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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것저것, 다 잘하니까"…스키즈, '다잘할'의 증명 (디스앤드댓)

[Dispatch=박혜진기자] 스트레이 키즈는 도입부로 청자를 사로잡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정규 3집 '5-스타'(2023)의 첫 트랙 '위인전'이 그랬다. 미니앨범 '락스타'(2023)의 '메가버스', 정규 4집 '카르마'의 '삐처리'(2025)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런 잇'(RUN IT)이다.

첫 트랙에서부터 불태운다. '런 잇'은 데뷔 이래 가장 웅장한 오프닝이다. 장엄한 브라스와 강력한 랩핑으로 리스너를 끌어모은다.

반대로, 타이틀곡 '디스 앤드 댓'은 느슨하게 풀었다. 스트레이 키즈가 처음으로 세지 않고, 듣기 편안한 곡으로 컴백했다.

데뷔 9년 차, '빌보드 200' 9연속 1위 데뷔 도전을 앞둔 시점이다. 화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법한 시점인데, 정작 힘을 뺐다.

그렇게 앨범 안에서도 밀고 당긴다. '이것저것' 다 된다는 말을 음악으로 증명한 셈이다. '디스패치'가 새 앨범 '디스 앤드 댓'을 들어봤다.

◆ 나른한 힙합

타이틀곡 '디스 앤드 댓'은 지금까지 스트레이 키즈의 타이틀곡들과는 결이 다르다. 주로 하드코어한 힙합을 선보여왔다. 독기 가득하고, 강도 높았다.

'神메뉴', '매니악', '칙칙붐'의 강강강 계보가 바로 그것. 이번엔 나른한 힙합을 택했다. 칠(Chill)한 바이브가 특징이다. 보컬도, 무브도 힘을 툭 뺐다.

곡 구성도 심플하다. C 마이너 키에 D♭m-Cm, 주로 2개의 코드로 곡을 이끈다. 반음 차이의 두 코드를 오간다. 화성을 덜어낸 만큼, 그루브와 목소리가 더 돋보인다.

대신 트랙에는 독특한 사운드를 심었다. 금속을 두드리는 듯한 차가운 질감의 비트가 특징이다. '디스 앤드 댓'이라는 발음 자체로 리듬을 타게 만든다. 곡의 밀도는 낮추되, 사운드 질감은 촘촘하게 채웠다.

타이틀곡 믹싱은 매니 마로퀸(Manny Marroquin)이 맡았다. 그는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브루노 마스, 켄드릭 라마 등과 작업한 그래미 수상 엔지니어다. 앨범은 전곡 돌비 애트모스로 믹싱됐다.

페스티벌 버전으로도 즐길 수 있다. '디스 리믹시즈', '댓 리믹시즈' 버전을 별도로 선보였다. 라틴 리듬과 EDM 사운드를 가미했다. 한 곡을 여러 온도로 선보여, 청취 감각을 채웠다.

가사에는 '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라며 다 잘한다는 자신감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다 해내겠다는 태도는 허세보다 여유에 가깝게 들린다.

비주얼에도 공을 들였다. 한국의 아름다움이 담긴 곳을 찾아다니며, 5일간 촬영했다. 멤버들이 그린 그림으로 뮤직비디오 배경을 채웠다. 특히 창빈이 주방에서 랩 하는 장면은 지난 2020년 '神메뉴'를 소환한다. 주방과 브라스 밴드의 조합을 6년 만에 재현했다.

◆ 장르의 실험

수록곡에는 다양한 장르들을 담았다. 팀 초창기에 보여줬던 강한 힙합부터, EDM, 2000년대 팝, 어쿠스틱, 밴드 사운드 등 폭넓은 장르를 선보였다.

먼저 '애프터 유'(After You)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progressive house) 장르다. 요소를 층층이 쌓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구조의 댄스 음악. 쓰리라차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장르다.

필릭스, 현진, 리노, 승민의 보컬로 서서히 빌드업을 시작한다. 코러스에서 EDM 드롭이 터진다. 첫눈에 반한 순간의 감정을 곡 구조로 옮겼다.

'파밍'(FARMING)은 게임 용어 '파밍'과 인터넷 밈 '아우라 파밍'(멋을 적립하는 행위)에서 출발한 힙합곡이다.

마치 게임 사운드처럼, 신스 리프와 셔플 리듬이 타격감을 더한다. 디스토션을 건 보컬은 색다른 질감을 만든다. 특히 필릭스의 동굴 저음이 그 위에서 빛을 발한다.

'아이 두'(I Do)는 2000년대 록과 팝 사운드를 썼다. 창빈이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작사했다. 레트로한 멜로디는 떼창을 부른다. 팬들에게 전하는 위로송으로 볼 수 있다.

스키즈 표 감성곡들도 있다. '웨이 아웃'(Way Out)은 어쿠스틱 힙합이다. 이별을 선언하는 내용이다. '꺼져라'는 말을 영어·일본어·스페인어·프랑스어로 표현했다. 차갑게 내뱉는 말과 달리, 어쿠스틱 기타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이 단독 작사한 '그날'은 밴드 사운드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보고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화려한 기교는 빼고, 담담하게 '너의 꽃이 몇백만 번쯤 또 시들어도(…) 더 찬란한 꽃을 네 맘에 피워 줄게'라고 영원을 약속한다.

◆ 스키즈's 바이브

장르의 폭을 넓혔다고 뿌리를 놓은 건 아니다. 스키즈의 필살기, '빡센' 힙합도 있다. '런 잇'(RUN IT)이 바로 그것. 팬들이 기대하는 스키즈다움을 책임지는 트랙이다. 새 월드투어의 이름이기도 하다.

대규모 관중이 따라 부르도록 만든 앤썸(anthem)이다. 처음부터 떼창을 겨냥했다. 웅장한 브라스와 마칭 드럼이 전진감을 만들고, 굵은 타악 리듬이 스케일을 키웠다.

사운드는 전작 '위인전', '메가버스'보다 더 크고 거칠다. 사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이다. 브릿지 이후 후반부에서 비트가 최고조에 달하고, 한과 창빈이 말 그대로 랩을 쏟아낸다.

스키즈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스케일이 큰 사운드를 만들었다. 가사도 '작은 방 시작/ From Seoul to the world' 등 방 한칸에서 세계로 나아간 스트레이 키즈의 긴 서사를 담았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까지 중 멜로디의 파워가 가장 있는 작품이다. 선율이 살아있다"며 "멤버들의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근래 냈던 작품 중에는 가장 잘 들리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김 평론가는 "(곡이) 투어에 다채로움을 더하는 용도가 크다"며 "한 곡으로서 기능한다기보다, 페스티벌 셋리스트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실제로 빌보드도 '애프터 유'를 두고 "라이브 관객을 달구도록 특별히 설계됐다. 투어에서 분명 터질 것"이라면서도 "음악적 서프라이즈로 커리어를 쌓아온 스키즈에게는 너무 안전한 곡"이라고 평했다.

스타디움을 도는 팀이 스타디움용 음악을 만드는 건 자연스럽다. K팝의 무게중심이 음원에서 공연으로 옮겨간 지도 오래다. 스타디움에서는 웅장한 무대가 곡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조명과 떼창이 걷힌 뒤에도 귀에 남는 것이 있는가. K팝이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이다.

지금까지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은 '매니악'한 부분이 있었다. 이번 앨범은 대중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멜로디도, 가사도, 사운드도 캐치하다. 스키즈에게는 실험적이지만,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스트레이 키즈는 내년에 9주년을 맞는다. 높은 연차에도 여전히 패기 넘치고, 여전히 방황하고, 여전히 실험하며 재미를 찾는다. 2017년 쓰리라차의 첫 시작처럼, 여전히 '허슬'하는 그룹이다. 그 모습이 반갑다.

<사진출처=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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