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눈부신 청춘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짙은 그림자도 존재한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청춘을 노래했던 크래비티가 신보를 통해 그 어둠을 꺼내 보였다.
불안을 외면하는 대신 정면으로 들여다봤다. 흔들리는 스스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다시 재정의했다. 두려움을 꺼내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이들과 닿는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려움을 숨기기보다 내비쳤습니다. 이런 불안 속에서도 저희는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형준)
'디스패치'가 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크래비티를 만났다. 미니 8집 '리디파인'(ReDeFINE) 소개부터 불안을 딛고 일어선 과정, 더 큰 성장을 향한 열정까지 들었다.

◆ 6년 차의 불안
데뷔 6년차, 설렘보다 무게가 더 익숙해질 법한 시간이다. 앨범 준비 전부터 현실적인 불안이 덮쳤다.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며 멤버들의 내적 고민도 깊어졌다. 흔들리는 멤버들을 다시 단단하게 묶은 건 '러비티'(팬덤명)였다.
"멤버들 각자 고민도, 걱정도 많은 시기였어요. 하지만 '러비티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자'라는 초심만큼은 하나였죠. 팬들을 생각하며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보자고 서로를 다독였습니다." (성민)
팬들을 넘어 더 많은 대중에게 닿기 위한 고민도 이어졌다. 세림은 "수치적인 1등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퍼포먼스와 무대 자체가 더 많은 분에게 이슈가 되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퍼포비티'(퍼포먼스+크래비티)라는 본연의 강점을 다시 꺼내 들었다. 태영은 "중간에 청량한 콘셉트도 많이 보여드렸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우리의 강점인 퍼포먼스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앨범의 주제 역시 대중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잡았다. 그간 아홉 청춘의 아름다운 한때를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기꺼이 자신들의 두려움까지 드러냈다.
형준은 "누구나 사회에서 상처받고 흔들리지 않느냐"며 "우리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대중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다크비티
고민 끝에 완성된 '리디파인'은 크래비티의 현재를 그린 앨범이다. 정해진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를 재정의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 6년간 느낀 고민과 현재의 불안, 미래를 향한 감정들을 녹였다.
단순히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을 가꾸며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까지 담았다. 성민은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도리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을 향한 열의는 콘셉트 포토에서도 드러난다. 어두운 콘셉트 속에서도 '리' 버전만큼은 밝고 산뜻하다. 형준은 "크래비티가 맞이할 회복과 찬란한 미래까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타이틀곡 '어웨이크' 뮤직비디오에서는 재생을 뜻하는 그리스 신화 속 '우로보로스'를 상징으로 삼았다. 사제복 스타일링을 더해 퇴폐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관전 포인트는 멤버들이 표현한 각자만의 두려움이다.
태영은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해있는 나 자신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를 표현했다"고 회상했다. 세림은 "작년 한 해 동안 다이어트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 고통을 떠올렸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제복 코드를 활용한 만큼,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 오마주도 녹였다. 웅장한 성당을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정모는 "영화 속 강동원 배우가 보여준 우산 신도 재현했다"고 귀띔했다.

◆ "우리의 봄날, 러비티"
타이틀곡에서 내면의 불안을 엿볼 수 있다면, 수록곡에는 회복의 순간들을 느낄 수 있다. 크래비티의 회복 동력은 '러비티'였다. 원진과 앨런이 공동 작사한 수록곡 '봄날의 우리'에 그 마음이 온전히 담겼다.
원진은 "저한테 팬들은 시들고 메말라 갈 때마다 늘 봄이라는 계절을 알려준 존재"라며 "항상 지금처럼 따뜻한 모습 그대로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썼다"고 털어놨다.
앨런은 데뷔 초의 감정을 떠올리며 펜을 들었다. 그는 "'따스하게 날 안아줄래 어떤 것도 두렵지 않게'라는 가사를 제일 좋아한다"며 "시련이 다가와도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우리만의 관계를 가사에 새기고 싶었다"고 짚었다.
이들의 지극한 팬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방송이나 유료 소통 어플을 통해 아이돌 자아를 완벽하게 장착한 발언들이 수차례 화제가 됐다. '명언을 쏟아내는 그룹'이라는 수식어도 얻었을 정도.
원진은 "팬분들이 크래비티를 만들어주신다고 생각한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그 소중함을 더욱 깊이 느끼고 있다. 팬들을 향한 저희의 변함없는 진심이 대중에게도 닿은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저희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팬분들은 큰 사랑을 보내주세요.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요. 우리 러비티들과 더 편하고 가까운 사이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희)

◆ "개념, 팀워크, 실력 다 챙겼습니다"
6년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럼에도 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은 아직 차고 넘친다. 그 중심에는 초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있다. 남자 아이돌이면 한 번쯤 겪는다는 '남자병'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일축했다.
형준은 막내 성민이가 팀의 기강을 꽉 잡고 있다"며 "수염이 조금만 나도 깎으라 하고, 애교를 피하면 초심을 잃었다고 가차 없이 지적한다. 남자병은 절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웃었다.
멤버들은 무대 밖에서도 나태해지지 않으려 서로를 철저히 다잡는다. 앨런은 "대기실을 떠날 때면 서로에게 '핸드폰, 에어팟은 물론 개념, 눈치, 예의 다 챙겼냐'고 묻는다"며 치열한 일상을 고백했다.
끈끈한 팀워크도 강력한 동력 중 하나다. 이날 우빈은 "뮤지컬 일정 탓에 앨범 준비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 멤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배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앨런은 "우린 네가 어떻든 실망하지 않는다"며 격려했다.
이번 앨범의 목표는 뭘까. 형준은 "'퍼포비티'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무대를 보여드릴 것"이라며 "물론 1위도 하고 싶지만, 결과에만 얽매이면 실망도 따르는 법이다. 과정을 중시하며 '1위 가수'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겠다"고 진중하게 답했다.
"올해 유독 봄꽃 알레르기가 심한 걸 보니, 앞으로 사랑을 더 많이 받으려나 봅니다. 우리 러비티가 꽃이니까요. 보내주시는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저희도 더 큰 사랑으로 갚아나가겠습니다." (앨런)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