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공포영화는 비주류 장르다. 개봉 시기도 제한된다. 여름 한 철 장사다. 극장에서 반짝하다 사라지고, IPTV나 OTT에서 수명을 연장한다.
그러나 '살목지'(감독 이상민)는 기존 호러 문법을 파괴했다. 성수기인 7월을 피해(?) 비수기 4월에 개봉한 것. 신학기, 그것도 중간고사를 앞두고 문을 열었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공포 영화=여름' 공식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웰메이드 영화라면, 계절과 상관없이 개봉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좋은 영화는 결국, 터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진짜' 바이럴이다. 이 소문의 중심에는 젠지가 있었다. 그들은, 입소문뿐 아니라 몸소문까지 내며 '살목지' 신드롬을 이끌었다.

◆ 공포 한계를 깼다
'살목지'는 충남 예산에 위치한 저수지와 그곳에 얽힌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다. 공포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심령 스폿이다. MBC-TV '심야괴담회' 에피소드로도 등장한 바 있다.
이상민 감독이 기존 괴담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입혔다. 로드뷰 귀신이라는 설정을 추가, 촬영팀이 살목지로 갈 수밖에 없었던 개연성을 부가했다.
공포 장르라는 한계에도 뜻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살목지'는 16일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첫날부터 터졌다. '랑종'(12만 명) 이후 호러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동안 8만 9,913명이 관람했다.
할리우드 SF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코어(7만 명)마저 넘었다. 개봉 7일째엔 손익분기점인 80만 관객을 돌파, 순이익 구간에 진입했다. 빠르면 이번 주, 2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10대 관객이 주도했다
눈에 띄는 건, 세대별 관객 비율이다. CGV의 관람 데이터 기준, '살목지' 관객 구성은 10대와 20대가 54%를 차지한다. 전체 관객 중 절반 이상 젠지 세대다.
특히 10대 비중이 두드러진다. '살목지'를 본 10대 관객은 전체의 11%에 달한다. 비슷한 유형의 공포물인 '곤지암'(8%) 대비 3%포인트 늘어났다.
CGV 관계자는 "'살목지'는 10대 비중이 더해지며 젊은 관객층 전반으로 저변을 넓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살목지'만의 특징은 또 있다. 유독 3인 이상 관객 비율이 높다는 것. 영화를 본 관객 중 14%가 3인 이상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 영화라는 특성 때문일까. 장르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부족하다. 지난해 히트한 또 다른 공포물 '노이즈'의 경우, 3인 이상 관객 비율이 9.4%에 그쳤다.
멜로물과 대조해보면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만약에 우리'는 3인 이상 관람객 비율이 5%였다. 극장은 "'함께 즐기는 체험형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관람' 넘어 '체험'으로
영화는 더 이상 '관람' 목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티켓 가격 상승과 OTT 확대로 인해 극장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한 까닭이다.
'살목지'는 관객의 니즈를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제작사 '더 램프' 박은경 대표는 "체험형 호러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공포 체험'에 초점을 두고 제작했다.
이 감독 역시 '살목지' 기자간담회에서 "물귀신에 홀리는 체험을 해주고 싶었다. 직접 겪는 듯한 공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활용한 것이 공포 장치다. 360도 시점을 비추는 로드뷰 카메라, 모션 디텍터와 고스트 박스 같은 심령 장비 등이 리얼함을 극대화했다.
연출 의도가 젊은 세대의 극장 체험 방식과 만나 시너지를 낸 셈이다. 살목지 저수지에 있는 듯한 공포, 방 탈출 게임보다 흥미진진한 극기 체험이 관객들을 삼삼오오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 관광지 된 살목지 저수지
'살목지'는 스크린도 넘어섰다. 작품 배경이 된 예산군 저수지가 때아닌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왕과 사는 남자'가 영월 여행 붐을 일으킨 것처럼, 영화에 대한 2차 소비를 부추겼다.
촬영지 인근엔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괴담으로만 알려졌던 적막한 저수지에서 젠지가 몰리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방문객이 급증해 차량 출입이 통제될 정도다.
'쇼박스' 측은 "체험형 관람 문화가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살목지'에 대한 관심과 화제성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살목지'의 흥행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4월 말에서 5월 초, 전국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중간고사가 끝난다.
서울 소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A양은 "중간고사 끝나고 친구 6명과 '살목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같이 소리 지르면서 시험 스트레스를 날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살목지'는 개봉 16일 차인 23일, 16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의 2배를 웃도는 관객수다.
<사진=디스패치DB,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