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이아진기자] "맞다이"는 없었다. "드루와"도 없었다.
대신, "기억이 안 난다"가 33회. "모른다"는 26회 반복됐다. 민희진과 하이브의 법정 대결. 민희진의 전략은 '모르쇠'였다. 원고 대리인이 질의한 109개 질의 중에 50% 이상을 "기억 없음"으로 넘겼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제가 뭘 사인했는지도 헷갈리는 상황이에요."
"저는 어떻게 딜을 하는지도 모르는 문외한이고요."
"저는 이야기 들어도 모르고 되게 바빠서요."
그러다, 가끔 이상우(전 부대표), 신동훈(전전 부대표), 세종 변호사 탓도 했다.
"제가 계산한 게 아니라 아마 이상우가 했겠죠."
"저도 쟤네(이상우·신동훈)가 왜 저렇게 움직였는지 모르겠어요."
"제가요? 제가 아니라 변호사님!" (이상, 민희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3차) 및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5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 "그래도, 나는 기억이 없다"
하이브와 민희진의 '주주 간 계약 해지' 쟁점은, 위반이냐 혹은 불만이냐다.
하이브는 민희진의 행동을 계약위반으로 봤다. '1945', '7대 죄악', '투자미팅', '하니 국감', '아일릿 이슈', '여론전', '직내괴' 등을 심각한 사해행위라 주장했다.
반면, 민희진은 단순한 불만 제기였다고 해명했다. 어도어를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것. (뒤늦게) 경업금지 조항을 발견, 시정을 요구한 게 전부라고 항변했다.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 5차 변론기일의 주요 쟁점도 이것. 하이브의 대리인 '김앤장'은 민희진이 (뒤에서) 어떻게 지시했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물론, 민희진은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거나, 모르거나. 아니면, 남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지적받기도 했다.)

① 주주 간 계약 : 사건의 발단은, 주주 간 계약서 수정 과정이다. 하이브는 민희진의 불순(?)한 목적을 의심했다. 자신이 충분히 검토한 다음, 도장을 찍지 않았냐고 물었다.
원고 측 : 주주 간 계약서를 최초(2023) 체결할 당시 변호사 검토를 하지 않았나요?
민희진 : 신동훈한테 검토하라고 시켰죠. 저는 계약서 내용을 몰랐어요.
원고 측 : 주주 간 계약서 수정서(2024)를 전달하고 5일 뒤에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민희진 : 그건 기억이 잘 안 나요.
원고 측 : 이상우가 변호사 회의록을 전달하며 협상 내용을 보고 했는데요?
민희진 : 아니요. 기억이 안 나요.
원고 측 : '경업금지 이슈는 협의 가능'이라는 내용을 보고했고, 피고는 "이건 고무적이네"라고 답했는데. 기억하나요?
민희진 : 기억은 안 나는데. 세종에서 들었으면 기억했을 텐데. 이상우 얘기라 기억을 못 하는건지… 정확한 이야기는 앞뒤를 봐야 알겠어요.

② 기타 계약서 : 하이브는 민희진의 '모르쇠'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대표이사 위치에서 계약서를 살펴보지 않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민희진의 주장은 신의론.
원고 측 : 민희진이 사인하는 계약이 주주 간 계약 외에 또 있나?
민희진 : 내가 계약서에 약해서 다 기억을 못 한다. 멍청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원고 측 : 대표이사로서 중요한 계약을 기억 못 하면 어떡하나?
민희진 : 신의로 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원고 측 : 대표가 계약서를 제대로 안 보는데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
민희진 : 보고는 받는다. 다 기억을 못 한다는 이야기다.

③ VC : 하이브는 민희진 측이 외부 투자자를 만난 목적도 물었다. 이상우가 자산운용사 관계자와의 미팅을 보고한 경위에 대해 질문했다. 민희진은 "휴"의 함축적 의미를 설명했다.
원고 측 : 이상우는 2024년 4월, 미국 자산운용사 미팅 내용을 보고했는데?
민희진 : 기억이 안 난다. (카톡에) "휴"라고 되어 있다. 이게 한심함의 표현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이상우는 공상가다. 뭔가를 대단하게 이야기한다.
민희진 : 내가 일일이 대꾸할 필요도 없고, 완전히 무시할 필요도 없고. 그때 내가 하는 게 "ㅇㅇ", 아니면 "휴"다.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정도의 의미다.
원고 측 : 이상우에게 박OO(알토스벤처스)은 언제 소개해 줬나?
민희진 : 기억이 안 난다. 박OO은 박지원도 잘 알고 있었고. 주주 간 계약 이야기할 때 알토스도 나온 적 있고. 내가 이상우한테 소개했는지 모를 정도로 다 알고 친한 사이라서.
원고 측 : 이상우가 '하이브를 흔들 연결고리'라면서 투자액과 투자처를 정리해 줬는데?
민희진 :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원고 측 : 이상우에게 "투자처 정리 좀 해줘 봐. 투자액과 1~10위 정도"라고 지시했는데.
민희진 : 기억이 전혀 없다.

④ 압박 고리 : 하이브 대리인은 민희진과 이상우의 카톡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이브를 흔들 연결고리를 하나 더 찾았다"는 이상우의 보고였다.
원고 측 : 하이브를 압박하거나 대항하기 위해 언제부터 (이상우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나?
민희진 : 전제가 잘못됐다. (하이브) 압박이라는 표현이 틀렸다.
민희진 : 하이브가 먼저 괴롭혔다. 대응하기 위해 그런 거다.
원고 측 : 하이브가 어떻게 괴롭혔나?
민희진 : 데뷔 때부터다. 광고에서 뉴진스를 우선시하지 않았다. 공연이나 아이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이견이 많았다. PR 문제가 제일 컸다.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원고 측: 피고 말이 맞으면 전속계약 해지 판결이 나야 했는데 해지 안 됐잖아요. 그건 알고 계시죠?
민희진: 네

⑤ 뉴진스 탈취 : 민희진은 2024년 3월, 벤처캐피탈 관계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하이브는 당시 대화를 뉴진스 탈취 계획의 시발점으로 봤다. 물론, 민희진의 답은 기억 無.
원고 측 : 이상우가 '오늘 (벤처캐피탈) 모임 어떠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뉴진스를 데리고 나와라가 중론"이라고 대답했는데?
민희진 : 아니다. 하이브와 화해할 방법을 찾아봐달라고 했다.
원고 측 : 데리고 나오라는 말은 들었나?
민희진 : 그건 기억이 안 난다. (미팅의) 주요 내용은 하이브 표절 대응 방안이었다.
원고 측 : 그런데 그날, 이상우와 전속계약 파기 시 뉴진스 손해 배상금 및 위약벌 규모를 계산하지 않았나?
민희진 : 내가 계산한 게 아니라 이상우가 했겠지.
원고 측 : 피고가 계산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상우가 (혼자) 계산했다고?
민희진 : 모르겠다.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원고 측 : 이상우한테 그 계산을 시켰는지를 물어보는 거다.
민희진 : 전혀 기억이 안 난다. 택시 안에서 문자를 보낸 기억은 나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난다.

⑥ 7대 죄악 : 이상우 감사 과정에서 '하이브 7대 죄악' 메모장이 발견됐다. 여기에는 민희진 측의 공격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하이브 측은 메모 작성 경위를 물었다.
원고 측 : 이상우가 카톡 대화방에 올린 하이브 7대 죄악 문건은 무엇인가?
민희진 : 내가 저걸 어떻게 기억하나. 중요한 내용도 아니고. 이상우 메모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상우가 이것저것을 공유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원고 측 : 이상우가 올린 7대 죄악을 공유받은 건 기억 나나?
민희진 : 기억이 안 난다고(요)!
원고 측 : 이상우가 7대 죄악, 신동훈이 민형사 나눠서 올렸는데, 피고가 시킨 게 아니라고?
민희진 : 내가 올리라고 해서 올렸는지 기억 안 난다.
민희진 : 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 포커스는 독립이나 공격이 아니다. 아일릿 카피 이슈에 대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가 포커스다.
원고 : (원고는) '이번 메일을 통해 폭로 당할 걸 두렵게 만들고 싶다', '투자자들이 나올 수 있겠다. 계약 해지로 갈까?'라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억 나나?
민희진 : 솔직히 안 난다.
원고 측 : 그럼 7대 죄악을 받아본 적도 없다?
민희진 : "이거 가면서 볼게. 동훈님 줘"(라고 적혀 있다). 이건 내가 읽기 싫을 때 하는 이야기다. "동훈님 줘 가면서 볼게~".

⑦ 뉴진스 이탈 : 하이브를 흔든 건, 뉴진스의 이탈이었다. 갑자기 전속계약 파기를 선언한 것. 하이브 측은 민희진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 판단, 공세를 이어갔다.
원고 측 : 뉴진스 전속계약 사기 사유로 내세운 사정들은 피고가 만든 게 아닌가?
민희진 : 하이브가 잘못한 걸 생각해야지. 본인들이 그렇게 잘못한 게 많은데, 이런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민희진 : 뉴진스 멤버들도, 부모님들도 이해득실을 생각하는 분들이다. 내가 다 시킨 것처럼 몰아가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 (멤버들은) 굉장히 똑똑한 애들이다.
원고 측 : 하이브가 잘못했으면 어떻게 전속계약 유효 확인 판결이 3번이나 나오나?
민희진 : 모른다. 하이브와 어도어를 헷갈리게 했다.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시혁 자기만의 방법이다.
원고 측 : 법원 판결을 아냐고 묻는 거다. 3번이나 걸친 판결의 존재를?
민희진 : 잘 모른다. 마지막 내용은 잘 보지 않았다.

⑧ 계약해지 : 하이브는 민희진의 개입 여부를 추가로 질문했다. 그 근거로 "뉴진스 엄마들이 언론사에 뿌리고 소송하는 거. 뭐가 무섭냐. (나는) 피해 가면 되는데"라는 대화 내용을 들었다.
원고 측 : 뭐가 무섭고 뭐를 피해 간다는 건가?
민희진 : 이런 오해를 피해 간다고 생각했겠지!
원고 측 : 주주 간 계약상 책임을 피해 간다는 것 아닌가?
민희진 : 아니. 내가 싸우지 못하는 여러 환경을 말하는 것일 수도. 왜 주주 간 계약이라 특정하는지 모르겠다.
원고 측 : 뭘 피해 간다는 것인가?
민희진 : 내가 보호해야 한다.
원고 측 : 누구를 보호한다는 것?
민희진 : 뉴진스.
원고 측 : 전속계약 해지 통보할 때 피고와 상의했나?
민희진 : 아니다. 어머니들이 결정했고, 나중에 내게 결정 내용을 통보했다.
원고 측 : 사후 통보인가?
민희진 : 사후 통보인지 모르겠다. 법원에서 쓰는 용어로는 사후 통보가 맞다.
원고 측 : 상의는 했고?
민희진 : 고민을 했었지.

민희진은 이런 방식으로 (드러난) 정황마저 부인했다.
"나는 기억이 없고", "나는 모르고", "나는 계약서를 안 보고", "이상우 혼자 그랬고", "변호사가 계산했고", 그리고 "증거가 어디 있냐"며 대답을 회피했다.
예를 들어, 하니 국감 출석. '디스패치'는 민희진과 하니, 그리고 변호사의 사전 회동을 포착했다. 민희진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명했을까?
"기자가 (우리가) 회의했는지 놀았는지 어떻게 알아요?" (민희진)
이상우의 투자 관련 미팅 및 탈출 플랜 보고는 어떻게 설명할까.
"이상우는 저한테 잘 보이려고 여기저기 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내가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잖아요!" (민희진)
주주 간 계약 재협상 당시 풋옵션 멀티플을 30배로 올린 것도 변호사. 민희진은 "놀랍게도"라는 수식어까지 쓰면서 내가 한 게 아니라며 부인했다.
원고 측 : 주주 간 계약 재협상 당시 풋옵션 멀티풋을 13배에서 30배로 상향하는 제안을 했는데?
민희진 : 제가 아니라 변호사가 그렇게 제안했다.
원고 측 : 피고 동의 없이?
민희진 : 놀랍게도 그랬다.
원고 측 : 변호사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했다?
민희진 : 어차피 나는 얘기해줘봤자 모른다. 변호사에게 딜해서 결과만 알려달라 했다.
원고 측 : 종전보다 (풋옵션 행사 이익) 약 1,370억 원이 늘어나는데?
민희진 : 아니. 나는 계산을 안 해봐서 모른다.

민희진은 이날 330분 동안 증인신문, 아니 기자회견(?)을 했다. 먼저 "네", "아니요"로 답하라는 재판장의 요청에도 불구, 자기 의견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민희진의 전략은 통할까. 아니면, 자충수가 될까.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남겨뒀다. 마지막으로, 이날 민희진의 답변 태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원고 측 : 이상우가... (중략) 라고 말한 거 알고 있나요?
민희진 : 협박당해서 한 말로 알고 있습니다.
원고 측 :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민희진 : 이게 답변이에요. 이상우가 변심해서 죄송하다고 했어요.
민희진이 반문했다.
민희진 : 쟁점이랑 안 맞는 것 같은데 왜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민희진 : 이 질문은 중요한 내용 같지가 않아서요.
원고 측 : 중요한지는 피고(민희진)가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
민희진 : 쟁점이랑 안 맞는 것 같아서요.
민희진 :왜 질문하시는지 이해가 안 가요. 무슨 상관인지…

'김앤장' 변호사와 민희진의 설전이 이어졌다. 민희진은 원고 측의 질문에 "저게 나쁜건가요?", "방시혁은 안그랬나요?"라는 식으로 되물었다.
결국, 재판장이 중재에 나섰다. 그리고 민희진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증인은 질문에 맞는 적절한 답변을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맞다, 아니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등을 먼저 하시고. 그다음에 반문하든 나빠요를 하든 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민희진의 (답변)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장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지시했냐고 물으면 예, 아니요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왜 이런 식으로 질문하세요는 부적절해요. 질의하는 건 이분들 직업이에요." (재판장)
민희진이 대답했다.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민희진)
<사진=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