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Everybody, Come on now, Say 트-트-트-트라이앵글'
의미 없이 튀어나오는 랩.
'영원할 거라고. (워어어) 계속될 거라고 약속해. my love~'
클리셰 가득한 가사.
'설마 너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그러고 있을 거야 보나 마나 뻔하잖아 uh. 그만하고 대답해 줄래?'
촌스러운 나레이션.
분명 어설프고 촌스러운데, 자꾸 귀에 남는다.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2000년대로 소환된다. 세대를 넘어 모두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 곡은 처음부터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당대 히트곡을 하나하나 분석해,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요소들만 골라 철저히 설계한 것.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 극 중 3인조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의 '러브 이즈'(Love is)가 관객들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했다.
'러브 이즈'는 심은지 작곡가가 썼다. 이효리, 싹쓰리, 아이유, 트와이스, 데이식스, 원더걸스, 수지, 2PM, 샤이니, 권진아 등 그의 멜로디를 부른 스타만 수십 명이다.
이번에도 '심은지 사운드'를 완성했다. 그의 전매특허, 그때 그 시절을 소환했다. 심은지 작곡가에게 '러브 이즈'(Love is)의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D(Dispatch, 이하 D). '러브 이즈'는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세계관을 빌드업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 곡을 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심은지 작곡가: 저는 원래 대중음악을 하던 사람이라 영화계와는 사실 접점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으신 이진희 감독님이 대학 동기예요. 연세대학교 작곡과 02학번 동기인데, 음악감독님께서 어느 날 연락을 주셨어요.
'음악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배경이 2000년대 초반이다 보니, 그 시절의 감성을 잘 재현할 수 있는 작곡가를 찾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제가 싹쓰리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만든 '그 여름을 틀어줘'라는 곡이 있었는데, 그 곡을 손재곤 감독님께 한번 들어보시라고 추천해 드렸대요.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그 곡을 좋게 들어주셨고, 흔쾌히 메인 테마곡 작곡을 맡아보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감독님, 음악감독님과 함께 작품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러브 이즈'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D. '한때 가요계를 휩쓴 혼성 그룹의 대표곡'이라는 콘셉트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각이 있었나. 실제로 참고한 곡이나 그룹도 있을 것 같다.
심 작곡가: 감독님께서 첫 미팅 때부터 가장 많이 강조하셨던 게 있었어요. 극 중 설정상 데뷔와 동시에 1위를 휩쓴 곡이어야 하니까, 관객이 영화관에서 한 번만 들어도 귀에 남고 '아, 이 정도면 정말 히트했겠다'라고 납득할 수 있는 곡이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죠.
저도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좋은 곡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집중했어요. 당시 유행했던 곡들을 많이 들었어요. '이 곡은 왜 사랑받았을까', '저 곡은 왜 히트했을까'를 계속 분석했죠. 요소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각 곡의 장점을 메모해 두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좋은 포인트들을 제 방식대로 녹여내서 곡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특정 곡 하나를 따라가기보다는, 당시 히트곡들이 가지고 있던 매력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믹스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디바, 쿨, 룰라, 유승준, UP, 듀스 같은 팀들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 시절을 대표했던 가수들과 그룹들의 음악은 거의 다 다시 찾아 들으면서 감각을 맞췄던 것 같습니다.

'러브 이즈'는 뉴잭스윙(New Jack Swing) 장르를 빌렸다. 발라드의 부드러움과 힙합의 거친 사운드를 섞었다. 댄서블한 힙합 비트 위에 알앤비 특유의 멜로디를 얹은 것.
비트는 잘게 쪼개지면서도, 스윙감이 넘친다. 듀스의 '여름 안에서' 같은 곡들이 미국 뉴잭스윙을 한국식으로 받아들인 초기 사례로 꼽힌다. 심 작곡가는 이현도 시절 한국 뉴잭스윙을 자기식으로 변형했다.
D. 1990년대~2000년대 가요 사운드는 서태지부터 S.E.S. 등 사실 굉장히 넓은데, '러브 이즈'를 만들 때 구체적으로 어느 해, 어떤 장르의 어떤 질감을 타깃으로 삼았나.
심 작곡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참고한 시기는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정도였어요. 당시 활동하시던 작곡가분들 가운데 특히 뉴잭스윙 장르에 강점을 갖고 계셨던 이현도 님이나 양창익 님의 곡들을 많이 레퍼런스로 삼았고요.
장르적으로는 뉴잭스윙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정통 뉴잭스윙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비트나 리듬감 정도를 차용하고, 그 위에 얹는 악기들은 오히려 한국적인 감성을 더 많이 담으려고 했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조금 더 말랑해진 한국판 뉴잭스윙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D. '러브 이즈'는 2000년대 감성을 세련되게 부활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 시절 가요 사운드를 재현하는 것과 현재의 청중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갔나.
심 작곡가: 오히려 그 시절의 것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쪽에 더 포커스를 뒀던 것 같아요. 어설프게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물론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영화관에서 처음 듣는 사람도 바로 좋아할 수 있는 곡'이라는 조건에는 저도 크게 동의했기 때문에 방향은 단순했어요. '누구나 듣기 쉬우면서도 캐치하고, 그 시절 감성을 최대한 그대로 가져가자'. 이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곡이 발표되고 놀랐던 건, 1990~2000년대 초반 감성을 잘 모르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분들이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연락을 주신 주변 분들이 꽤 많았어요. 세대를 넘어 반응이 오는 걸 보면서, 어쩌면 그 안에 공통으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러브 이즈'를 자세히 들어보면, 가사 한 줄 한 줄에, 음표 하나하나에 그 시절의 흔적이 숨어있다. 인트로에 나오는 카세트 되감기 효과음은 그 시절 필수(?) 사운드다.
화려한 브라스 소리, 별뜻 없는 영어 가사, 클리셰 넘치는 가사 등이 그 예다. 심은지 작곡가는 이 모든 걸 의도적으로 계산해서 가져왔다.
D. '러브 이즈'를 작업하면서 고집한 특유의 그 시절 사운드 요소가 궁금하다. 지금 들으면 좀 촌스럽다 싶은데 그래서 오히려 넣은 것들이 있나.
심 작곡가: 인트로부터 앞 뒤 맥락 없이 대뜸 "에브리바디", "컴온 나우"를 외친다거나 박지현 배우님의 촌스러운 나레이션 랩 부분이 그것들이고요. 강동원 배우님의 '영원할 거라고', '계속될 거라고' 이 파트도 사실은 굉장히 클리셰 같은 가사에 클리셰 같은 동작들이 연상되는 파트에요.
사운드 요소라면, 지금은 많이 쓰지 않는 클라비코드 같은 어설프고 촌스러운 질감의 소리나, 과하게 예쁜 하프 사운드, 알맹이는 없는데 얇고 쏘기만 하는 리드 사운드 같은 것들이에요. 그 시절 사운드 느낌을 내려고 일부러 사용했죠.
D. 가사를 쓸 때 특별히 고집한 표현이나 반드시 넣고 싶었던 단어는 무엇이었나.
심 작곡가: 아웃트로에 "트라이앵글 인 더 하우스"(Triangle's in the house)요.(웃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태사자 인 더 하우스'가 시그니처로 유명했잖아요. 오마쥬한 거예요.
그리고 제가 나름 의도했던 부분이 있다면 자수가 많은 단어를 빠르게 몰아치는 표현들이에요. 박지현 배우님 파트에 나오는 "그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돼", "왜 이리 왜 이리", "매일이 매일이" 같은 부분들인데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표현들은 옛날 느낌을 살리려고 의도적으로 쓴 부분들이에요.

D. 배우 엄태구도 '러브 이즈' 랩메이킹에 참여(Concert Ver)했다. KASS 작곡가, 심은지 작곡가와 함께 3명의 가사를 어떻게 하나의 합으로 맞춰나갔는지 그 과정도 궁금하다.
심 작곡가: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나오는 랩은 모두 엄태구 배우님과 랩 선생님인 KASS 작가님 두 분이 만드신 랩이에요. 저는 중간 간주에 나오는 랩을 썼고요.
그 파트는 '절규에 가까운 랩이어야 한다'는 얘기만 감독님께 전해 듣고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어느 날 저한테 웨이브 파일 하나가 와있더라고요. 처음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너무 잘하셔서요. 원래 톤이 래퍼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완성본을 들었을 때 정말 '톤이 사기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가사 자체도 너무 '구상구'스러움을 잘 살려주셨고요.
D.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세 배우가 녹음하는 걸 옆에서 보셨을 텐데, 가수와 배우의 차이를 느낀 순간이 있었나.
심 작곡가: 엄태구 배우님 녹음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음원 발매를 기준으로 다듬어진 버전을 생각하면서 디렉팅을 했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극 중 어떤 상황인지, 또 '구상구'라는 캐릭터라면 어떻게 불렀을지까지 깊게 상상하면서 녹음을 진행하지는 못했어요.
처음 녹음할 때는 배우님도 조금 긴장하신 것 같았어요. 제가 디렉팅하는 방향대로 차근차근 따라와 주셨는데, 녹음이 끝난 뒤에 남아서 한 번 더 녹음해 보면 안 되겠냐고 먼저 말씀하시더라고요. 박지현 배우님 녹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다시 부스에 들어가셨어요.
그때는 정말 완전히 달라지셨어요. 먼저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주시고, "상구라면 여기서 이렇게 했을 것 같다", "이 장면에서는 저렇게 불렀을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캐릭터 관점에서 접근하시더라고요. 심지어 마지막 삑사리 아이디어도 엄태구 배우님이 제안하신 거였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가수와 배우의 접근 방식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음악적인 완성도를 먼저 생각했다면, 배우님은 끝까지 캐릭터 안에서 노래를 해석하려고 하셨거든요. 그 점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심은지 작곡가에게도 영화 OST는 도전이었다. 음악적 완성도를 좇는 작곡가와 캐릭터 안에서 답을 찾아가는 배우. 부딪히고 섞이며 '러브 이즈'는, 그렇게 완성됐다.
사실 '러브 이즈'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애초에 정해져 있던 곡이 따로 있었던 것. 강동원의 의견으로, 새로운 곡이 탄생했다.
D. 이제 곡과 영화가 모두 공개됐다. 아무도 모르는 '러브 이즈'의 비하인드 하나를 공개해달라.
심 작곡가: 사실 이 곡이 처음부터 바로 나온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장르의 노래가 먼저 있었고, 그 버전도 감독님, 음악감독님, 저까지는 꽤 만족했던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강동원 배우님이 한 번 더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그걸 계기로 다시 작업하게 된 곡이 바로 '러브 이즈'예요.
아예 새로운 스타일로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고 시간적으로도 조금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곡이 완성됐고, 대중분들의 반응을 보니 결과적으로 이 곡으로 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D. 극장에서 직접 보셨을 때, '러브 이즈'가 원하신 대로 구현이 됐는지? 극장에서 보고 들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하다.
심 작곡가: 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요. 물론 작업 전에 시나리오를 다 읽었음에도 이렇게 영화 전반의 큰 축으로 쓰일 줄은 몰랐고, 또 이렇게 자주 등장할 줄도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배우분들이 아카펠라 씬이나 마지막 무대에서 '정말 크게 무리해 주셨구나'를 느꼈어요.
시사회 때는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는데, 옆에 모르는 사람들한테 "저거 제가 썼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었고,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는 보느라 정신 없었고요.(웃음) 아마도 영화 OST 작업이 처음이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심은지 작곡가는 현재 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이자, JYP퍼블리싱 대표다. 이제 한 곡을 완성하는 것을 넘어, 곡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곡을 만드는 사람과, 곡을 파는 사람. 2개의 역할이 부딪히진 않을까. 심 작곡가는 충돌도 있지만, 시너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시야가 넓어진 만큼, 더 멀리 보게 됐다는 것.
D. '러브 이즈'처럼 영화 OST 작업을 한 게 JYP 퍼블리싱 입장에서는 단순한 외부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음악 콘텐츠 IP 사업을 영화·드라마 영역으로 확장하는 신호로 봐도 될까.
심 작곡가: 이번 작업은 개인적인 의뢰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어요. 다만 최근 들어 IP 확장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OTT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과거 음악들이 콘텐츠를 통해 다시 주목받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런 흐름을 보면서 저희가 보유한 음악 포트폴리오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OST가 저희의 주력 분야는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음악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와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잖아요. 'K-POP 데몬 헌터스' 같은 작품을 보면서 OST나 음악 IP를 활용한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느꼈고요.
그래서 이번 작업을 단순한 외부 프로젝트로만 보기보다는, 앞으로 음악 콘텐츠 IP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D. 작곡가에서 경영자로 정체성이 넓어지면서, 두 역할 사이에서 충돌하거나 오히려 시너지가 나는 지점이 있다면?
심 작곡가: 충돌과 시너지 둘 다 느끼고 있어요. 일단 저는 작곡가이면서 동시에 퍼블리싱을 운영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같은 프로젝트에 제 곡도 들어가 있고, 회사 소속 작가들의 곡도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제 곡이 좋다고 생각되어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팀 전체를 봐야 하니까 저희 작가들의 곡을 더 우선적으로 밀어줘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런 순간에는 양심적으로 갈등할 일이 많죠.(웃음) 또 매출이나 운영 같은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모드가 전환돼야 할 때도 있고요.
반대로 시너지가 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예전에 박진영 씨께서 "경영도 해보면 작곡가로서 시야가 훨씬 넓어질 거고, 결국에는 창작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는데, 당장 곡 쓸 시간도 부족한데 경영까지 하면 오히려 손해 아닌가 싶어서 이해가 안 갔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예전에는 곡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곡을 사는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하게 됐어요. 어떤 기준으로 곡을 선택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게 됐고요. 또 작가들을 관리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창작자마다 생각하는 방식이나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모든 경험이 결국 작곡할 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심은지 작곡가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19년째 곡을 쓰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원칙은 하나다. 좋은 멜로디를 쓰자는 것.
앞으로도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추기보다,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이다. 그의 치열한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D. 작곡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곡'의 기준이 달라진 게 있는지 궁금하다. 변하지 않은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심 작곡가: 변하지 않은 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멜로디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좋은 음악은 좋은 멜로디에서 나온다"는 생각이에요. 사실 그 기준 자체는 크게 달라진 적이 없어요.
제가 2008년에 첫 입봉을 했고 지금이 2026년이니까 그동안 정말 트렌드가 여러 번 바뀌었잖아요. 그런데 결국 핵심은 하나인 것 같아요. 좋은 멜로디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포장하느냐가 달라졌을 뿐이지,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반응하는 음악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요.
D. 마지막으로, '러브 이즈'가 2000년대 가요를 그리워하며 만든 곡이라면, 먼 훗날 누군가 '심은지 사운드'를 그리워하며 다시 꺼내 듣는다면 어떤 곡,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나.
심 작곡가: 이 질문은 좀 찡하고 뭉클하네요. 애착이 가는 곡들은 많지만, 이 질문에만큼은 아이유의 '에필로그'라는 곡이 먼저 떠올랐어요.
작곡가로서 같은 걸 반복하는 걸 꽤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어떤 분들이 "심은지 곡 같다"라고 말씀해 주실 때는 한편으로는 저만의 색이 있다는 뜻 같아서 감사하기도 했고요.
다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같은 방식을 반복하기보다는, 매번 익숙한 것을 새롭게 포장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올해로 입봉한지 19년 차인데 대중음악을 해오면서도 계속 고여 있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해 온 작곡가로, 그렇게 기억된다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JYP 퍼블리싱,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