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대본을 본 첫 날, 잠들자마자 악몽을 꿨죠."
다음은, 배우 이종원의 악몽 이야기다. (꿈 속에서) 평소처럼 주차장에 내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데 액셀을 밟아도, 좀처럼 차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에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살펴보니, 차 바퀴와 몸체 사이에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허둥거리다 돌아보니, 차에 끼어 있던 여자의 얼굴과 몸이 둥둥 떠 있었다.
"너무 놀라서 경악하고 일어났는데, 그게 대본을 처음으로 읽은 날이에요. 정말 너무 생생했고요. 지금도 무서워요. (인터뷰 장소가) 밝아서 다행입니다."
평소 이종원은 겁이 많은 편이다. 질색했을까?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했다. 대본에 과몰입했기에, 악몽을 꾼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그는 그렇게 '살목지'의 출연을 결정했다.
"악몽이라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상상을 많이 하게 됐으니 꿈으로까지 발현된 게 아닐까요? '어? 내가 대본을 그렇게까지 재밌게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종원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 인터뷰에 참석해다. 상업 장편 영화, 공포 장르, 영화 주인공….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처음이다.

◆ "살목지, 이 강렬한 처음"
이종원은 모델 출신 배우다. 지난 2018년 웹드라마 '고, 백 다이어리'로 데뷔했다. 정식 영화 데뷔작은 독립영화 '니나 내나'(2019년). '살목지'가 스크린 주연 데뷔작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관에 가면, '저기 내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실현이 되었습니다. 상업 영화 주연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 느끼는 감정들이 계속 들고 있어요."
그는 "사람들 반응을 계속 살피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재밌다고 열심히 홍보하는 중"이라며 "제 자신으로 (성취를) 이뤘다는 마음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미소지었다.
"지인들에게 '스크린에 내가 나온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많이 얼굴을 비추는 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자랑하고 있어요. 공포영화라 못 보시는 분들이 많아 거절당하기도 하지만요."
첫 상업영화의 장르가, 공포다. "평소 겁이 많아 공포 장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도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읽는 내내, 대본이 머릿속에 상상됐다. 오롯이 대본이 가진 힘"이라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기태라는 캐릭터는 제가 해본 적이 없는 역할이에요. (공포 영화는) 제 배우 경력에서 한 번도 없었기도 해서, 여러 면에서 흥미가 있었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확신을 느꼈죠."

◆ "살목지로 수영을 배웠다"
이종원이 연기하는 기태는 수인(김혜윤 분)의 전 연인이다. 그는 수인이 살목지에서 곤경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듣자, 곧바로 달려간다. 수인을 구하러 물에 뛰어드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본격적인 수중 촬영이 예상됐다. 이종원은 "제가 생각했을 때, 수중 신이 가장 키(Key)가 되는 신이었다. 대본 읽을 때부터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직접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대역이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하면 더 다양한 앵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수중 촬영을 소화하지 못하면, 이 중요한 신이 감정적으로 조금 밋밋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문제는, 이종원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다는 것. 때문에 그는 수중 신 연습에만 3달을 공들였다. 3달 동안, 매주 2~3회 스쿠버 다이빙 강습에 집중했다.
이종원은 "처음엔 허우적거리고, 자유형조차 못 했다. 선생님들이 한숨 쉬셨다"면서도 "그래도 진짜 열심히 연습했다. 그 결과, 촬영 때에도 대역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나중에는 한 5~6m까지 내려가서 연기를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연습과 촬영 모두 정말 힘들었지만, 완성본을 보니 배우로서 보람차네요."

◆ "살목지로 영화를 배웠다"
영화와 드라마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달랐다. 이종원은 "영화는 촬영 기간도, 앵글과 카메라 렌즈의 mm 수도 드라마와 달랐다. 정말 하나 하나 신선했다.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도 거의 촬영장에 계속 앉아 있었어요. 배울 게 너무 많았거든요. '와! 저건 그렇게 하는 거구나' 하면서 배워나갔습니다. 그래서 더 (살목지에) 애착이 가고 소중해요."
이종원은 "선배님들께 '영화가 (드라마보다) 더 과감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가 어디까지 과감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감독님과 소통을 하는 것이 답이었다"고 떠올렸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 제가 원하는 것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더 준비하게 됐어요. '이런 건 어떠세요?' 하고 묻게 됐죠. 한 땀 한 땀, 같이 십자수를 새기는 느낌?"
공포 영화는 연기의 문법도 타 장르와 차별화된다. 우선, 놀라는 연기가 필수. 이종원은 여기에 한 가지 자신만의 포인트를 추가했다.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에 중점을 둔 것.
"감독님께 신이 끝날 때마다 '혹시 자연스럽고 괜찮았을까요?'고 여쭈어 봤어요. 제 걸음걸이, 손가락 등까지도요. 기태라는 친구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간이었으면 했습니다."

◆ "살목지, 찍은 내가 봐도 무섭다"
결과물은 성공적이다. 개봉 전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즐길 만한 한국 공포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 이종원은 "제가 봐도 정말 무섭다"며 '살목지'의 매력을 자랑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입니다. 강약강약이 아니라, 어트랙션 타는 것처럼 강강강강 계속 무서울 거예요. 관객으로 하여금 쉬는 시간 없이 팍팍 가는 느낌을 줍니다. 체험형 공포를 뼈저리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놀라는 포인트들의 시점도 중요하다"며 "놀라는 포인트들이 예상되는 지점이 있지 않냐. 감독님께서 그 포인트들을 비튼다. 예상치 못하게 놀라게 만든다. 그게 진짜 재밌다"고 추천했다.
360도 회전 카메라 신도 추천했다. 내비게이션이 헛돌며 빨간 조명이 등장하고, 악마 얼굴처럼 기묘하게 왜곡되는 신. "카메라가 점점 돌아가는데, 악마가 웃는 표정처럼 되는 장면이 진짜 섬뜩하다"고 귀띔했다.
이종원은 "제가 느끼기엔, '아무리 발버둥쳐도 너희는 나가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귀신보다 소름 돋더라"며 "감독님께 '의도한 거냐' 물으니 맞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저희 영화는 청각 역시 받쳐줍니다. 그래서 극장에서도 광음시네마, 4DX, 5DX 등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키는 관을 내어주신 것 같아요. 관객 분들이 오감을 만족시키는 짜릿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 "영화라는 세상에서, 수영하고 싶다"
여러 편의 드라마를 거쳐, 드디어 영화의 맛을 봤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연기는 항상 어렵다는 것. 연차와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여도 변하지 않는 숙제다.
"항상 다른 직업의, 다른 성격의, 다른 습관의 캐릭터들을 만납니다. 매번 그 친구들을, 어떻게든 제 속에서 꺼내 보여주는 일 자체가 어렵죠. 배우를 60살, 70살, 80살까지 해도 어려울 거라 생각해요."
이종원은 "항상 탈피를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껍질에 둘러싸이고, 또 다시 탈피하는 것 같다"며 "그러면서 점점 단단해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만의 무기는, 눈빛이다. "눈빛은 대사 없이도 (캐릭터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제 장점이라 생각하고 활용하려 노력한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포 영화 '살목지'로 영화계에 발을 담근 것 같습니다. 발을 담가보니, 저도 배우로서 욕심이 더 나네요. 이제, 영화라는 세상에서 수영하고 싶습니다."
액션, 멜로, 사극, SF…. 영화라면 다 좋습니다. 어떤 장르라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살목지'도 너무 큰 도전이었지만 해냈으니, 다른 것도 분명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아주 재밌을 것 같아요."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