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나도 말년에는 좀 우아하게 살고 싶었다.” (안순임)
자녀들을 출가시키면 엄마 역할은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건 황혼 육아.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벅찬데 손주를 돌보고 (며느리) 눈치를 살펴야 한다. 노년기의 우아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TV조선 ‘다음생은 없으니까’(극본 신이원, 연출 김정민) 7회. 이날 방송의 ’주인공’은 조나정 (김희선 분)의 친정 엄마였다. 드라마는 시니어 세대의 육아 고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시청률을 3%까지 끌어올렸다.

친정엄마 안순임 (차미경 분)은 우리 시대 엄마의 엄마 모습, 그대로였다. 손주를 6년간 대신 키웠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 ‘감사‘는 사라지고 '타박'만 남게 되는 현실을 반영했다.
해당 방송에서 며느리는 (손주에게) 카라멜을 준 시어머니를 비난했다. "저러니까 충치가 생기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오늘도 고맙습니다’라는 말 대신, ‘왜 그러셨어요’라고 질책한 것.
사실 육아로 인한 고부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자녀가 있는 가구 절반이 맞벌이(통계청 집계 기준)다. 조부모에 돌봄을 의존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순임의 아들 부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머니에게 한 달 용돈 50만 원을 쥐어주며 손주의 돌봄을 전가했다. “육아 그만두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태도를 바꿨다.
“나 더 이상 못 해 먹겠다. 내가 왜 이런 대접 받아 가며 너희들 종노릇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너도 시어미 눈치 보느라 속 썩지 말고 마음에 드는 사람 고용해서 마음껏 부려 먹으렴.” (안순임)

‘다음 생은 없으니까’는 40대 여성들의 자아찾기다. 그 중심에는 조나정이 있었다. 특히 김희선은 40대 경단녀의 현실, 걱정, 주저, 도전, 극복, 성장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극을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엄마의 엄마까지 주목했다. 엄마의 엄마도 결국, 60대 여자라는 것. 드라마는 “우리가 잘 살아야 어머니도 행복한 것 아니냐”는 아들 부부의 명분(?)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너는 내 행복에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으면서 왜 네 행복을 나보고 책임지래” (안순임)
조나정의 응원법도 사이다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낸 엄마다. 동시에 (친정) 엄마의 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그랬듯이 엄마도 자신의 남은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엄마, 이제 우리 걱정은 그만하고 훨훨 여행이나 다녀오셔. 옛날부터 배우고 싶다고 했던 바리스타나 꽃꽂이도 알아보시고.” (조나정)

김희선의 열연도 돋보였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상처, 엄마의 노년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을 다층적인 감정으로 표현했다. 특히 오빠에게 마음속 응어리를 폭발시키는 대목은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조나정은 엄마를 위해 몰래 여행 패키지를 준비했다. 이는 (같은) 엄마를 이해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순임은 화려한 여행 패션으로 응답했다.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였다.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녀들도 모두 나의 엄마이기 이전에 각자 욕망을 가지고 생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라는 것을" (조나정)
브라보 마이 (맘) 라이프다.

<사진출처=TV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