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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를 듣는다"…박효신, 청각의 시각화 (A&E)

[Dispatch=박혜진기자] "내가 주고 싶은 마음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을 만들어 화답하고 싶었습니다."(박효신)

박효신이 10년 만에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3일 EP 'A & E'를 발표했다. 지난 2016년 10월 정규 7집 '아이 엠 어 드리머'(I am A Dreamer) 이후 약 10년 만의 앨범이다.

당초 'A & E' 앨범의 발매일도 한차례 미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마지막까지 수정에 매달렸다.

"팬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더없이 정교하다. 한 곡 한 곡 빚듯이 만들었다. 완성하는데 6년이 걸린 곡도 있다. 박효신은 이번에도 수록된 모든 곡 작업에 참여했다.

'사랑'에 대해 더 큰 서사를 담았다. 화려한 귀환보다, 깊은 위로로 택했다. 사랑, 상처, 희망, 그리고 인류애적인 메시지를 가사에 담았다. 특히 연대와 위로를 강조했다.

서사만큼, 광활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현했다. 'A&E'는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공간감을 선사했다. 그의 음악은 장면이 됐다.

◆ AE | 6년의 정성

타이틀곡 'AE'는 고대 라틴어 'æ'에서 영감받았다. A와 E가 합쳐져 하나의 글자가 되는 것에서 착안했다. 소중한 사람들을 A와 E에 담았다.

박효신은 "각자의 모양으로 하나가 된 글자는 앨범을 만드는 내내 제가 꿈꾸는 우리들의 모습이 됐다"고 소개했다.

'I'll call you A, you call me E/ We're gonna be together in O, A & E' (가사 중)

너(A)와 내(E)가 하나(æ) 되어,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O) 안에서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뜻이다. 나이, 성별, 역할 등과 상관없이 연결되고 교감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내가 부르는 무엇이든 되어줄 수 있는 당신과, 당신이 부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 말로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로 연결된 우리. 살아가는 동안 어두운 페이지가 많아도 그사이에 반짝이는 기억을 나누고 싶은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

'AE'는 박효신이 무려 6년 동안 매만진 곡이다. 그에 따르면, 가사 전체를 3번 이상 고쳐 썼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 곡은 박효신에게도 위로가 되어준 곡이다.

실제로, 그는 이 곡이 완성되고 차 안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았다고 고백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벅찼다"고 전했다.

그 벅찬 마음을 현악기와 기타로 표현했다. 따뜻한 선율은 점점 고조되고, 박효신의 부드러운 보컬이 곡 전체를 감쌌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곱씹었다. 고운 가성을 오가며 소리의 레이어를 쌓아 올렸다.

◆ 미라클 | 장르의 확장

'미라클'(Miracle)에서는 장르의 확장을 보여줬다. 신스팝을 펑키하고 몽환적으로 소화했다. 가사에는 연대되는 순간의 기적을 표현했다.

특히 'I want that wild flower daylight'(그 햇살 가득한 날 피어난 야생화를 원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2014년, 겨울 들판에서 홀로 피어났던 '야생화'는 이제 햇살 아래 있음을 선언했다.

춤추는 박효신도 볼 수 있다. 안무가 립제이와 협업했다. 대형 퍼포먼스로 시각적, 청각적 쾌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어느 날 나란히 앉아 같은 하늘을 바라본 두 눈 속에 사랑이 그곳에 있어/ Anywhere, I'll be with you/ Any Love' (가사 중)

'AE'가 관계의 시작을 노래한다면, 2번째 타이틀곡 '애니 러브'(Any Love)는 사랑의 본질을 말한다. 어떤 사랑이든 품겠다는 고백이다.

이 곡은 '굿바이' 엔지니어 토니 마세라티가 믹싱했다. '오렌지색 하늘', '겨울비가 그친 그 자리', '먼 별빛 아래' 등의 가사와 사운드는 '청각의 시각화'를 구현했다. 소리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을 그렸다.

후반부 코러스 파트에서 절제했던 감정을 터트렸다.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콰이어가 웅장한 에너지로 카타르시스를 만들었다.

◆ 기도 | 위로의 밀도

'기도'(Prayer)는 5분이 넘는 대곡이다. 이 곡이 소울트리(팬덤명)에게 전하는 위로라면, '커버 마이 운즈'(Cover My Wounds)는 박효신이 자신에게 전하는 위로곡이다.

'I won't let anyone see deep beneath what I conceal'(내가 숨겨온 깊숙한 곳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라고 했던 화자는 말미에 'Uncover my wounds'(나의 상처를 드러낸다)라고 말한다.

박효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함은 스스로가 먼저 치유되어야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곡에 대해 전했다.

이번 앨범은 박효신이라는 거대한 아티스트가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 왔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음악으로 치유와 연대를 노래했다.

박효신은 고음이 주는 전율보다 보컬의 텍스쳐와 정서적 밀도에 집중했다. 보컬 자체가 악기로 기능했다. 화려한 기교 대신 촘촘한 서사로 울림을 남겼다.

"기다림의 끝에는 늘 따뜻한 결론이 있을 거란 약속을 드리고 싶습니다."

'A & E'는 박효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현재 실물 앨범과 바이닐(LP)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 담지 않은 미공개 곡을 포함한 정규앨범도 기대된다.

박효신은 지난 4일부터 7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약 4시간 동안 홀로 경기장을 압도했다. 오는 11일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A & E 2026' 피날레를 장식한다.

<사진출처=허비그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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