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주기자]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막아주세요."(일본 네티즌 청원 中)
중국과 일본 갈등이 정치, 외교, 경제를 넘어 문화예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개봉 예정이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중국 내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도 직격탄을 맞았다.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개봉 3일 만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예상 박스오피스는 2,000만 위안(약 41억 원)으로 떨어졌다.
중국 내 반일 기류가 커진 탓이다. 중국 당국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개입'을 시사한 뒤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에 더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통보했다.
황당한 건 중일 긴장 관계가 K팝 산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QQ뮤직은 최근 한국과 일본 합작 보이그룹 'JO1' 광저우 팬 파티 행사를 취소했다.

일본에선 에스파가 뭇매를 맞았다. 이들의 '홍백가합전'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이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日 네티즌 청원이 등장했다. 20일 기준 8만 6,000명 이상 동의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중국인 멤버 닝닝이 지난 2022년 공개한 조명 사진을 문제 삼았다. 구름 모양 조명이 원자폭탄 폭발 후 생기는 버섯구름과 유사하다는 것.
청원인은 "그의 행동은 역사적 비극을 가볍게 여기고,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에 상처가 될 수 있다"며 "'홍백가합전' 출연을 반대한다"고 썼다.
현지 매체들도 해당 청원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뤘다. 일본 '주간여성'은 "에스파 멤버가 과거에 올린 조명 사진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리한 청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시스파'는 "닝닝이 그 조명을 버섯구름으로 인식하고 악의적으로 일본을 자극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느냐"면서 "인터넷 여론의 오만한 단죄"라고 꼬집었다.
과열된 여론에 우려 섞인 목소리 또한 나온다. 홍콩 '성도일보'는 에스파를 '중일 갈등의 피해자'라고 규정했다. 팬들의 말을 빌려 "아티스트를 정치적 전장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닝닝이 공개한 사진은 2022년 당시엔 반응이 없었다"며 "연예산업이 겪는 일종의 고충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K팝이) 국제관계에 치명적 영향을 받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한 개인에게 이데올로기를 투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진출처=체인지오알지(Change.org), SNS 캡처, 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