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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쌉싸름해진다"…'수능, 출제의 비밀', 다크 초콜릿 맛 (간담회)

[Dispatch=정태윤기자] 대한민국 2급 국가 기밀, 수능 출제 본부. 그곳에선 매년 한 가지 질문과 싸운다. 좋은 문제란 뭐고, 문제없는 문제란 무엇인가.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그 닫힌 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끝내 묻는다. 참된 어른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다소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유재명은 "오늘도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왔다. 모든 가족이 긴 시간 수능 하나를 위해 달리는 것 같다. 관객이 궁금해할 질문 같아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수능, 출제의 비밀' 측이 19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선빈, 유재명, 김영민, 전석호, 이용재 감독이 자리했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코미디 영화다.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봉인되는 출제 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이 문제 없는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용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해치지 않아'의 각본가다. 수능 출제라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전 국민이 공감할 소재를 바탕으로 이색적인 이야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문제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중의적인 화두를 던진다. 신선한 소재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배치해 완성했다. 왜 수능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을까.

이 감독은 "좋은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사회적인 문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코미디 영화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고증도 철저히 했다. 이 감독은 "치밀하게 따르기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져왔다"며 "수능에 대해 '공정했음 좋겠다', '좋은 문제가 나오면 좋겠다'는 공통된 바람을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선빈이 현직 교사 맹보람 역을 맡았다. 보람은 지방 소도시에서 5년째 아이들을 가르쳐온 국어 교사다. 동명이인으로 인한 행정 착오로 입소하게 된다. 쟁쟁한 교수들 틈에서 유일하게 학생 입장을 말한다.

이선빈은 "순수의 결정체 같은 캐릭터다. 선배님들의 톤에 맞춰서 잘 맞는 톤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맹보람의 열정이 촌스럽게 눈치 없어 보이는 순간이 많은데, 그게 미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연습했다"고 밝혔다.

맹보람의 순수한 얼굴을 완성하기 위해 외모도 포기(?)했다. 이선빈은 "비주얼은 다 내려놨다. 일반 선생님처럼 보이고 싶었다. 얼굴 톤도 어둡게 하고, 머리고 질끈 묶었다. 의상도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핏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유재명이 '문주열' 역을 맡았다. 주열은 명문대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국어과 출제위원장이다. 오직 수능 국어 지문에 '칸트'를 넣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이는, 자기 이름 하나 남기고 싶은 욕심의 소유자다.

문주열은 권위적인 기성세대의 표본 같은 인물이다. 유재명은 "이렇게 재수 없는 인물을 맡아야 하나 망설이기도 했다"면서도 "모든 가정에 수능은 중요한 순간이지 않나. 그 질문을 관객들이 궁금해할 것 같더라"고 말했다.

유재명은 진지한 얼굴 속에서 코믹한 신을 선명하게 살려냈다. 그간 보여준 정극 이미지와는 상반된 얼굴을 보여줬다. 유재명은 "권위 있는 얼굴을 주로 기억하지만, 코미디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코미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우리 사회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어려운 장르인 것 같다"며 "계산되지 않은 무기를 가지고 뭔가를 이뤄내는 현장이었다. 망가지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영민은 수능 검토위원장 '박경태'를 소화했다. 유재명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인물. 전석호는 평가원 직원 '기준수'를 맡았다. 합숙소를 문제 없이 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은 실제 태권도 유단자들의 수련을 위해 만들어진 연수원에서 촬영을 했다. 외부와 차단된 외진 장소에서 동고동락하며 앙상블을 완성했다.

이선빈은 "그곳에서 숙박하면서 촬영했다. 준비하고 이동 없이 바로 촬영장에 갈 수 있었다"며 "선배님들과 촬영하면서 웃은 기억밖에 없는 유쾌한 현장이었다"고 떠올렸다.

김영민 역시 "하루하루 웃지 않은 날이 없었다. 저희끼리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만 담아도 대박 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살아있다. 좋은 앙상블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프리미어로 선보였다. 이 감독은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용기가 났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워밍업이고, 이제부터 본게임 같다"며 긴장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억지로 집어넣으려 하지 않았다. 코미디니까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다"며 "초콜릿으로 비유하자면, 다크 초콜릿에 가까운 맛이다. 즐겁게 부담 없이 보시다가 마지막에 쌉싸름함을 느끼시면 좋을 것"이라고 바랐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수험생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이선빈은 "피땀눈물 흘리며 공부하고 이 순간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는 걸 안다. 조금만 버티고 시험 잘 보셔서 원하는 꿈을 꼭 이루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유재명은 "감기 걸리지 말고 준비한 거 잘 발휘하길 바란다"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자기 세상을 펼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오는 2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99분.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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