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소정·정태윤기자] 뉴진스가 어도어 탈출에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30일 어도어와 뉴진스의 전속계약유효확인 소송 선고를 진행했다. 결과는 어도어의 완승. 소송비용도 뉴진스가 전부 부담한다.
재판부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의 중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신뢰관계가 파탄됐다고도 인정할 수 없다"며 뉴진스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상 민사 선고는 결정 내용만 고지한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달랐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40여분 동안 판결 요지를 항목별로 낭독했다.

① 민희진 해임 = 매니지먼트 공백?
재판부는 먼저 뉴진스 주장에 대해 "민희진 대표를 해임했다는 사실만으로 매니지먼트 공백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진스가 민희진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민희진을 대표로 보장하는 것이 전속계약상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민희진이 대표 이사직에서 해임된 후에도 사내이사로서 프로듀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속 계약서는 민희진이라는 특정 인물이 반드시 대표이사로서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어도어가 민희진에게 프로듀싱 업무를 재위임하는 계약서를 제안한 바 있다"며 "그러나 민희진이 해당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어도어는 이후에도 민희진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희진은 스스로 사임했다"며 "어도어가 신뢰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② 하이브의 매니지먼트 이행 가능성
뉴진스는 "어도어가 민희진 해임 이후 매니지먼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어도어가 민희진 해임 이후 수개월간 프로듀서 섭외를 진행하지 못한 건, 민희진의 협조 여부를 기다리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간에도 앨범 제작, 공연 준비, 월드투어 계획 수립, 광고 촬영 기획 제공 등, 매니지먼트 업무를 지속했다"며 이를 기각했다.

③ 민희진 감사 및 해임 절차는 '정당'
재판부는 판결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민희진 해임 과정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해당 사안은 부당한 감사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민희진과 이상우 전 어도어 부사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증거로 직접 인용했다. 민사소송은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되므로 카카오톡 대화도 적법한 증거로 본 것.
민희진의 독립 의도는 메신저 대화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2월, 이상우가 "쟤네(하이브)를 힘들게 하고, 우리는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말하자 민희진은 "그럼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 다음 달 대화에선 "계획 변경, 시점 당긴다. 여기선 언론 얘기는 안 한다. 우린 여론전 소송할 거다. 답 오는 거 보고 터뜨림"이라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뉴진스를 포함한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여론전과 소송 준비를 진행했다"고 짚었다.
민희진이 지난해 4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사전에 준비한 카톡도 인용했다.
민희진은 "엄마들이 공정위 신고 넣고 발표까지 해야 한다. 하이브 음반 밀어내기는 중요하지 않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투자자 접촉 및 멤버 부모들을 내세운 여론 형성 행위도 있었다"며 "이러한 행위는 어도어의 감사 착수 사유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충분하다"며 "어도어의 감사 착수는 이 같은 계획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정리했다.

④ '디스패치' 연습생 영상 = 신뢰 파탄?
'디스패치'가 공개한 쏘스뮤직 연습생 시절 영상도 신뢰파탄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영상 두 건이 삭제되고, 블러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뉴진스의 연습생 사진 및 영상 게시글 조치 업체 추가로 선정한 점, 쏘쓰뮤직에 경위 확인 구하는 이메일 발송, 디스패치에 공문 발송한 것으로 보아 원고가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⑤ 뉴진스 성과 폄훼
하이브 PR 직원이 기자에게 성과를 폄훼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하이브 및 주가의 전제가 되는 사실 관계 정정하는 것을 넘어 뉴진스 폄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는 뉴진스 일본 데뷔 앨범이 100만장이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보였고, 하이브는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두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어 정정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⑥ 아일릿이 표절했다
아일릿 표절 의혹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뉴진스, 아일릿 사이에 일부 유사한 게 확인되나 복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는 퍼블리시티권이나 지식재산권으로 보기 어렵고, 어도어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⑦ 하니, 무시해?
재판부는 '무시해' 최초 발언이 하니가 아닌 민희진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봤다. "민희진은 하니에게 '아일릿 모두가 너를 무시했니?'라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무시라는 단어를 강조했다"고 봤다.
하니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CCTV에 의하면 아일릿 멤버들이 하니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점이 확인된다. 제출된 증거만으로 인격권 침해 발언을 들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⑧ 돌고래유괴단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에게 뉴진스 ‘ETA 디렉터스 컷’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것도 정당하다고 봤다. “용역 위탁 계약 내용을 보면, 하이브 사전 동의 없이 게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돌고래유괴단을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원고가 돌고래에게 조치 취한 것은 용역 계약에 따른 권리 행사로 보인다. 중요한 전속계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⑨ 음반 밀어내기
민희진의 정쟁 수단이었음을 명시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 뉴진스에게 불리한 밀어내기가 실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민희진은 하이브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썼을 뿐”이라고 밝혔다.

⑩ '뉴 버리고 새판'
뉴진스는 당시 리포트에서 '뉴 버리고 새판' 문구에만 꽂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리포트를 전반적으로 봤을 때, 뉴진스에 대한 부정적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다.
민희진의 행동도 의문을 표했다. "당시 대표였던 민희진은 리포트를 수신했음에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하이브가 뉴진스에 210억 원을 투자한 점도 언급했다. "뉴진스를 포기하고 다른 아이돌에 집중하는 것도 납득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의 중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럽다. 피고들이 주장한 신뢰관계 파탄 역시 인정할 수 없다"며 전속계약 해지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됐다. 어도어는 이번 판결로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제동을 걸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뉴진스는 본안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내려진 가처분 결정과 마찬가지로, 어도어의 사전 승인 없이 독자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재판이 끝나자마자, 뉴진스는 항소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세종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나, 이미 어와 신뢰관계가 파탄된 상황에서 복귀할 수 없다. 즉각 항소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사진=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