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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th BIFF] "큰 이야기만 영화가 될까"…'낮과 밤은 서로에게', 사소함의 힘

[Dispatch | 부산=정태윤기자] “많은 사람이 큰 이야기만 하나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았나….” (김민하)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찰나를 아름답게 포착하는 영화다. 큰 이야기만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닌,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김종관 감독은 “작고 사소함에 대한 이야기, 거기에 아름다움에 대한 의미에 집중했다”며 “사소한 만큼, 관객과 더 깊은 관계가 생기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기자 시사를 진행했다.

김종관 감독,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그리고 정지혜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어쩔수가없다’, 재작년엔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내세웠다. 규모가 큰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비교적 영화 규모가 작은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선정했다. 정지혜 프로그래머는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부국제는 매년 탁월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엄선해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제작 규모와 무관하게 작품이 가진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 창작자가 고민하고 꼼꼼히 설계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빚어낸 빼어난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선정 이유는 2시간 가까이 야외 극장에서 보실 때 무리없이 보실수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개막작은 그 기준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다. 하나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한 카페에 머물다 간 네 쌍의 남녀가 나누는 낮과 밤의 대화를 담았다.

불특정 다수가 머물다 떠나는 카페라는 장소 특성을 살렸다. 인물 고유의 서사, 캐릭터, 분위기, 뉘앙스를 경쾌한 호흡과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냈다.

시작은 다른 시간대 같은 카페에 머문 유진(김민하 분)과 현오(주종혁 분)의 잠깐의 마주침을 포착했다.

그 다음은 중학교 시절 친구인 상미(한선화 분)와 영민(장률 분)의 느닷없는 재회, 웹소설 작가 혜진(심은경 분)과 영화감독 동남(이희준 분)의 불꽃 튀는 첫 만남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아이돌 준비생 나경(전소영 분)과 연인 종수(김동휘 분)의 마지막 헤어짐의 순간까지.

‘최악의 하루’(2016년), ‘더 테이블’(2017년), ‘조제’(2020년) 등을 통해 고유의 감성과 시선을 거듭 시도하고 확장한 김종관 감독의 작품이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과 가장 닮아있는 작품이다. 한 테이블에서 풀어가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아냈듯, 이번에도 과도한 설정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 관계의 진동을 풀어냈다.

김민하는 “감독님 GV를 따라다닐 정도로 정말 좋아했는데, 대본을 주신다고 해서 정말 꿈만 같았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것 같았다. 이런 글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렸다”고 떠올렸다.

이어 “오늘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은 큰 이야기만 하나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소소한 행복에 대해 소소한 물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저에게 없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서 왜 나한테 이 역할을 제안하신 건지 궁금했다.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선택 이유를 전했다.

배우들은 각 시퀀스의 정답지처럼 알맞기도, 의외성을 갖기도 한다. 특히 큰 사건 없이 오직 대화로 끌고 가야 한다. 배우들의 역량이 가장 중요했다.

김종관 감독은 “저는 지시하는 대본을 많이 안 쓴다. 웃는건지 슬픈 감정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우들의 해석력이 중요하다. 의존할 수 있는 배우들을 고려해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네쌍의 남녀는 사랑의 시작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별을 마주하기도 하고, 엉뚱한 만남을 포착하기도 한다. 네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는 부분은 어디였을까.

김종관 감독은 “제목이 이 영화를 하나로 함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꿈도 있고 현실도 있고. 서로가 대비가 되기도 한다. 네쌍의 남녀가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서로 한 공간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하나의 무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을 보면 스포트라이트 하나에 벤치 하나가 있는데, 외투를 입고 추운 연기를 하지만, 관객도 그 추위를 함께 느끼지 않나. 이 작품이 하나의 거대한 무대라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부연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이날 개막식 직후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다음 달에는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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