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유하늘기자] "두렵고 불안해서 주저하시는 분들께, 안판석 감독님이 전하는 응원이자 선물입니다." (김현정 EP)
故 안판석 감독은 전작들에서 특별한 사건보다 사람의 감정을 좇았다. 자극적인 소재도, 빠른 전개도 택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불완전한 청춘들의 사랑과 성장을 천천히 들여다봤다.
ENA 새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측이 2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추영우, 김소현, 김민석, 이창훈, 임진효, 김현정 EP가 참석했다.
제작발표회에 앞서, 안판석 감독의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배우들의 애도 메시지와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겼다. 작품을 향한 안판석 감독의 애정과 열정이 드러났다.
'연애박사'는 로봇 연구실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다. 대학원생들이 사랑과 현실 사이에 겪는 맵고, 쓰고, 달콤한 이야기를 그린다.
추영우는 박사과정생 '민재'를 연기한다. 고등학교 시절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인물이다. 이후 로봇공학을 만나 새 삶을 찾아간다.
추영우는 "민재는 암이 재발하지 않을까 늘 불안해하는 친구"라며 "버킷리스트를 생각하다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연구실 사람들을 만나며 그 감정을 배워간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당초 민재에게 기성세대가 기억하는 청춘의 모습을 투영했다. 하지만, 추영우의 연기를 보며 생각을 바꿨다.
김현정 EP는 "감독님이 편집하면서 '내가 틀렸고, 이 친구가 맞았다. 2026년 대학원생을 정말 현실적으로 표현했다'고 칭찬하셨다"고 떠올렸다.
김소현은 연구실에 새로 합류한 '유진'으로 분한다. 의류학과 학부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의 길이 막히자, 새로운 선택에 나선다.
김소현은 "유진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며 "어디로 가고 싶은지가 확고하다. (민재에게) 직진하는 성향도 있다"고 소개했다.
추영우와 김소현은 동갑내기다. 그러나 촬영 초반에는 실제 관계에 거리감이 있었다. 추영우는 "처음에는 존댓말을 했다. 오히려 그 거리가 초반 민재와 유진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강점은 자연스러운 호흡이다. 추영우는 "텐션이 잘 맞았다. 개그 코드도 비슷했다"며 "연기할 때 티키타카도 좋았고, 얼굴 합도 나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김소현은 기존 멜로와의 차별점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꼽았다. "'20대 학생들이니까 이런 사랑을 하겠지' 하는 예상을 뛰어넘는다"며 "저희만의 새로운 감성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애박사'는 안판석 감독의 유작이다. 안 감독은 지난 8월 12일 별세했다. 당시 촬영을 마치고 편집 작업을 진행한 상태였다.
배우들은 "안 감독님은 철저한 계산 속에서도 자유를 열어둔 연출가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훈은 "머릿속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정확히 알고 계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세팅하기 전에 '너라면 어디에 앉고 싶니?', '어느 문으로 들어오고 싶니?'라고 물어보셨다"며 "배우가 스스로 장면을 완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김소현도 같은 기억을 꺼냈다. "감독님은 시청자에게 어떻게 보일지 굉장히 치밀하게 계산하셨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배우의 자유를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해진 답에 기대는 연기를 경계했다. 김소현은 "제가 '이 장면은 이 정도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감독님은 다 알아보셨다"며 "연기의 땅을 다시 다지는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안 감독이 '연애박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의 감정이었다. 김민석은 "'꼭 희한한 사건만 작품이 되느냐'는 말씀을 하셨다"며 "희한한 사건은 없지만, 인물 하나하나가 희한한 작품"이라고 짚었다.
추영우에게도 오래 남은 말이 있다. 안 감독은 생전 "시청자가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연애박사'를 선택한 시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에 가면 휴대전화와 TV로 볼 수 있는 게 정말 많잖아요. 그중 우리 드라마를 선택했다면, 그 시간만큼은 책임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자극적인 사건보다 '이 인물의 감정이 나와 닮았다'고 느낄 때 가장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하셨죠." (추영우)
그 메시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계획했던 길에서 벗어난 민재와 유진은 불안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는다. 김소현은 "시청자들도 자신을 함께 투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연애박사'는 오는 5일 오후 10시 ENA에서 첫 방송된다. KT지니 TV와 디즈니+에서도 공개된다.
<사진=송효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