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유하늘기자] 제목 그대로, 불륜이 전부가 아니다. 눈이 즐거운 패션부터 예측하기 어려운 캐릭터, 장르의 맛을 살린 연출까지. 익숙한 불륜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 안을 채우는 방식은 확실히 다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극본 정은경·박수린, 연출 이창희, 이하 '지금 불륜')가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불륜을 둘러싼 두 가족의 균열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볼거리도 확실하다. 김혜수는 패션으로, 조여정은 연기로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김지훈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긴장감을 더했다. 이창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디스패치'가 '지금 불륜'의 매력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 김혜수 | 패션도 캐릭터다
김혜수는 인플루언서이자 인테리어 회사 CEO 경희를 연기한다. 반지하에서 출발해 고급 타운하우스에 입성한 인물이다. 성공을 과시하듯, 매 장면 화려하고 과감한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등장부터 강렬하다. 핫핑크 스포티 셋업에 화이트 지퍼로 포인트를 줬다. 스커트에는 슬릿 디테일을 더했다. 비비드 컬러와 과감한 실루엣으로 경희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CEO의 얼굴을 보여줄 때는 또 다르다. 퍼플 체크 트위드 재킷에 블랙 점프수트를 매치했다. 시스루 스타킹과 에나멜 힐을 더해 시크한 분위기를 살렸다. 화려하면서도 당당한 스타일로 성공한 사업가의 여유를 표현했다.
김혜수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 이미지를 과감하게 비틀었다. '트리거'와 '소년심판'에서 보여준 절제된 모습도, '슈룹'에서의 기품 있는 얼굴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엔, 화려하고 거침없는 경희로 갈아입었다.
패션은 물론, 말투와 몸직에도 성공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녹였다. 김혜수는 과감한 스타일링과 건강미 넘치는 실루엣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경희라는 인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성했다.
◆ 조여정 | 우아함 뒤에 숨겨진 반전
조여정의 강점은 고상한 얼굴 뒤에 숨긴 반전이다. 그가 맡은 수정은 겉으로는 우아하고 빈틈없는 피부과 원장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갑을 끼고 담배를 피운다. 딸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우아함과 예민함, 허당기를 자유롭게 오간다. 영화 '기생충'(2019)의 순진한 사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도 있다. 이번엔 한층 주체적이고 독하다. 상황에 끌려가기보다, 자신의 선택으로 직접 판을 흔든다.
침착한 겉모습 아래에는 집착과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조여정은 표정과 말투의 작은 변화만으로 수정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애써 고상함을 유지하려 할수록, 불안은 더욱 선명해진다.
경희와의 대비도 흥미롭다. 경희가 원색과 화려함으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면, 수정은 절제된 색감과 정돈된 스타일로 자신을 감췄다. 두 사람의 성격은 패션과 공간에서부터 극명하게 갈린다.
◆ 김지훈과 아이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
김지훈은 경희의 남편이자 무명배우 재홍을 맡았다. 겉으로는 밝고 능청스럽다. 그러나 속에는 오랫동안 쌓인 열등감이 있다.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는 현실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지만, 옆집 여자와 불륜을 저지를 만큼 대범하다. 우스운 인물 같다가도 불쑥 날카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어떤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김지훈은 이러한 불안정함을 과장하지 않는다. 웃음 뒤로 자존심 상한 표정을 흘리고, 사소한 행동에도 열등감을 묻힌다. 재홍은 단순 불륜남을 넘어, 극의 방향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자리한다.
아이들의 관계도 불륜이 전부가 아닌 이유다. 예지(전시현 분)와 민서(도영서 분)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조금씩 마음을 확인해간다. 여기에 두 사람이 뺑소니 사고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혼란스러운데, 묘하게 중독적이다. 불륜과 아이들의 관계, 뺑소니 사고까지 서로 다른 사건이 한꺼번에 얽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들이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그 예측 불가능성이 '지금 불륜'의 또 다른 재미다.
◆ 연출 | 한 번 구르면, 멈출 수 없다
연출은 '살인자ㅇ난감', '타인은 지옥이다'의 이창희 감독이 맡았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이 속한 퍼스트맨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다. 장르적 긴장감을 다루는 감각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시점의 변주다. 회차마다 중심 인물을 달리 설정해, 같은 사건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다. 한 인물에게는 배신이었던 일이, 다른 인물에게는 생존이나 욕망의 선택으로 읽힌다.
1인칭 시점 앵글과 내레이션, 과감한 화면 효과도 적극 활용한다. 인물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복잡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변주한다. 익숙한 불륜극보다는, 블랙코미디와 스릴러가 섞인 장르물에 가깝다.
색감과 조명 역시 인물의 심리 상태에 맞춰 변한다. 경희의 세계는 화려하고 과장돼 있고, 수정의 공간은 차갑고 건조하다. 재홍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불안정한 리듬감을 더한다.
드라마의 재미는 불륜 그 자체보다, 그 후폭풍에 있다. 여러 사건을 계기로 감춰졌던 욕망과 균열이 연쇄적으로 폭발한다. 이를 빠른 전개와 예측하기 어려운 캐릭터 플레이로 밀어붙이는 것이 '지금 불륜'만의 맛이다.
<사진출처=쿠팡플레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