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5억.
배우 마동석의 KBS-2TV '트웰브' 회당 출연료다. 그는 8회를 찍으며, 총 40억 원을 출연료로 챙겼다. 오귀 역의 박형식이 그 다음으로 높은 금액을 받았다. 회당 4억 원, 8회에 32억 원이다.
성동일, 서인국, 강미나, 예수정, 이주빈, 고규필, 김찬형, 레지나 레이 등의 출연료는 그보다 훨씬 적다. 모두 합쳐 10억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트웰브'의 제작비는 약 220~230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엘지 유플러스에서 180억 원, KBS(몬스터유니온)에서 40억 원, 떡볶이 업체와 치킨 회사에서 각 2~3억 원을 들였다.
즉, '트웰브'의 배우 개런티는 마동석과 박형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작비 중 약 34% 가량의 지분이다. 각본(김봉한·마동석)과 연출료(강대규·한윤선)를 제외하면, 순수 제작비는 더 줄어든다.

'트웰브'는 판타지 액션 대작이다. 다른 장르보다 분장과 소품, 후반 CG 작업 등에 공들여야 했다. 십이지신이 등장하는 만큼, 에피소드 안배도 중요했다. 다시 말해, 각본에도 비용을 더 들여야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배우 개런티가 30%를 넘겼다.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주연 배우 개런티는 제작비의 10~15% 선이 적당하다고 본다. 40%를 넘기면 제작 불가다. 30%도 너무 높은 비율"이라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트웰브의 경우, 주연 2명의 출연료가 너무 높다. 판타지는 후반 작업이 생명이다"며 "높은 개런티 탓에 후반부 완성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판타지 장르는 리얼리티를 위한 후반 작업이 생명입니다. 그만큼 CG 등 비용이 많이 필요하죠. 넷플릭스에서 판타지 장르에 주로 신인을 캐스팅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드라마 관계자)
물론, 톱스타의 아이러니도 있다. 마동석에게 회당 5억을 쏘지 않았다면, '트웰브' 제작 자체가 성사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박형식에게 회당 4억을 제안하지 않았다면, 해외 판매가 불투명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쩔수가 없다"고 말하기엔 아쉽다. '트웰브'의 시청률 수직 하락이 이를 방증한다. 첫 회, 마동석의 핵주먹을 기대한 시청층이 8.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였다. 이 시청층이 매회 뚝뚝 떨어져 나갔다.
실제로, 드라마는 어느 한 요소도 호평하기 어려웠다. 서사는 빈틈이 많고 헐거웠다. 중심 스토리인 천사와 악귀의 대결을 보여주는 과정도 거칠었다. 마동석 표 유머도 겉돌았다.
비주얼도 어린이 판타지 드라마 급이었다. 특히, 수천 년 전 과거 복장에서 실소가 터졌다. 마록(성동일 분)과 도니(고규필 분)의 가발은, '서프라이즈' 느낌. CG 역시 조악했다.
PPL도 문제였다. 맥락없이, 뜬금없이, 계속해서 먹방을 했다.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였다. 20분 만에 대결을 끝내고, 떡볶이 회식에 집중했다. 결국 막방은 2.4% 씁쓸한 성적을 받았다.
다만, 엘지 유플러스는 제작비 회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KBS 역시 광고 판매 등으로 수익을 거뒀다. 마동석과 박형식 역시, 공들인 만큼 비용을 회수했다. 시청자들의 '눈'만 손해를 봤다.
(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트웰브'는 디즈니+ TV 쇼 부문 6위다. 홍콩, 일본, 싱가포르, 한국, 대만 순서로 '트웰브'를 감상했다.)

'트웰브'는 처음부터 시즌제로 기획됐다. 제작진이 시즌 4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반영하듯, '트웰브' 8회의 엔딩은 시즌 2 암시였다. 태산의 눈빛이 변하며 악귀의 부활을 예고했다.
마동석의 반성이 절실하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기획하고, 자신이 캐스팅한 드라마다. 주인공 출연에, 액션을 스타일링하고 대본을 썼다. 현장 연출까지 관여했다. 마동석에게 출연료의 가치를 물을 수밖에 없다.
만일, 시즌 2가 나온다면? 대본의 허술함을 보완해야 한다. 판타지 액션의 비중을 늘리고, 후반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시청자가 보고싶은 건, 치킨과 떡볶이 먹방이 아니다.
<사진출처=디즈니 플러스>