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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가, 33세 촉법소년입니다"…장요훈, 연기천재 탄생 (참교육)

[Dispatch=유하늘기자] "인생은 너무 길잖아요. 좋아하는 건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장요훈)

물리학자를 꿈꾸던 소년은 힙합에 빠졌다. 밴드 활동을 하겠다며 베이스 기타도 배웠다.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무대의 매력을 알게 된 뒤에는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한 가지 길만 고집하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 끝에서 만난 작품이 넷플릭스 '참교육'이다. 배우 장요훈은 극 중 악명 높은 촉법소년 '민지웅'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개 직후 "얄미워서 때리고 싶다"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였다.

그의 실제 나이는 33세. 대학 11학번인 그가 2011년생 촉법소년을 연기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나이보다 캐릭터를 먼저 봤다.

'연기괴물'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하지만 장요훈은 자신을 특별한 천재라고 포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버텨온 배우라고 정의했다.

'디스패치'가 최근 장요훈을 만났다. 우연과 선택을 거듭하며 배우가 된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 "좋아하는 걸 따라, 여기까지"

원래 꿈은 배우가 아닌 물리학자였다. 중학교 시절, 물리 올림피아드에서 은상을 받을 정도로 과학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과학고 진학에 실패하면서 진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사고에 입학한 뒤에는 힙합에 빠졌다. 학교에서 랩 가사를 쓰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래퍼를 꿈꿨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것과 평생의 직업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전환점은 연극이었다. 처음부터 배우를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대학 연극동아리와 극단 활동을 하며 무대가 가진 힘을 알게 됐다. 공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그를 사로잡았다.

"세상에 직접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더라도, 작품을 통해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도전했다. 면접에서는 "우리가 왜 널 뽑아야 하는지 물리학적으로 설명해보라"는 변칙 질문을 받았다. 장요훈은 우연히 들었던 지인의 이야기를 떠올려 답했다.

"마침 지인이 교양 수업 과제로 자신의 전공을 심리학과 연결해 설명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어요. 그걸 제 상황에 응용했습니다. 일상에서 얻는 사소한 경험도, 소중한 영감이 되기도 하죠."

◆ "33세 촉법소년"

'참교육'은 장요훈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였다. 당시 그는 연극과 독립영화를 오가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었다. 넷플릭스라는 무대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끌어냈다.

걱정이 더 컸다. 실제 나이는 33살. 촉법소년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현장에는 실제 10~20대 배우들도 많았다. 스스로도 설득력에 대한 고민이 컸다.

프로필 나이를 수정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미 1993년생으로 공개된 상황. 그는 "되고 나서 바꾸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며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우려는 기우였다. 공개 직후 시청자들은 나이보다 캐릭터에 먼저 반응했다. "얄미워서 화가 난다", "참교육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배우에게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장요훈은 "넷플릭스 작품이니까 업계 관계자들이 조금 더 봐주시겠지 정도로 생각했다"며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 "민지웅을 만드는 법"

장요훈은 민지웅을 감정이 아닌 '형태'로 접근했다. 가장 먼저 고민한 건, 걸음걸이였다. 중학생 특유의 가볍고 통통 튀는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몸의 무게중심부터 바꿨다.

표정과 습관도 새롭게 만들었다. 극 중 지웅이 수시로 코를 만지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흥분하거나 긴장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버릇을 설정해 캐릭터의 개성을 더했다.

캐릭터 분석도 철저했다. 장요훈은 한예종 시절 배웠던 애니어그램 자료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인물의 욕망과 행동 패턴을 정리하며 지웅의 내면을 해석했다.

그는 민지웅을 "통제 욕구가 강한 아이"라고 정의했다. 왜소한 체격 때문에 힘으로는 서열 1위가 될 수 없지만, 위험한 방식으로 권력을 얻으려는 인물이라는 것.

"배우가 모든 인물을 이해할 수는 없어요. 자기 자신도 완벽히 모르는데 어떻게 타인을 알겠어요. 대신, 이 인물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끝까지 고민했습니다."

◆ "함께 만든 촉법이들"

극 중 촉법소년 4인방은 촬영장 밖에서도 늘 함께였다. 숙소를 같이 쓰고 이동도 함께했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덕분에 촬영 현장에서는 애드리브가 끊이지 않았다. 배우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제작진은 이를 실제 장면에 반영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차량 추격 신이다. 원래 대본에는 대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배우들이 직접 상황을 만들고, 대사를 더하면서 생동감 있는 장면으로 완성됐다.

"현묵(윤민수 역)이가 와이퍼를 조작하려다가 실수로 워셔액을 뿜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김무열(나화진 역) 선배님이 곧바로 '뭐야, 너 꼬부기야?'라고 받아주셨죠."

장요훈은 "촉법소년 배우들 모두 아이디어가 많았다"며 "다 같이 장면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참교육'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시리즈 1위에 올랐다. 91개 국가·지역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장요훈 역시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독립영화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단편영화제 참여도 예정되어 있다.

장요훈은 특정 장르에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연극과 독립영화, 상업영화와 드라마를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단어는 '버티기'다.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그는 "계속 버티면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좋은 일도, 힘든 일도 결국엔 다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기쁜 순간에 너무 들뜨지도, 지치는 순간에 쉽게 무너지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묵묵히 버텨내며 제 일을 해나가는 태도인 것 같아요."

장요훈은 여전히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자신의 인생작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속도로, 오래 버티며 걸어갈 생각이다.

<사진=정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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