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1974년의 총성이 2026년 스크린에서 다시 울린다.
1974년 광복절, 생중계 현장에서 울린 6발의 총성.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 두 발을 좇아 형사와 기자들이 파고든다. 가장 처절했고, 치열했던 그 시대를 밀도 있게 재구성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인다. 침묵이 강요된 시대. 세 사람은 짓밟히면서도 끝내 진실을 놓지 않는다. 끝까지 묻고, 기록하고, 쫓아간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박해일은 "그 시대의 공기를 지금 왜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이 아닐까 싶다"며 지금 '암살자(들)'이 필요한 이유를 말했다.
초호화 라인업을 선보인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정우성, 박정민, 배성우, 엄지원, 박지환, 김대명, 류혜영, 심은경, 박성훈, 오정세, 신현빈 등의 배우들이 나섰다.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측이 8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허진호 감독,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참석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어난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6발의 총성, 하지만 공식 기록에는 4개의 탄환만 발표됐다. 사라진 2발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다. 영화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아수라장이 된 식장, 그 이후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영화는 내내 처참한 얼굴들을 클로즈업한다. 특히, 세 배우 모두 다 바닥에 짓밟힌다. 얼굴이 밟히고, 피가 터진다. 그럼에도 진실을 놓지 않는다.
허진호 감독은 "결론을 내리는 영화가 아니"라며 "이제까지 감춰온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진실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형사와 기자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철구(유해진 분)가 현장의 물리적 증거를 쫓는 동안, 재환(박해일 분)과 영일(이민호 분)은 신문사라는 또 다른 전장에서 검열과 외압에 맞선다.
허 감독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장르물의 형식이지만, 그 시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시대의 분위기나 상황을 보여주는 방법은 기자가 다루는 사회문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그 시선이 필요했다"고 부연했다.
박해일은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재환'을 연기했다. 모두가 사건을 결론지으려 할 때, 사건의 이면을 파고드는 인물이다. 예리하고 집요한 취재로 진실의 실체에 다가간다.
박해일 "한국 영화에 기자라는 역할이 잠시 소구 될 뿐, 하나의 테마로 이루어서 긴 호흡으로 간 영화가 많지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더 진지하게 대하는 접근은 드물었던 것 같다"고 운을 띄웠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그래서 기자 역할에 호기심이 갔다는 것. "기자라는 역할이 한 작품에서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가. 저한테는 큰 숙제였다"고 재환에 매료된 이유를 밝혔다.
박해일은 '덕혜옹주' 이후 허 감독과 약 10년 만에 재회했다. 그는 "박 "10년 만에 다시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할 뿐"이라며 "2번째 호흡이라, 답습하지 않고 어떤 면을 보여드려야 할지가 숙제였다. 부담이 컸지만, 감독님 덕분에 조금씩 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극의 중심을 잡고 끌고 나간다.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긴장감을 계속 불어넣는다. 절제된 순간들이 계속되다가,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끝내 터트린다.
그는 "언론인의 보편적인 직업적 소명, 책임 등의 수평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갖고 가려고 했다"며 "시대는 다르지만, 직업적인 부분이 지금이라도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유해진이 현장 경호를 담당했던 중부서 형사 '철구'로 분했다. 동료가 억울하게 끌려가자,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수사의 최전선에 서서 필사적인 의지를 보인다.
그는 "디테일하고 감정적인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그냥 지나칠법한 작은 부분까지 '해진 씨, 왜일까요?'라며 질문하시는 감독님 덕분에 늘 현장에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극 후반부, 태극기가 흔들리고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시퀀스에서 그는 홀로 반대 방향을 응시한다. 철구의 내면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자, 허 감독의 질문이 담긴 장면이었다.
이민호는 신입 기자 영일을 맡았다. 사건과 무고한 피해자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인물.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을 되짚으며 사건에 과감히 뛰어든다.
신참다운 패기와 능청스러운 막내 캐릭터를 살렸다. 그는 "영일은 부장과 반대로 활어 같은 캐릭터로 그렸다. 몸을 최대한 쓸 수 있는 동선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며 "1인 유튜버나 콘텐츠들이 많아지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진실에 대한 신념이 그리웠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제 추구미이기도 하다"면서 "그걸 가장 중점적으로 여기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민호는 무거운 극 속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감독님의 나긋한 말투 속에 치열함이 묻어있었다"며 "그 과정들이 쌓여 저도 저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라인업도 볼거리다. 편집국장 역에 배성우, 철구의 아내 역에 엄지원, 감식계장 역에 박지환, 사회부 기자 역에 김대명과 류혜영이 등장한다.
영일의 일본 취재를 돕는 조력자 역에 심은경, 재일교포 역에 박해준, 검사 역에 박성훈, 음향기사 역에 오정세, 수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여인 역에 신현빈 등이 힘을 보탰다.
허 감독은 "처음엔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다들 대본을 재밌게 읽으셨는지 한 장면씩 맡아줬다"면서 "소비되지 않기 위해 진실성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배우들 보는 맛이 있네'하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민이 문세광 역으로 우정 출연했다. 허 감독은 "대사가 많지가 않고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었다. (박 배우와) 문세광이 어떤 사람일지 질문하면서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캐릭터다. 너무 훌륭하게 해줬다"고 만족해했다.
정우성이 기업의 총수 한상일로 나온다. 허 감독은 "영일의 형인 한 회장의 역할을 어떤 상징이 있다"며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배우가 하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1974년이라는 시대를 섬세하게 고증했다. 1960~70년대에 건축된 건물과 공간을 찾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화면도 당시 필름의 입자감까지 고려해 촬영했다.
유해진은 "국민학교 때, 골목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며 "집 배경이 된 공간이 대전에 재개발 전 남아 있는 곳이다. 집과 골목이 그 시대를 잘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민호는 "기자실에 처음 촬영 갔을 때,, 미술적인 요소들이 너무 잘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몰입이 잘 됐다"며 "실제 담배 연기 같은 것들도 자욱하게 세팅되어 있을 정도였다. 담배 냄새와 연기까지도 완벽했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김병한 미술감독님이 70년대를 디테일하게 세팅해 주셨다. 현재에서 그 70년대 신문사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만큼 인물들로서 사실감 있게 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결국 '암살자(들)'이 남기는 질문은 1974년에 머무르지 않는다. 관객에게 물음을 던지며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유해진은 "추석에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나와서 좋다"며 "그 중 '암살자(들)'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암살자(들)'은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했다. '서울의 봄', '남산의 부장들' 등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을 선보여온 곳이다. 영화는 오는 23일에 개봉한다.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