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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호프] 극장이라는 경험이 유효하다는 'HOPE'

[Dispatch=정태윤기자] 러닝타임 156분. 관람료 1만 4,000원. 1분당 89.7원.

1분당 약 90원을 내며 156분의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적어도 2시간 36분의 긴장감에 대한 대가로, (1만 4,000원은) 아깝지 않다.

'호프'의 156분은 관객의 시선을 붙잡도록 설계돼 있다. 이 영화가 팔고 있는 것은, 스토리가 아닌 경험이다. 영화 값이 억울하지 않은, 티켓값을 넘어서는 체험.

나홍진 감독이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한 건, 2018년이다. OTT와 코로나가 관객의 발목을 (집에) 붙잡고 있을 시기. 국내 영화 시장이 서서히 침몰하던 때였다.

나홍진은 후퇴가 아닌 확장을 선택했다. 안에서 죽어가는 시장을 밖(해외)에서 살리겠다는 계산. 그리고 장르를 넓혔다. 우주, 외계인, 블록버스터 액션.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마을 한복판에 싸움소가 죽어있다. 누가 죽였을까. 아니 무엇에 의해 죽었을까.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정체불명의 존재를 쫓는다.

가장 대담한 지점은 초반 50분이다. 범석이 홀로 정체불명의 존재를 추격하는 그 순간. 나홍진은 범석을, 아니 관객을 헤매게 만들었다. (크리처를) 보여주지 않고, (마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긴장감을 생성했다.

‘안 보이는’ 50분이 지나면, ‘보이는’ 106분이 펼쳐진다. 그 액션의 밀도는 한국 영화가 가본 적 없는 영역이다. 총기, 도끼, 칼이 뒤섞이고, 경찰차, 트럭, 그리고 말이 한 프레임 안에서 충돌한다.

액션은 해결이 아닌 지속의 도구다. 총격이 끝나도 상황은 정리되지 않는다. 또 다른 충돌, 총격, 충돌, 총격. 숨 돌릴 틈을 원천 차단했다. 논과 마을, 숲과 도로를 오가며 추적하고 도망가고 폭주한다.

이 추격전에는, 레퍼런스조차 없다. 성기(조인성 분)는 말을 탄 채 한 발로 몸을 지탱하며 아스팔트 위를 달린다. 전기 바이크와 와이어캠, (시속 200km를 감당하는) 슬라이더 시스템까지 동원됐다.

나홍진 감독은 말과 나란히, 때로는 더 빠르게 프레임을 붙잡았다. 실제 속력 이상의 속도감으로 관객을 몰아붙인 것. 그렇다고 긴장을 완전히 터뜨리지도 않는다. 계속 죄고, 가끔 놓아주고, 다시 조인다.

외계인 전사 마베이요(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서스펜스의 층위를 하나 더 쌓는다. 외형을 바꾸며 압도적인 스피드로 인간을 몰아붙인다. 관객은 범석과 성기가 느꼈을 공포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전속력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나홍진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숨통을 틔운다. 죽음과 폭력이 난무하는 와중에 웃음이 터진다. 말(馬)과 말(言)로 완급을 조절, 156분을 지치지 않게 끌고 간다.

나홍진은 지난 5월 칸에서 영화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개봉까지 남은 시간은 2달. 그는 다시 시작했다. 사운드를 만졌고, CG를 손봤고, 편집을 다듬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호프'가 완벽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나홍진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호프'가 필요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까. 극장이라는 경험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HOPE.

그는 극장에 가지 않는 시대, 극장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포지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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