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제주=김소정·구민지기자] 그리고, 이천수가 있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일련의 사건들. 그 중심, 아니 주변에는 이천수가 있었다.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그를 빼놓고 사건을 논하기엔, 섭섭(?)한 부분이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천수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 교체로 출전했다. 그는 비록 골을 넣진 못했다. 그러나 말디니의 뒤통수를 (발로) 차며 상대 선수들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안정환의 머리가 승리를 견인했지만, 이천수의 헛발이 기여한 면도 있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머리를 찬 뒤로 이태리 선수들이 헤딩을 주저했고, 안정환이 헤딩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자찬했다.

# 건진법사와 ①천수
2022년, 윤한홍 국회의원(국민의힘)의 정치자금법위반 논란. 이 사건의 중심 인물은 '건진법사' 전성배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헌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천수는 해당 사건에서 결정적인 '눈'과 '귀' 역할을 했다. 경북 지역 인사가 전성배에게 전달한 쇼핑백(돈 봉투)을 봤고, 전성배와 윤한홍 의원의 통화를 엿들었다. (그럼에도 불구, 전성배는 기도비라 주장하고 있다.)
이천수는 검찰 조사에서 "전성배가 그(공천) 문제는 윤한홍에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면서 "전성배 휴대폰에 윤한홍 이름이 뜨는 것도 봤다"고 진술했다.
이천수는 실제로 돈이 오간 정황도 설명했다. 그는 "진성배가 (공천 헌금) 1억 원은 윤한홍에게 간다고 설명했다. 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 퀸비코인과 ②천수
2020년, '퀸비코인'이 25원에서 275원까지 올랐다. 무려 11배가 치솟은 것. 이 코인의 급등 이유는 다름 아닌, 배용준. 일명 '욘사마 코인'이라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퀸비코인'의 파운더는 배용준과 김기영 교수(숙명여대)다. 두 사람은 2020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 들었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코인 사업의 실체가 없었다는 것.
하지만 배용준(과 김기영)은 돈은 벌었다. ‘퀸비코인’을 땡처리 업자에게 넘기면서 엑시트를 한 것. 빗썸 상장 과정에서 이름만 걸쳐놓고 눈먼 돈을 챙긴 셈이다.
당시 배용준과 김기영 등은 각각 20% 내외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퀸비‘ 재단의 땡처리 금액은 40억 원. 배용준 등이 챙긴 돈은 8억 원 내외로 추정된다.
(코인 땡처리 업자는 심재웅이다. 그는 양수도 대금 40억 원을 수표 등으로 지급했다. 자금 출처 및 세금 신고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땡처리 업자' 심재웅은 MM(시장조정자)을 붙여 펌핑 작업을 했다. 그가 시세조종을 통해 편취한 금액은 대략 150억 원 수준. 반대로 말하면, 피해액도 그 정도다.
그곳에, 또 이천수가 있었다. '디스패치'는 퀸비컴버니 계좌이체 내역을 확인했다. 이천수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월급을 받아 갔다. 임금은 세후 275만 원.
퀸비컴퍼니 관계자는 "이천수가 고문 역할을 맡았다"면서 "블록체인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다. 코인 홍보 목적으로 월급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 김건희와 ③천수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 특별전'. 이 전시를 기획한 곳은 코바나컨텐츠다. 김건희 여사는 당시 10여 개 기업에서 후원을 받은 혐의로 특검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도, 이천수다. 그는 해당 전시회에 얼굴을 내밀었다. 가수 김용준, 개그맨 박휘순 등과 함께 자코메티 작품을 감상한 것. 김건희 여사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천수와 김건희 여사를 연결한 사람은 '건진법사'다. 한 관계자는 "건진 법당은 사교방이나 다름없다. 기업인, 정치인, 법조인 등이 사랑방처럼 드나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천수 역시 김 여사와의 인연으로 전시회를 홍보했다. 그는 "내가 K리그에서 받은 트로피와 비슷하다"면서 "(K리그가) 자코메티 작품을 모방한 건가 생각했다"며 감상평을 남겼다.

# 조리원과 ④천수
2021년, 동그라미 산후조리원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기업형 산후조리원의 파산. (출산을 앞둔) 산모들도 피해를 입었다. 선입금한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
반면, 이천수는 '동그라미'에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 이천수의 와이프가 2016년부터 월급을 수령했고, 이천수가 자양동 주상복합 월세도 받아 갔다. 회사는 법인차량도 내줬다.
"이천수 부부가 찾아왔어요. 세금이 체납됐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천수 와이프를 영업 이사로 고용했어요. 월급도 주고, 법카도 주고, 차량도 지원했죠. 재기하길 바랐습니다." (K대표)
'디스패치'는 (동그라미에서) 심하은 통장으로 입금된 이체 내역을 확인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월세 260만 원이 입금됐었다.
하지만 동그라미는 코로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파산했다. K대표는 "이천수 부부에게 변호사 비용을 부탁하려고 연락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더라"라며 씁쓸해 했다.

# 사기와 ⑤천수
이천수는 뉴스 메이커다. 최근에는 직접 뉴스를 만들었다. 사기 혐의로 고소 당한 것. 피해자 A씨에 따르면 생활비 명목으로 1억 원, 사기 투자로 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
"내가 당장 수입이 없으니까 생활비 좀 빌려주세요. 유튜브로 돈 벌면 갚을게요. 축구교실도 운영할 거예요." (2018. 11. 26)
"차량 운행 경비가 없어요. 매니저 통장으로 돈 좀 넣어주세요." (2018. 11.28)
이천수는 이런 식으로 2018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억 3,200만 원을 빌렸다. 그리고 2021년, 느닷없이 외환선물거래 투자를 권유했다.

"제가 아는 동생이 외환선물거래 사이트를 운영해요. 저 믿고 5억 투자하시면 매달 수익금 배분해 줄 겁니다. 원금은 언제든 원하실 때 돌려드려요." (이천수)
A씨는 이천수 후배에게 5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외환거래 수익금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후배는 'FX시티'라는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였다.
"이천수는 (2023년에)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어요. 수소문 끝에 후배라는 사람을 찾아냈죠. '자신은 외환선물거래를 운영한 적이 없다'고 실토하더군요. 결국 사기인 셈이죠." (A대표)

# 오해와 ⑥천수
2018년, A씨 가족과 이천수 가족이 태국 고급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두 집안은 함께 가족여행을 떠날 정도로 친했다. 특히 A씨는 이천수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그때 이천수가 많이 어려웠어요. 태국 여행 경비(항공+숙박)도 제가 다 냈죠. 정말 아꼈던 동생입니다. 심지어 보증금까지 빌려줄 정도였으니까요." (A대표)
2020년 9월, 이천수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다. 당시 방송은 이천수 가족이 84평 규모의 펜트하우스로 이사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천수는 '슈돌'에서 "무리해서 이사를 하긴 했다. 그래도 우리 딸이 좋아하지 않느냐"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이천수의 무리에는, A씨의 돈이 있었다.

A씨의 지인은 '디스패치'에 "이천수가 예능 촬영 때문에 이사를 가는데 보증금이 부족하다며 5,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내가 방송 출연 때문에 큰집을 계약했대요. 카메라 100대가 돌아가려면 집이 커야 된다고. '슈돌' 나오고 광고 찍으면 갚겠다며 또 돈을 부탁했죠." (A대표 지인)
이천수는 '빚투'가 터지자 "그냥 쓰라고 준 돈인 줄 알았다"며 부인했다. 그는 곧장 A씨를 찾아가 돈을 갚았다. 그리고 "오해가 풀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오해는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