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ㅣ칸(프랑스)=정태윤기자] "제가 나올 타이밍을 아니까,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배우 정호연은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으로 첫 스크린 데뷔했다. 데뷔작부터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그는 칸에서 처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다.
그의 등장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관객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낸 것. 올해 경쟁작 프리미어 중 상영 중간에 박수가 터져나온 건 '호프'가 처음이었다.
그는 "엄청난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지금 그 감정을 설명할 단어를 아직 찾지 못했다. 배우 일을 계속 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디스패치'가 칸에서 정호연을 만났다. 그의 첫 영화, 첫 액션, 그리고 첫 칸을 들었다.

정호연에게 '호프'는 한국 영화 데뷔작이자, 액션 연기에도 처음 도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그에게 일찌감치 준비를 당부했다.
그는 "감독님과 처음 미팅을 했다. 좀 오랜 기간 준비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5~6개월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4kg 늘렸다"고 말했다.
"총기 훈련을 받고, 저희 영화 배경이 과거의 특정 시기이기 때문에, 수동 면허도 땄어요. 자랑하자면,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드리프트와 급격한 속도 변화도 익혔고요."
긴 기간 준비를 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첫 촬영에 맞닥뜨렸을 때, 머릿속에 새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그는 "시간을 들여 준비한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던 것 같다"며 "카메라 앵글, 무술팀 노트, 안전 체크까지 한꺼번에 쏟아져서 긴장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때 황정민이 다가왔다. 정호연은 "선배님이 '성애야, 그냥 자신있게 해'라고 해주셨다. 머릿속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나를 믿자, 하고 했더니 첫 테이크에 오케이가 났다"고 전했다.
정호연이 맡은 성애는 호포항의 순경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을 한다. 명확한 선악의 기준을 가진 인물. 선을 넘은 외계인들을 참을 수없어 폭발한다.
정호연은 "감독님이 '성애는 인간의 선의를 담고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성애의 특징 중 가장 뚜렷한 건, 정의감과 선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한 정의감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분노와 슬픔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성애의 분노는 성의에서 왔고요."
현장 자체가 그에게는 배움이었다. 정호연은 "어떤 배우분이 '할 게 많은 연기가 더 재밌는 거다'라고 한 적이 있다. '호프'를 하면서 그 생각을 했다. 에너지를 쓰는 게 아니라 받는 느낌이 컸다"고 강조했다.

나홍진 감독이 만든 현장 분위기도 힘이 됐다. 그는 "열려 있는 현장이었다. 이런 시도, 저런 시도 다 과감하게 해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고 전했다.
'호프'는 루마니아, 해남, 합천까지 장기간 로케이션을 다녔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점점 충만하게 차올랐다.
"저희의 몰골은 꼬질꼬질해져 가는데, 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다들 충만해졌던 것 같아요. 몸이 힘들어도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죠."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크게 얻은 건 무엇일까.
"배우로서의 자신감이요. 기술적으로 배운 게 많아요. 황정민 선배 같은 경우는, 볼펜 하나 쥐는 것도 어떻게 쥘까 고민하시더군요.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 노하우를 배웠죠. 또 조인성 선배가 현장을 아우르고 챙기는 것도 배웠고요. 이 케미가 정말 좋았죠. 하나의 좋은 사회를 이룬 것 같았어요."
'호프'는 올 여름 국내에서 개봉한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