트를 입고, 김현철의 '달의 몰락'을 열창했는데요.

"'달의 몰락'은 제가 초등학교 때 카세트 테이프로 즐겨 듣던 노래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싶어서 2부 오프닝곡으로 골라봤어요."

"♪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몰락?"

김남길의 수준급 실력 덕분인가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습니다. 일부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습니다.

발라드로 분위기를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앞서 도쿄 공연과는 다른 트랙 리스트입니다. 빌리어코스티의 '소란했던 시절에'와 이적의 '빨래'를 열창했습니다.

김남길의 콘서트는 계속됐습니다. '사랑의 시', '너에게 기대' 등 자신의 애창곡을 연달아 불렀는데요. 팬들은 눈을 감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앵콜무대.

팬들이 애타게 "앵콜"을 외칠 때, 객석에서 김남길이 등장했습니다. 팬들은 깜짝쇼에 격한 반응을 쏟아 냈습니다.

김남길은 객석 곳곳을 다니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손을 잡았습니다. 다소 아찔한 장면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달달한가요?"

"우리 악수해요"

김남길의 거침없는 팬서비스때문일까요. 공연장이 마비가 됐습니다. 경호원들도 속수무책이었는데요. 통제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습니다.

공연 관계자도 놀라워 했을 정도입니다. 일본팬은, 세계에서 가장 얌전한 매너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김남길이, 한 방에 무너트렸죠.

"무대까지"

"30보"

"무대까지"

"10보"

"무대까지"

"무, 무대까지"

"도.착."

장장 3시간 펼쳐진 공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김남길도, 팬들도 모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는데요. 손을 흔들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작품을 한다는 핑계로 여러분들을 많이 못챙지 못한 것 같아요.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팬들에게 늘 떳떳한 배우가 되겠습니다."

잠.깐.만.요. 한국팬들도 김남길을 보고 싶은 건 마찬가지죠. 적어도, 1주 2번은 만나고 싶다는 바람, 이루어질까요?

"올해 영화로 먼저 찾아뵐 것 같아요. '살인자의 기억법'과 '판도라'는 촬영을 끝냈고요. '마이 엔젤' 준비 중이에요. 스크린에서 먼저 만나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사진=오사카(일본) | 박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