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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대체되고 싶지 않다"…류준열, '들쥐'의 증명

[Dispatch=정태윤기자] "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칭찬이 제일 좋아요."

류준열이 배우로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들쥐'의 1인 2역은 그 말에 꽤 가까운 연기였다.

같은 얼굴로 두 사람을 연기했지만, 감정의 결부터 말투와 행동까지 분명히 달랐다. 외형을 바꾸는 것만으로 만들어낸 차이가 아니었다.

단순히 1인 2역이라는 형식적인 도전도 아니었다. 두 인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동시에,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

분장과 목소리의 변화는 그 차이를 보여주는 장치였다. 결국 인물을 완성한 건 서로 다른 감정과 선택을 만들어낸 그의 연기였다.

'디스패치'가 최근 류준열을 만났다. '들쥐'의 두 얼굴을 만들어낸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들었다.

◆ 들쥐

'들쥐'는 손톱을 먹은 들쥐가 그 사람을 대신한다는 익숙한 설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들쥐를 둘러싼 예측불가한 추적극으로 풀어냈다.

류준열이 자신의 인생을 훔친 들쥐를 쫓는 '제문재' 역을 맡았다. 문재는 세상과 단절된 채 숨어 살아온 작가다. 동시에 들쥐가 된 '서유민'도 연기했다.

그는 "대본을 읽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원작 웹툰을 찾아봤다. 떡밥만 풀어놓고 회수가 안 되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원작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타인의 인생을 뺏어야만 했던 들쥐의 삶. 누군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류준열은 나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열등감, 질투 등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으로 출발했죠.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붙이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1인 2역의 디테일

1인 2역에는 디테일이 중요했다. 류준열은 "감독과 배우가 보는 시선이 다른데, 감독님이 외모, 목소리, 의상 등 모든 부분에서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부분은 다르게, 같은 부분은 아예 같게,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이면서도 같은 인물처럼 보이게 하려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박윤호가 연기한 서유민은 제문재로 페이스오프하는 인물이다. 서유민은 박윤호의 얼굴과 류준열의 얼굴을 오가며 제문재를 표현한다.

하루에 분장을 많게는 3~4번씩 바꾸며 들쥐와 문재를 오가야 할 때도 있었다. 류준열은 "들쥐를 연기할 때는 눈 흰자 아래 점이 있는 렌즈를 끼고 귀 모양도 다르게 만졌다"고 전했다.

가장 흥미로운 건 후반부다. 제문재와 서유민이 만나는 장면. 진실과 현실이 혼재되며 두 인물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진다. 누가 누구의 인생을 흉내내고 있는지, 어디까지가 자신의 모습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류준열은 이를 목소리로도 표현하려 했다. "저와 윤호의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섞어봤다. 9:1, 6:4 등 비율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바꿔야 와닿을 것 같아서 직접 톤을 조절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나는 누구인가

'들쥐'가 던지는 공포는 '대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류준열 역시 촬영할 때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서야 그 안에 담긴 공포가 조금씩 와닿았다.

류준열은 "철학 관련 책들을 보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를 묻지 않나. 내 이름, 직업, 부모로 증명할 수 없다면, 나를 어디서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류준열은 "지금은 다들 저를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일정기간 작품을 안 하면 배우로 안 볼 수도 있지 않나.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로 이어졌다. 류준열은 "연기도 '이거 네가 아니면 못 할 것 같다'는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작품을 왜 해야 하는가 스스로 물어볼 때, 다른 사람이 안 할 것 같은 거, 남들이 못하는 걸 추구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 제가 고생할 필요가 없잖아요. '굳이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게 맞는 말 같습니다."

끝나지 않을 숙제

현장에서 자신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도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윤호한테 저는 어떤 선배인지 물어본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날 것 같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요즘에는 스탭들이 계속 보여요. 눈이 반짝반짝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데 '나는 그렇게 연기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쉬움 없이 그냥 지나가는 연기를 하고 있지는 않나 다시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류준열의 관심사는 이제 카메라 앞에만 머물지 않는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 다니며 영화 수입에 관심이 생긴 것. 영화사 대표들을 만나 자문을 받고, 글 작업도 하고, 벌써 수입 파트너와 산 작품도 있다.

그는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 소개 유튜브도 고민하고 있다"며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크다. 쉽게 제작되기 어려운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연출을 하겠다는 계획도, 구체적인 제작 일정도 없다. 배우로서도, 영화인으로서도 류준열은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이다.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지,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어떤 영화를 세상에 보여줄지. 답을 정해놓기보다 계속 질문하는 것. 류준열에게 연기는 아직 그런 과정에 가까워 보였다.

"작품을 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계속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숙제를 하고 있고, 끝나지 않을 숙제죠."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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