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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싹한 연애', 트랜스미디어의 시험

[Dispatch=정태윤기자]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오싹한 연애'가 15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네이버 웹툰에서 먼저 공개되고, 하루 뒤 tvN 드라마로 첫 방송을 탔다.

제작사는 이를 '트랜스미디어화'라고 불렀다. 하나의 원작을 여러 매체로 옮겨 담는 리메이크가 아니다. 매체 특성에 맞춰 세계관과 서사를 각각 새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야기의 변화 폭도 크다. 영화 '오싹한 연애'의 강여리(손예진 분)는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호텔 대표 천여리(박은빈 분)가 됐다.

마술사 조구(이민기 분)는 검사 마강욱(양세종 분)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인물과 사건도 대거 추가됐다.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사실상 새로운 이야기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최근까지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tvN '갯마을 차차차'(2021년)는 영화 '홍반장'(2004년)에서 설정 일부를 가져와 만들었다.

영화 '조작된 도시'(2017년)는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2025년)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 역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로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다.

하나의 IP를 영화, 드라마, 웹툰으로 동시에 굴리는 방식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반복해온 전략이다. 업계는 왜 이걸 계속하려고 하는 걸까.

한 드라마 관계자는 '디스패치'에 "이야기를 다시 가져오는 건, 국내외를 막론하고 늘 있던 일"이라면서도 "'나라면 이렇게 풀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작업이 창작자 입장에선 꽤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가장 쉬운 답은, 검증된 이야기에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결국 흥행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반면 한 번 시장에 공개된 IP는 다르다.

흥행과 별개로 소재가 관객의 관심을 끌었고, 어떤 캐릭터가 기억에 남았는지 최소한의 데이터가 남는다. 인물과 세계관을 화면으로 구현했을 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새로운 가능성을 얻는다. 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인물과 사건을 긴 호흡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싹한 연애'가 그렇다. 영화에서 귀신은 두 남녀의 로맨스를 움직이는 장치에 가까웠다. 드라마에선 이 설정 자체가 사건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된다.

두 주인공은 매회 새로운 귀신과 마주하고, 그 사연을 함께 파헤쳐 한을 풀어준다. 로맨스의 배경이었던 귀신이, 두 사람을 엮고 이야기를 앞으로 밀고 가는 사건 그 자체가 된 것.

결국 트랜스미디어화의 핵심은 이야기를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한 번 검증된 아이디어를 다른 매체의 문법으로 개발하는 데 있다.

그래서 콘텐츠 업계가 과거의 영화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한 번 소비된 이야기는 낡은 것이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다시 개발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다만, 트랜스미디어화가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인지도가 낮다면 새로운 시청자에게는 사실상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를 바 없다. 반대로 원작 팬들에게는 지나친 변주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싹한 연애'는 트랜스미디어화의 성공 사례라기보다,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에 가깝다. 15년 전 관객에게 통했던 하나의 아이디어가, 15년 뒤에도 다른 이야기로 작동할 수 있을까.

'오싹한 연애'는 1회 시청률 3%에서, 10회 자체 최고인 7.3%(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올랐다. 넷플릭스 비영어 톱10에 3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 상승이 트랜스미디어화 전략 덕분인지, 아니면 드라마 자체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오싹한 연애가' 보여준 것은 트랜스미디어화의 성공 여부보다, 그 가능성이다. 이미 끝난 이야기에서도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콘텐츠 업계가 오래된 IP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는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영화 포스터,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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