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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와 광기 사이"…이정은, '경주기행'의 감정 (시사회)

[Dispatch=정태윤기자] 배우 이정은이 영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낯선 엄마로 돌아왔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모성애가 됐고, 모성애는 끝내 복수심으로 변했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은 어느 순간 광기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그 얼굴이 낯설지 않다. 분노하고, 무너지고, 끝내 이를 악무는 모습은, 극단적인 복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이다.

자식을 잃어본 적 없는 관객마저 그 마음만큼은 이해하게 만든다. 모성애와 광기 사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과 누구도 쉽게 닿을 수 없는 복수의 끝을 오간다.

'경주기행' 측이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언론 배급 시사회를 열었다. 김미조 감독,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등이 자리했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을 그린다.

이정은이 엄마 '옥실'을 맡았다. 옥실은 막내 경주를 잃고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범인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이정은은 "가족이 붕괴된 시점부터 시간이 멈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적 제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가 품은 감정을 끝까지 따라가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외형에도 그 집착을 담았다. 옥실은 영화 내내 거의 한 벌의 옷만 입는다. 복수에 몰입한 나머지 다른 것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른 딸들을 돌보지 못한 지도 오래됐다. 그러면서도 두려움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았다. 강한 엄마인 동시에 순간순간의 두려움까지 포착하려 했다.

이정은은 "옥실 손목에 찬 염주가 그의 신념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그놈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염주가 끊어진 줄도 모르고 복수에 나서는 액션으로 완성했다"고 전했다.

김미조 감독은 "복수극을 보면서 늘 궁금했던 게, 복수를 마음먹는 과정이 그렇게 쉬울까였다"며 "네 모녀가 함께 복수 여행을 떠나며,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각자가 상실을 어떻게 견디고 극복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복수의 목적지만큼이나 그곳으로 가는 가족의 여정이 중요했다. 네 딸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상실을 견딘다.

먼저 공효진이 '장주'를 연기했다. 장주는 일찌감치 옥패션 일을 도우며 동생들을 건사해온 든든한 첫째다. 결혼도 했고 딸도 있지만, 엄마의 복수에 기꺼이 동참한다.

공효진은 "장주는 엄마를 걱정하면서도 가족의 중심을 잡으려는 인물"이라며 "엄마의 복수를 막고 싶은 마음과 그 복수가 끝났을 때 가족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전했다.

박소담이 둘째 '영주'를 소화했다. 영주는 겉으로 가장 강해 보이지만, 여린 인물이다. 법대 출신 엘리트지만, 현실에 부딪혀 백수로 지내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그는 "이성적이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캐릭터다. 외형적으로도 편한 바지에 재킷을 믹스매치하고, 머리를 칼같이 자름으로 여린 마음을 감추려 하는 성격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연이 셋째 '동주'로 활약했다. 동주는 늘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유별난 셋째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사랑받기 위해 매 순간 온몸으로 부딪친다. 레슬링 선수로 이름도 조금 알렸다.

이연은 "제 안의 동주와 비슷한 부분을 극대화해 연기하려 했다"며 "액션 스쿨을 열심히 다녔고, 실제로 너무 아팠지만, 열심히 임했다"고 전했다.

변요한이 맡은 '백상현'은 네 모녀가 8년을 기다린 그놈이다. 변요한은 후반부터 극악무도한 살인범의 얼굴을 강렬하게 완성했다.

그는 "어떤 연민도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 자기 세계에서 자기 자신만을 지키는 나르시시즘적인 인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김미조 감독은 이 역할을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중반까지 비닐에 싸여있다가, 후반부부터 네 모녀와 대적해야 한다. 그들을 압도할 만한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 대표님이 변요한 배우를 이야기 하셨는데, 어둠 속에서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었다"며 "다만 너무 잘생기셔서 외모를 가릴 수 있는 변화를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영화가 주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불편하면서도 통쾌하고, 슬프면서도 쉽게 눈물을 쏟아낼 수만은 없다.

이연은 "복수는 상대의 심장과 자신의 심장을 동시에 찌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복수가 주는 여운이 마냥 좋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다는 걸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복수는 거대한 사건보다 가족의 감정에 더 오래 머문다. 카체이싱과 액션이 등장하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건 결국 네 모녀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들이다.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이 복수의 여정이면서, 동시에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움직이기 위한 과정이 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김미조 감독은 "제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반복 촬영을 많이 해 다들 고생하셨다. 편집할 때 굉장히 든든했다. 신인 감독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효진은 "대본에서 느낀 떨림과 잔상을 모두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찍었다"며 "글보다 더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저희 영화를 꼭 티켓팅해 달라"고 당부했다.

변요한은 "여행이라는 건 개인마다 좋은 기억과 재미를 찾기 위해 떠나는 건데, '경주기행'에선 네 모녀의 여행이 어떤 기억이 될지 같이 공감하며 봐 달라"고 덧붙였다.

'경주기행'은 26일극장에서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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