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무대는 때로 노래를 완성한다.
아일릿의 '잇츠 미'(It's Me)가 그랬다. 안무가 공개된 뒤 매력은 더 선명해졌다. 통통 튀는 스텝, 독특한 동작, 표정 연기가 더해지며 듣고 보는 재미를 키웠다.
빠른 동작에도 멤버들은 안정적인 합을 자랑했다. 데뷔 초와 비교했을 때, 한층 성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호평도 얻었다. 글로벌 챌린지 열풍까지 이었다.
"흐! 바! 암! 바!" (Who's your bias? I'm your bias)
그 중심에는 김다희 퍼포먼스 디렉터가 있었다. 유쾌한 가르침으로 '직업 만족도 최상인 안무 선생님'으로 불릴 정도. 손끝, 시선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함께 만들어 나갔다.
"멤버들의 색깔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노력했죠. 연습할수록 발전하고 욕심내는 멤버들을 보면, 저 또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고요." (김다희 디렉터)
'디스패치'가 김다희 디렉터를 만났다. 그는 '마그네틱', '체뤼시', '빌려온 고양이', '낫 큐트 애니모어' 등 아일릿의 주요 안무 작업에 참여했다.

◆ "최애를 표현하는 법"
김다희 디렉터는 처음 '잇츠 미'를 들었을 때부터 떠올렸다. "빠른 비트에 마냥 신났다. 노래를 들으면서 흔히 말하는 막춤을 췄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콘셉트를 잡았다. '잇츠 미'는 공개 직후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신선한 안무라는 반응도 컸다. 독창적인 짜임새가 돋보였다.
"당차고 뻔뻔한 포인트를 살리기에 확실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죠."
그도 그럴 게, '잇츠 미'는 "누가 너의 최애니? 내가 너의 최애지. 바로 나야"(Who's your bias? I'm your bias. It's me)라고 외친다. 당돌한 자신감이 포인트다.
김다희 안무가는 이를 다이내믹한 안무로 풀었다. 점프 등 하체를 적극 활용한 동작을 배치했다. 그는 멤버들의 체력부터 끌어올렸다. "스텝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구간이 많다. 몸을 풀 때도 스텝을 밟으며 코어와 다리 힘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자를 입으로 외치며 시범을 보였다. 멤버들이 안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흐저바이~"라며 노래까지 불러가며 진행했다. 어떤 느낌으로 춰야 하는지, 어디서 힘을 써야 하는지를 직접 몸으로 보여줬다.
"3절 돌진 파트 스텝과 뉘앙스 연습을 위해, 연습실 끝과 끝을 왔다 갔다 하며 연습했거든요. 제가 시범을 보여주며 돌진하다가 멤버와 살짝 부딪혀 웃기도 했죠."

◆ "음악 없이도 박자를 맞췄다"
다음 과제는 싱크로율이었다. '잇츠 미'는 보기보다 많은 합을 요구한다. 같은 타이밍에 움직여야 완성된다. 메인 구간은 동작 전환이 빠른 데다 체력 소모도 크다.
김다희 디렉터는 "(싱크로율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단순히 안무를 반복하기보다 멤버들끼리 박자를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밝혔다.
"음악 없이도 동시에 안무할 수 있도록 박자를 세며 연습했어요. 영상으로 촬영해 모니터링하면서 각도, 타이밍 등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죠."
그는 "사실 스텝을 사용하는 구간에서 에너제틱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빠른 비트에 몸을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아일릿은 계속 연습했습니다. 하면 할수록 발전했죠. 멤버들이 스스로 더 욕심을 냈고, 결국 그 (어려움의) 벽도 부수더라고요."
멤버들의 노력을 높이 샀다. "이 과정은 체력적으로 힘들다. 반복적이라 지루할 수도 있다"며 "무대 위, 칼각은 멤버들이 함께 맞춰 나간 노력의 결과"라고 칭찬했다.
"이런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만 팀의 합이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일릿이 딱 그랬어요. 하나씩 차곡차곡 맞췄습니다. 연습실에서 같이 소리를 지르며 뛰었던 기억도 있습니다(웃음)."

◆ "되게 해주겠다"
처음 안무를 제작하던 시기, 높은 난도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김다희 디렉터는 "아일릿은 연습생 시절부터 느낀 강점이 있다. 높은 흡수력과 성장 가능성"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퍼포먼스를 제작할 때,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한계를 크게 두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아일릿이라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거든요."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팀 이름처럼, 멤버들은 매 앨범마다 놀라게 만들었다. 연습 과정에서 제가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알렸다.
멤버들이 힘들어할 때도 다독이며 이끌었다. "'배운 지 얼마 안 됐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면 된다. 되게 해주겠다', '좌절하기엔 이르다'고 달랬다.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며 계속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한층 더 나아갔다. 디렉터는 "표정이 퍼포먼스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한다. 안무가 완벽해도, 표정과 시선에 감정이 담기지 않으면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답을 정해주기보다 각자의 답을 찾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이 표정을 지어달라'가 아니라, 각 멤버에게 어떤 표현이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함께 찾아 나갔다"고 털어놨다.
"한 팀이지만 표현하는 방식도, 무대에서 빛나는 포인트도 모두 다르거든요. 그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하나의 팀으로 보일 수 있도록 디렉팅 하는 데 집중했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디렉터는 "안무와 표정이 따로 놀지 않도록, 각자의 스토리를 설정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이 무대를 맛있고 입체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역시, 하면 됐다"
아일릿의 '잇츠 미'는 데모 버전을 발전시켰다. 디렉터는 "한 구간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구간이 맛깔나게 살았다. 멤버들의 색깔이 제대로 녹아들었다"고 돌아봤다.
그에게 댄서로 직접 무대에 설 때와 아티스트를 뒤에서 지켜볼 때의 차이를 물었다.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해냈을 때"라고 답했다.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쳐,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
아일릿이 '잇츠 미' 퍼포먼스를 처음 완성한 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멤버들이 '이제 흐름이 보인다', '춤출 때는 정신이 없었는데 무대가 보인다'고 했다. 멤버들의 변화는 그에게도 인상적이었다.
"아일릿은 항상 다채로운 콘셉트의 무대를 보여드리고 있어요.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키치한 포인트도 만들어 내고요."
마지막으로, 김다희 디렉터는 함께한 '아일릿 퍼포먼스 디렉팅' 팀에도 감사를 표했다.
"안무 제작과 레슨, 디렉팅을 저 혼자 한 것이 당연히 아닙니다. 퍼포먼스 디렉팅팀은 시작 단계에서 퍼포먼스 결과 방향성을 잡습니다. 안무 제작과 수급, 레슨 등 무대를 완성시키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치죠. 고생한 팀에게 감사합니다."
멤버들에게도 짧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잘했어요. 역시. 하면 된다!"

<사진출처=빌리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