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1년에 5번의 컴백. 다른 K팝 그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혹독한 스케줄이다. 하지만 마크와 해찬은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나 마주해야 했던 현실이었다. 두 달 간격으로 127, 드림, 단체 활동을 오가며 새로운 곡을 소화했다.
무한 영입, 무한 유닛, 무한 변주. 이수만의 계획은 그럴듯했다. NCT라는 네오한 통로를 이용해 무한 확장을 꿈꾼 것. 문제는, K팝 팬덤의 정서다. 그들은 (앨범) 찍어내기보다, (케미) 쌓아가길 원한다.
결국, SM은 확장의 문을 닫았다. 안정을 택했고, 유지를 추구했다. 그러나 데뷔 10년 차, 시스템 리스크가 터졌다. 데뷔 시기가 달라 재계약 시점이 각각이라는 것. 마크가 팀을 탈퇴하고, 텐이 소속사를 옮겼다.
NCT는 이대로 흩어질까.
확장은 없어도 소멸도 없다. 낯선 시스템을 딛고 일어선 힘은, 결국 그들 자신이었다. '디스패치'가 NCT 10년의 서사를 돌아봤다. 대중문화 평론가 3명(임진모·김도헌·박희아)과 함께 그들의 미래도 예견했다.

◆ 무한 확장의 딜레마
2016년 1월, 이수만이 네오 컬처 테크놀로지의 청사진을 직접 밝혔다. 키워드는 무한 확장. 멤버 수의 제한을 없애고, 전 세계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현지화 팀들을 무한 탄생시키겠다고 선언했다.
K팝의 완전한 글로벌화를 꿈꿨다. 하나의 곡을 각 나라의 언어로 발표하는 동시에, 현지를 타깃으로 한 음악 콘텐츠를 준비하고자 했다. 다양한 유닛 결합으로 끊임없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품었다.
그결과, NCT라는 이름 아래 127(서울), 드림(청소년), 웨이션 브이(중국), 위시(일본) 등 다양한 유닛들이 파생됐다. 팀을 병행하는 멤버들도 등장했다. 중국인 멤버 윈윈은 현지화를 명분으로, 127에서 웨이션 브이로 소속을 옮기기도 했다.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잦은 멤버 변동과 이적은 팬덤의 반발을 불렀다. 멤버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를 응원하는 기존 팬덤과 달리, NCT 팬덤은 철저히 개인화됐다. 그룹의 시너지를 낼 수 없었다.
유닛 교집합의 부작용도 뼈 아팠다. 마크, 해찬 등 여러 유닛을 오가는 멤버들은 스케줄 과부하에 시달렸다. 팬덤 역시 특정 유닛에만 몰두했다. 이는 곧 유닛 간의 배타적인 분위기로 이어져 팬덤 내부의 분란을 키웠다.
각 도시를 거점으로 활동하겠다는 초기 명분도 점차 길을 잃었다. 현지 팀들의 데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서울 거점 팀인 NCT 127이 일본과 미국 시장까지 모두 소화하며 시스템의 모순을 낳았다.
임진모 평론가는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디테일이 부족했다. 유닛 시스템 때문에 마케팅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획을 완전히 실현하지 못한 반쪽짜리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 서사가 된 한계
시스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NCT는 현재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비결은 크게 3가지. 멤버들의 뛰어난 실력, 역설적으로 강력한 서사가 된 시스템, 그리고 확고한 음악색이다.
김도헌 평론가 역시 "오히려 불안정한 체제에 멤버들의 역량이 가려졌다"며 "시스템적인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건, 결국 멤버들이었다"고 짚었다.
불안정한 시스템은 팬덤의 결속으로 이어졌다. 일례로, NCT 드림은 졸업 시스템을 가진 청소년 연합팀이었다. 팬들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멤버들의 서사에 열광했다. 동시에 졸업 시스템에 반발, 2020년 (졸업) 폐지를 이끌어냈다.
팬덤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7드림'의 가치를 증명했다. 정규 1집 '맛'(2021) 초동 마감 약 3시간 전, 비를 뚫고 2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일화가 대표적이다. 팬들의 간절함은 SM 최초 밀리언셀러를 넘어, 미니 6집 '빗 잇 업' 기준 9연속 밀리언셀러 달성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불안정한 시스템도 점차 자리를 잡았다. 2019년 '웨이션 브이'를 기점으로, 유닛이 고유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 127은 힙합, 드림은 청량, 웨이션 브이는 관능. NCT라는 브랜드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채워나갔다.
NCT 2018, 2020, 2021 등 단체 프로젝트로 시스템의 정점을 보여줬다. 색깔이 다른 유닛들을 NCT U로 다양하게 조합하며, 기존 팀에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한 음악적 시너지를 폭발시켰다.
무한 확장의 에너지는 단체 콘서트 'NCT 네이션'까지 이어졌다. NCT U 무대는 물론, '블랙 온 블랙' 등 NCT에서만 볼 수 있는 다인원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일 대형 스타디움 단 5회 공연으로, 약 2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 네오의 새 얼굴
무한 확장의 마침표는 NCT 위시(2024년 데뷔)가 찍었다. 일본인 4명, 한국인 2명의 조합으로 일본 기반 활동을 예고했다. 이들을 끝으로 무한 확장 체제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더 이상 멤버 영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무한 확장이라는 초기 꿈은, 끝내 미완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비로소, NCT라는 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안의 유닛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역설적이지만, 멈춤을 통해 확장의 모순을 증명한 셈이다.
NCT 위시는 멤버 변동이라는 입덕 장벽이 완전히 사라진 유닛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대중이 유입됐고, 기존 팬덤의 화력도 결집했다. NCT 내의 그 어느 유닛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미니 2 집 '팝팝'으로 데뷔 약 2 년 만에 초동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지난달 17~19 일 KSPO 돔에도 입성했다. 3일 동안 약 3만 3,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5세대 보이그룹 대표 주자임을 입증했다.
박희아 평론가는 이들의 핵심 인기 요소로 무해함을 꼽았다. "여성이 남성에게 무해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터프함이 완전히 제거된 NCT 위시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NCT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미니 3집 '컬러'가 변곡점이 됐다. 앨범 전면에 네오를 덧입힌 것. 기존의 청순하고 청량한 매력 역시 한층 끌어올리며 독보적인 음악색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일본 기반 팀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팬덤까지 사로잡았다"며 "대중적인 성공 자체가 가장 선명한 전략임을 증명한다. 복잡한 고민 없이 지금의 페이스를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고 평가했다.

◆ 끝나지 않은 숙제
올해 NCT는 10년 차의 실험대에 올랐다. 바로 계약 문제 때문이다. NCT가 그동안 구축한 시스템 하에선, (보통의) 아이돌 그룹이 전개하는 '전원' 재계약, 또는 '동시' 재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마크와 텐의 계약 종료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팬들은 또다시 시스템의 한계를 체감해야 했다. 특히 마크의 경우, 아예 팀을 떠났다. SM은 흔들리는 팬덤을 다독여야 하는 숙제를 또다시 부여받았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NCT는 변수를 돌파하는 팀이라는 사실. 당장 NCT 드림만 해도 그렇다. 마크가 졸업했을 당시, 미니 3집 '위 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게다가 도영, 태용, 재현, 해찬 등은 성공적인 솔로 활동으로 각자의 기량을 증명하고 있다. JNJM(제노·재민) 등 새로운 유닛 활동 역시 이어지는 상황. NCT 라는 브랜드가 자생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김도헌 평론가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애초에 NCT는 합류와 이탈을 상정한 그룹이다. 그룹 와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현재의 변화 자체가 K팝의 새로운 서사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박희아 평론가 역시 "NCT는 유연한 대처 노하우가 쌓인 팀이다. 팀의 미래를 걱정하기엔 이르다"며 "SM의 프로듀싱 역량 아래, 기존 유닛별 정체성만 살려 나가도 충분히 매력적인 그룹"이라고 진단했다.
NCT는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NCT 2026'을 가동한다. 흔들리는 팬덤을 다독이고, NCT라는 시스템의 가치를 재입증할 첫 관문이다. NCT U를 통해 NCT 가 다시, 스스로를 증명할 시간이 왔다.
<사진출처=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