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2021년, 2022년, 그리고 2026년. 티빙 '유미의 세포들'이 진화한 해다.
그동안 3번의 세포분열이 있었다. (남자 주인공은 3번 바뀌었다). 유미(김고은 분)는 매 시즌 돌아왔고, 시청자도 마찬가지.
시즌3는 공개 직후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시즌1·2도 동시에 티빙 톱 10 안에 재진입했다.
한국 드라마 역사상, 웹툰 원작이 시즌3까지 진행된 사례가 없다. 게다가 이 IP는 웹툰에서 드라마, 나아가 뮤지컬로 확장 중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살아 움직이는 세포, 시간을 축적한 배우, 그리고 처음부터 설계된 슈퍼IP의 길. '유미의 세포들'은 스스로 진화해왔다.

◆ 35억 뷰 원작의 힘
출발점은 원작이다. 이동건 작가는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네이버 웹툰에서 '유미의 세포들'을 연재했다. 완결 시점 누적 조회수는 32억 뷰(현재 기준 35억 뷰)를 기록했다.
그러나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가진 구조적 특징이다. '유미의 세포들'은 30대 평범한 여성 직장인의 연애와 성장을 머릿속 세포들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한 명의 인물이 여러 상대역과 연애하고, 이별하고, 다시 시작하는 에피소드를 반복한다. 스튜디오N이 이 IP에 주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스튜디오N 측은 '디스패치'에 "웹툰이 워낙 유명했고,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확장성 있는 이야기라고 판단했다"며 "이 슈퍼 IP를 가지고 다양한 걸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IP의 확장은 원작에 다시 힘을 싣는 결과로 돌아왔다. 시즌3 방영 후 2주(4월 13~26일) 원작 웹툰 조회수는 방영 전 2주(2월 28일~3월 13일) 대비 13배 증가했다.

◆ 시즌제의 설계
세포라는 장치, 반복되는 에피소드 구조, 유미라는 캐릭터의 성장 서사. 이 3가지 요소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뮤지컬로 각각 다르게 확장될 수 있는 원천이 됐다.
무엇보다 이는 드라마 시즌제 설계의 토대가 됐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접근했다. 시즌1과 2 역시 동시에 기획하고 제작됐다.
원작이 약 4년에 걸친 시간을 담고 있는 만큼, 이를 단일 미니 시리즈로 소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다만 이 선택은 일반적인 시즌제 드라마라면 적지 않은 위험 부담을 동반한다.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는 가장 강력한 고리는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이기 때문이다. 케미가 바뀌는 순간, 기존 팬들에게는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유미의 세포들'은 애초에 이 공식을 비껴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원작 팬이라면, 유미가 여러 번 사랑하고 이별하는 캐릭터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역 교체는 충격이 아닌 기대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시즌1의 구웅(안보현 분)에서 시즌2 바비(박진영 분), 그리고 시즌3의 순록(김재원 분)까지. 매 시즌 새 캐스팅마다 기대가 앞섰다.
원작 팬들이 머릿속에 그려온 캐릭터의 이미지와 실제 캐스팅 사이의 높은 싱크로율도 호평으로 작용했다. 원작의 서사 구조 자체가 시즌제 드라마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 세포 CG의 언어
'유미의 세포들'을 다른 웹툰 원작 드라마와 가장 뚜렷하게 구별 짓는 건, 세포 CG다.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혼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장치는 단순한 시각적 차별화가 아니다.
원작에서 세포는 주인공의 내면을 외화하는 핵심 문법이다. 감정·이성·욕쟁이·작가·사랑 세포 등을 의인화해 주인공의 결정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세포가 없으면 유미의 내면이 사라지고, 유미의 내면이 없으면 이 드라마의 본질도 사라진다. 때문에 시리즈화의 관건은 세포 CG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였다.
CG 전문기업 로커스가 언리얼 엔진 기반 리얼타임 기술로 세포들을 구현했고, 제작에만 약 10개월이 소요됐다. 드라마 최초로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시도였다.

시즌3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일례로 6회, 운전하는 순록의 양옆으로 배터리 풀충전 아이콘이 떠오르고, 가로등 빛은 리듬게임 판정선처럼 화면을 수평으로 가로지른다.
집 밖에서는 에너지가 방전되는 집돌이 순록이, 유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풀충전된다는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 이를 세포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화면 위에 그래픽으로 얹어 표현했다.
실사 화면 자체가 세포 마을의 문법으로 움직이는 연출을 선보인 것. 세포 씬과 실사 씬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시즌3만의 호흡을 완성했다.

◆ 유미의 성장
시즌3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미의 위치다. 시즌1 평범한 회사원에서 시작해, 시즌2 작가 지망생, 그리고 시즌3에선 스타 작가가 된 유미를 그린다.
단순히 연애 상대가 바뀌는 게 아니다. 유미라는 인간 자체가 시즌을 거칠수록 변화한다. 시청자가 매 시즌 돌아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다음 남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유미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해서다. 로맨스를 보러 갔다가 한 사람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김고은이 그 성장을 5년째 같은 온도로 연기하고 있다. 이것이 '유미의 세포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시즌1과 시즌3의 김고은은 같지만, 다른 얼굴이다.
김고은은 "제가 원톱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 바로 유미였다"며 "20대의 배우 김고은이 고군분투하며 얻은 지혜와 노하우를 30대 들어 이 작품에 쓸 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어설픔과 30대 중반의 무게감을, 연기가 아닌 시간으로 새긴 것이다. 캐릭터의 나이와 함께 배우의 나이가 실제로 함께 흘렀기에 가능했다. 배우도 성장했고, 캐릭터도 성장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붙들고 있던 건, 로맨스의 상대가 아닌 유미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를 5년간 놓지 않은 김고은이었다.

◆ 슈퍼 IP의 저력
제작사 구조도 주목할 지점이다. 드라마는 스튜디오드래곤, 메리카우, 스튜디오N이 공동 제작했다.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 자회사로, 원작 IP를 보유한 플랫폼이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단순히 공동 제작자가 아니었다.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전 포맷에 걸쳐 IP의 방향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디즈니와 픽사가 하나의 IP로 테마파크, 뮤지컬, 굿즈까지 확장하듯, 처음부터 '유미의 세포들' 역시 처음부터 멀티 포맷 전개를 염두에 둔 슈퍼 IP로 기획됐다.
그 시작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스튜디오N은 시즌1 제작 이전부터 로커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드라마 제작을 제안하며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만들어두었던 세포 CG 어셋이 드라마로 이어졌다.
창작 뮤지컬 '유미의 세포' 역시 같은 시점에 준비에 들어갔다. 시즌1을 기반으로 하되, 원작엔 없는 뮤지컬 오리지널 캐릭터 109 세포를 추가해 또 한 번 세계관을 확장했다.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웹툰 원작이 시즌3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다. 이 기록은 단순한 흥행의 결과가 아니다. 원작의 구조적 특성, 처음부터 시즌제로 설계한 기획, 그리고 IP를 보유한 플랫폼의 직접 참여가 맞물린 결과다.
'유미의 세포들'은 진화했다. 포맷이 바뀔 때마다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쌓았고, 그 축적이 IP를 더 강한 형태로 완성시켰다.
'유미의 세포들은 증명해냈다. 잘 만든 IP는 원작이 끝난 뒤에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라마가 뮤지컬을 확장시키고, 뮤지컬이 다시 드라마를 환기시키며, 그 순환이 원작까지 되살린다.
세포들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사진출처=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