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ㅣ칸(프랑스)=정태윤기자] "멋있게 서 있고 싶었어요."
제79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레드카펫. 첫 칸 입성이었다. 그러나 조인성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전 세계 사진 기자들 틈에서도 한국 기자들 앞에 먼저, 가장 오래 서줬다.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서 있었어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영광스럽잖아요. 최대한 자신있고 멋있게 저희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 월드 프리미어 다음 날, '디스패치'가 칸에서 배우 조인성을 만났다.

조인성은 칸에서 처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관람했다. 그는 "핵 안에 있으면 전체가 안 보이니까, 처음부터 옆집 구경하듯 보면서 영화를 느끼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선보이고, 박수를 받는 문화는 처음이었다. 그는 "박수를 언제까지 쳐야 되지, 어느 타임에 손을 내려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밝혔다.
조인성이 맡은 '성기'는 사냥과 낚시로 소일거리를 하는 마을의 한심한 청년이다. 고씨 노인의 싸움소를 참혹히 죽인 짐승을 쫓아 산속으로 향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깊은 숲과 광활한 국도를 오갔다. 말을 타고 펼치는 난이도 높은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그는 "저희 영화에는 더미라는 게 없다. 다 직접 말에 올라타서 찍었다"고 전했다.

"말은 정말 예민한 동물이에요. 뭔가 옆에 나타나면 바로 방향을 틀어버리죠. 사고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카메라를 든 팀도 말을 타고, 혹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실감나게 촬영했어요."
나홍진 감독도 초긴장 상태에서 연출했다. 그는 "마지막 숲에서 국도로 이어지는 45분 분량은 몇 달 동안 촬영했다. 새로운 걸 하기 위한 감독님의 용기였다고 생각한다. 서로 응원하면서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조인성은 말만 탄게 아니다. 한 손에는 장총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고삐를 잡았다. 그는 "원래 한 손으로 총을 들 수가 없다. 가총으로 하면 쉽겠지만, 감독님이 가총을 쓸 거였으면 저를 말에도 안 태웠을 것"이라며 웃었다.
"요즘은 AI로 영상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런 산업의 변화 속에서 감독님이 선택한 전통적인 방식인 거죠. 리얼한게 오히려 새로워지는 시대. 이제는 그게 볼거리가 되는 거죠."

조인성 역시 외계인이 없는 상태에서 상상력 만으로 연기해야 했다. 그는 "대상이 없는데, 그 모든 서사를 배우의 얼굴 하나로 이어야 하는 건 공포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무드가 안 나오면 계속 테이크를 다시 갔다. 대상이 없는데 공포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감독님이 계속 '더 긴장해서 걸어달라.' 될 때까지 다시, 다시를 반복했다"고 강조했다.
"감독님은 정말 독해요. 반드시 획득해야 될 것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죠. 그래도 끝까지 해본 기분이라 좋았습니다. 힘들어서 안 하면 오히려 불안하잖아요. 찝찝하지 않게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최근 조인성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범상치 않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나홍진 감독의 '호프', 그리고 차기작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까지. 거장들이 잇따라 그를 찾았다.

조인성은 "배우는 쓰임의 문제인데, 결국엔 쓰여야 되지 않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로운 걸 극단으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물론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전했다.
특히 '호프'는 그의 새로운 얼굴을 가장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다. 수북히 기른 수염과 눌러 쓴 모자. 심지어 직업도 없는 한심한 동네 청년이다.
그는 "조인성 하면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미남 역을 뽐내지 않아도 되는 역이니까, 이 연차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일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경쟁 부분에 오르고, 레드카펫도 서게 돼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작년보다 나은 상황이라서 이렇게 칸에서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자고요!"
'호프' 수상 결과는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